1년만에 바뀐 윤증현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
[머니투데이 강기택기자][취임초기 기개 사라져…지분 없는 장관·부처의 비애]
힘이 없으면 영혼도 없다.기획재정부에는 모두가 다 아는 비밀이지만 말하길 꺼려하는 금기사항이 있다. '윤증현 장관이 힘이 없다'는 말이다. 정작 윤 장관 본인은 담담하게 말한 적이 있지만 그의 능력과 권위를 인정하는 재정부 관료들은 굳이 그렇게까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취임 일성으로 "재정부 공무원은 영혼을 가져도 좋다"고 독려하던 윤 장관의 말에 힘을 냈던 재정부 관료들도 장관이 힘이 무력화되는 상황을 겪으면서 맥이 빠지고 있다. 정부의 '두뇌'였던 재정부가 "손발이 다 됐다"는 자조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윤 장관과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의 영리의료법인을 둘러싼 정책대결에서 이 대통령이 사실상 전 장관의 손을 들어준 것이나 G20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구성에서 재정부가 배제된 것은 이미 구문이다.
최근엔 윤 장관이 국회에서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말해 화제가 됐다. 지난 17일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이 "지난해 말에 고용장려세제가 효과가 없다고 해 놓고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고용증대세액공제 대책을 내놓은 내막이 뭐냐"는 질책에 대한 대답이었다.
지방 미분양 아파트에 대한 양도세 감면 문제도 마찬가지다. 1년간 시행되다 지난 11일로 일몰된 이 제도는 재정부 내부에선 연장 여부를 재론을 않기로 했던 사안이었다. 실효성도 의문이었고 재정건전성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연장불가' 방침을 세웠던 것인데, 윤 장관은 국회에서 "검토 하겠다"고 답변했다. "(미분양 해소에) 도움이 될지 상당히 의심스럽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이런 지적을 의식한 듯 윤 장관은 19일 국회에서 고용증대세액 공제 제도 처리가 지연되자 "국가적으로 가장 시급한 고용창출인데, 당정협의까지 마쳐놓고 국회 요건 때문에 처리를 미룬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깽판국회"라고 일침을 놓던 취임 초기의 기개가 엿보이지 않는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이 같은 장면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국회에서 더욱 자주 목격될 가능성이 짙다는 우려가 재정부 내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6월 지방자치단체장선거를 앞두고 이달 국회에 다뤄지는 34건의 세법개정안중 의원들이 발의한 28건이 감세 내용을 담고 있어 '국가채무'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재정부 입장과 맞서기 때문이다.
재정부와 여타 정부 부처의 긴장 관계도 계속 될 전망이다. 한나라당 정책위원장 출신인 임태희 장관의 노동부는 고령층 실업 해소 차원에서 공기업 정년 연장을 주장하고 있다. '일률적인 연장 반대'를 선언한 재정부와의 마찰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재정부 공무원들의 심정은 착잡하다. 한 공무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선거캠프에 참여하지 않아 '정치 지분'이 없다는 결점이 윤 장관의 모든 장점과 노력을 가로 막고 있다"며 "소신과 능력보다는 청와대 또는 정치권과의 역학관계가 우선될 때가 많다"고 털어 놓았다.
또 다른 재정부 관계자는 "직업공무원제도 아래서 사실 공무원은 영혼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젠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 技術官僚)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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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택기자 acekang@<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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