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맞추기와 보고서 경쟁…'경평 산업'의 실태

세종=최민경 기자 2025. 8. 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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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매년 공공기관 경영실적을 평가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본래 취지인 경영 효율화에서 벗어나 '평가를 위한 평가'로 굳어지고 있다.

감사원은 "경영평가가 공공기관에 과중한 부담을 주고 평가 과정·결과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경영평가 방식 개선 등을 포함한 '공공기관 경영혁신 방안'을 논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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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의 굴레에 갇힌 공공기관]⑤
[편집자주] 정부는 매년 공공기관 경영실적을 평가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의 운명이 갈린다.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지만 '평가를 위한 '평가'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새 정부는 공공기관 관리 제도의 개편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합리적 대안을 살펴본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임기근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근호 감사평가단장, 김춘순 준정부기관 평가단장, 임기근 기획재정부 제2차관, 곽채기 공기업 평가단장, 장정진 공공정책국장. 2025.06.20. /사진=김명원
공공기관 경영평가가 본래 취지인 경영 효율화에서 벗어나 '평가를 위한 평가'로 굳어지고 있다. 성과급과 직결되는 점수를 채우기 위해 수치와 보고서에 행정력이 소모된다. 전담 조직과 외부 컨설팅도 일상화됐다. 현장 개선보다 평가 점수가 우선되면서 공공서비스의 질과 효율성은 뒷전으로 밀린다.

대표 사례가 한국지역난방공사다. 2018년 경영평가에서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총인건비 인상률 상한(2.6%)을 맞추기 위해 복리후생비 산정 방식을 '실집행액'에서 '인원 비례'로 바꿔 제출했다. 그 결과 종합 C등급을 받았다. 상한을 넘기면 총인건비 관리 지표에서 0점을 받을 상황이었지만 수치 조정으로 인상률을 2.59%로 낮췄다. 그 덕에 임직원은 78억원 규모의 성과급을 지급받았다.

문제는 이를 감시하고 시정해야 할 평가위원들도 제도에 종속돼 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8~2020년 위촉된 평가위원 323명 중 156명(48.3%)이 평가 대상 기관으로부터 자문료·심사료 등을 받았다.

규정상 5년간 위촉이 제한되지만 기획재정부는 '최근 5년간 1억 원 이하 수령' 등 자체 완화 기준을 적용해 다수를 재위촉했다. 2019년 경영평가에선 사회적 가치 지표 배점 오류가 드러나자 종합등급 변화를 막기 위해 다른 지표를 임의로 조정한 사례도 있었다.

평가 지표 중심 체제는 억울한 사례도 만든다. 2023년 경영평가에서 D등급을 받아 성과급이 전액 삭감된 한국가스공사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그 예다.

가스공사는 1조원 넘는 자산 매각과 부채 감축을 이뤘지만 재무상황 지표 악화를 이유로 D등급을 받았다. 소상공인진흥공단은 코로나19 시기 재난지원금을 집행하며 '팬데믹 특수'로 부풀려진 전년 실적이 기준이 돼 목표 달성률이 떨어졌다. 0.7점 차이로 D등급을 받았다.

기관들은 등급 방어를 위해 본업보다 평가 대응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한다. 한전KDN, 국립생태원 등은 수십 명 규모의 '경평 TF(태스크포스)'를 상시 운영하며 각 지표를 전담 관리한다. TF 인력이 본래 부서 업무를 소홀히 하는 '전력 손실'은 불가피하다.

전직 평가위원 출신 강사를 초청해 강연 한 번에 수백만 원을 지급하고 수천만 원대 외부 컨설팅 계약을 반복한다. '우수사례(BP)' 발굴 경쟁이 과열되면서 점수용 보여주기식 사업이 늘고 기관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활동도 늘고 있다.

정부도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감사원은 "경영평가가 공공기관에 과중한 부담을 주고 평가 과정·결과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경영평가 방식 개선 등을 포함한 '공공기관 경영혁신 방안'을 논의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평가 부담이 크다는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며 "최대한 평가 부담을 줄이는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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