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역사 공공기관 경영평가…현실은 변했는데 제도는 제자리

세종=박광범 기자 2025. 8. 10.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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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매년 공공기관 경영실적을 평가한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의 모태는 1983년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제도다.

이후 2000년 기존 기관평가에 '기관장 평가'가 더해졌고 2004년엔 정부 산하기관을 평가하는 제도가 신설됐다.

2007년 4월부터 지금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가 자리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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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의 굴레에 갇힌 공공기관]④
[편집자주] 정부는 매년 공공기관 경영실적을 평가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의 운명이 갈린다.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지만 '평가를 위한 '평가'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새 정부는 공공기관 관리 제도의 개편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합리적 대안을 살펴본다.

공공기관 수 추이/그래픽=이지혜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의 모태는 1983년 정부투자기관 경영평가제도다. 정부는 '정부투자기관 관리 기본법'을 제정해 정부 지분 50% 이상인 정부투자기관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작했다.

당시 경제기획원 예산실에 있던 강봉균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공공기관 경영평가 30년' 보고서에서 이렇게 회고했다.

"전두환정권은 공기업의 경영관리시스템을 체계화하고 경영 비효율을 줄이는 것이 국민을 위해서나, 정권을 위해서나 중요한 과제라고 인식했다. 청와대 경제수석에 임용된 당시 사공일 산업연구원장이 공기업 경영체계를 의결기구와 집행기구로 이원화하고 경영평가제도를 도입해 인사와 인센티브 보너스 제도를 차등화하자는 방안을 보고해 그 추진을 경제기획원이 맡게 됐다"

이후 2000년 기존 기관평가에 '기관장 평가'가 더해졌고 2004년엔 정부 산하기관을 평가하는 제도가 신설됐다.

2006년 '정부투자기관 관리 기본법'을 폐지하고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공운법)을 제정했다. 2007년 4월부터 지금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제도가 자리잡게 됐다. 정부투자기관과 정부산하기관으로 이원화돼있던 경영평가제도를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평가'로 통합하고 평가기준과 방법도 일원화했다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도입 42년을 맞았지만 현실과 괴리됐다는 지적이 계속된다. 여전히 과거 틀에 머문 '평가를 위한 평가'라는 비판이 반복된다.

정권마다 기준이 흔들리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각 정부가 국정과제 달성 수단으로 평가를 활용하기 때문이다. 전임 정부와 연속성이 끊기거나 실현 불가능한 항목이 추가돼 지표가 누더기가 된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적 가치 △상생협력·지역발전 등의 배점을 높였다. 윤석열 정부는 사회적 책임 항목 배점을 낮추는 대신 △재무건전성 △직무급제 등 경영 효율성 관련 점수 비중을 상향했다.

이재명정부 들어선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산업재해' 감축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전 정부의 재무성과관리 항목 배점을 하향하고, '안전 및 재난관리' 관련 배점 비중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I(인공지능) 성장전략·에너지 전환·공정과 상생 기여도 반영될 전망이다.

소수점 한 자리 차이로도 등급이 갈리기 때문에 기관들은 기준 변경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새 정부가 항목을 추가하면 기존 항목은 점수만 낮출 뿐 없애지 않아, 지표만 불어난다. 상대평가 구조에서 경쟁은 더 치열해진다.

기획재정부가 평가를 통해 예산·인사·조직·사업·투자 등 운영 핵심을 통제한다는 비판도 있다. 경영평가단 구성부터 항목·점수·등급 부여까지 기재부가 주도한다.

특히 상장 공기업은 상법상 자율경영이 보장되지만 현실에선 공무원 수준의 통제를 받는다. 정부는 대주주로서 경영방침만 정하고 세부 운영은 경영진이 책임지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단순 지표 위주의 평가를 성과·혁신 중심 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는다. 그러나 정부는 문제 발생 때마다 미세조정으로 대응해 왔다.

'평가 대응 행정'의 한계는 이미 드러났다. 교원들은 성과급·자체평가·교육청 지표 등 평가 틀 속에서 수업이나 학생 지도보다 문서 작업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

지방자치단체도 비슷하다. 정부 평가 대응 전담부서를 두고, 점수 잘 나오는 사업에 집중한다. 예산과 인센티브가 걸려 있어 지역 특색이나 장기 목표는 뒷전이 되기 쉽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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