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생사는 경평 결과에 달려…정책집행보다 더 중요"
[편집자주] 정부는 매년 공공기관 경영실적을 평가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기관의 운명이 갈린다. 방만 경영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지만 '평가를 위한 '평가'라는 비판도 뒤따른다. 새 정부는 공공기관 관리 제도의 개편 방안을 모색 중이다. 합리적 대안을 살펴본다.

공공기관은 정부 정책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정부 예산으로 공익사업을 집행한다. 한 관계자는 "착한 부채를 안고 공공서비스를 하라는 게 존재 이유다. 그런데 단순 개량지표로 평가하고 이익까지 요구한다"며 "이러면 공공서비스가 낙후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표 사례가 국제 에너지 가격이다. 전쟁이나 정치상황에 따라 급등락한다. 수입가격이 오르면 재무상태가 악화돼 불리한 평가를 받는다. 해외사업 위주 기관은 더욱 취약하다. 상황이 좋으면 상위 등급, 경기침체나 분쟁 땐 하위 등급이다.
전세계 경제 흐름과 맞닿아 있는 공공사업도 있다. 수출입이 활발하고 고용 지표가 원활하며 수입가격이 '의도'와 달리 유리한 국면이 발생한다.
관련기관 한 관계자는 "사회안전망 유지를 위해 재무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데 이를 반영하는 평가지표가 부족하다"며 "어찌할 수 없는 손실을 반영하는 기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영평가를 준비하는 한 관계자의 말이다. 정권 가치에 따라 지표가 바뀌는 건 받아들인다. 다만 투입된 인력·예산, 그리고 과정이 모두 무시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참여한 한 관계자는 "완성을 위해 일주일 출장도 했다. 실무자가 모여 '그럴싸한' 보고서를 만든다"고 말했다. 그는 "상여금이 경영평가 연동으로 바뀌었다. 최소 B등급은 받아야 기본 상여를 챙긴다. 필수 업무를 제쳐두고 경평에 매달린다"고 했다.
기관 감시자를 자부하는 노동조합도 경평 앞에서는 흔들린다. 한 노조원은 "경평 결과가 노조 성과로 비친다"며 "단기적 이익에 집중하다보니 장기 손실 우려가 있는 사업에 목소리를 못 낸다"고 말했다.

공정성을 위한 조치지만 전문성은 떨어질 수 있다. 해당 분야 경험이 많은 인사가 오히려 배제된다. 한 교수는 "전문가는 공정성 기준에 막혀 위촉되지 못한다. 공정성과 전문성이 충돌해 경험 부족 위원이 선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세종=조규희 기자 playing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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