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장내시경 인증의사 확대 조짐에 자리다툼? 내과 vs 타과 신경전
국가 암 검진의 내시경 '인증 의사' 확대를 정부가 검토하는 가운데 내과·외과·가정의학과 의사들 사이에서 영역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외과·가정의학과 의사들은 "모든 전문 분야 의료진이 골고루 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내과 의사들은 "내과의 전문성을 무시하면 국민 건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맞선 형국이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가암관리위원회 산하 '암검진 전문위원회'는 내년부터 3년간 추진되는 '5주기 국가 암검진 평가'에 앞서 내시경 시술 인증의 교육과 자격 부여를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존엔 내과 전문의 학회 2곳(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이 '내시경 시술 인증의사 교육과 자격 부여' 권한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이 권한을 외과와 가정의학과로 확대하고 자격요건 문턱을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학회 간 신경전이 펼쳐진다.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내시경 검사 교육 인증을 다른 전문 진료과 학회에도 확대한다고 해서 내시경 검사의 질이 향상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없다며, 오히려 질 저하를 걱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종재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 이사장은 16일 기자에게 "내시경 검사에 필요로 하는 고도의 전문성을 배제하고 내시경 검사 교육기관을 (타 과로) 확대하면 '정확하고 안전한 내시경 검사'의 토대가 무너질 것"이라며 "제대로 교육받지 못하고, 숙달되지 않은 의사가 내시경 검사를 시행해 심각한 결과가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학회는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간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는 '내시경 검사의 끝판왕'으로 불릴 정도로 의사들 사이에서 자격을 따기 어렵기로 정평이 났다.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가 되려면 내과·외과·소아청소년과 자격을 취득한 의사가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 인정하는 수련병원에서 소정의 수련을 완료해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1년에 한 번 응시할 수 있고, 합격하더라도 유지 기간은 5년간이다. 국내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는 지난달 1일 기준 9466명으로, 매년 300명 이상 배출돼왔다. 학회 사이트에선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를 지역별 검색할 수 있는 채널을 별도 운영·관리하고 있다.
곽경근 대한위대장내시경학회 회장은 기자에게 "외과·가정의학과에서 부여하려는 '내시경 의사' 자격증은 체계적인 내시경 교육 없이 단순히 일정 건수의 내시경 검사만 수행하고 해당 학회의 연수교육 평점을 취득하면 자격을 부여받는다"며 "서류심사만으로 통과하므로 대장내시경 용종 절제술 같은 손기술이 있어야 하는 능력도 내시경 의사 자격에 요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련·교육 과정이 명확하지 않은 외과·가정의학과의 내시경 인증의 자격을 국가 암 검진 내시경 시술 자격으로 인정하려는 암검진 전문위원회의 결정은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외과·가정의학과 전문의들의 반발도 거세다. 대한외과학회는 최근 낸 입장문에서 "내시경 같은 의료기기는 특정 과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면서 "검진 사업을 포함한 다양한 국가 의료 사업에 외과 의사를 비롯한 모든 전문 분야의 의료진이 균형 있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가정의학회와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도 최근 연달아 낸 성명에서 "일부 학회의 소화기내시경 인증의만 취득하면 모든 질 평가에서 우수 평가를 받고, 소화기내시경 인증의가 아니면 사후에 아무리 노력해도 근본적으로 우수 평가를 받기 어렵게 설계됐다"면서 "이런 폐쇄적 시스템은 질평가 고유의 목적을 넘어 카르텔에 의한 장벽이 될 수밖에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런 설전에 위·대장 내시경 검사 정확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데이터가 다시금 주목받는다. 2018년 국내 한 연구보고에 따르면 국가암검진 위내시경 검사에서 "위암이 없다"고 판정받은 수검자 중 1년 이내 위암 발생이 확인된 환자는 1000명당 1.24건, 대장내시경 검사에서 "대장암이 없다"고 판정받은 수검자 중 1년 이내 대장암 발생이 확인된 환자는 1000명당 8.38건으로 집계됐다. 또 2021~2023년 검진기관 평가 기록에 따르면 국가 암 검진 내시경 검사를 수행한 의사의 약 30%(3845명)는 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가 아닌 외과·가정의학과 전문의였다.
박중원 대한내과학회 이사장은 "국가 암 검진 내시경검사에서 내과의 전문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내과 붕괴, 전공의 지원 감소 등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내과 전문의야말로 환자 상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내시경을 통해 정확하고 안전하게 진단을 내릴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암 검진 후 발견된 문제에 대한 후속 관리와 치료 방안을 바로 제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내시경 검사 과정에서 장천공과 같은 여러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고 수면 내시경이 보편화됨에 따라 환자는 편안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지만 의사는 좀 더 섬세하게 환자 진료가 필요하다"며 "내과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강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나훈아, 대구서 12·3 비상계엄 작심 비판…"밤 꼴딱 새워" - 머니투데이
- 양정아, 김승수 고백 거절…"네가 가정 꾸려 아이 낳는 거 보고파" - 머니투데이
- 이봉원, 하루 500그릇 짬뽕집 대박나더니…'안타까운 소식' - 머니투데이
- 김보연, 20살 차 이태곤과 목욕신?…"멜로+스릴…잘해봐야겠다" - 머니투데이
- "정우성, 문가비 사랑한 적 없어…오래된 여친도 혼외자 알고 걱정" - 머니투데이
- 송민호 또 출근 안 했다…'부실 근무' 논란 다음 날도 '병가' - 머니투데이
- "즐거운 식사 위해 30세 미만 오지마"…미국 식당서 논란, 무슨 일 - 머니투데이
- 아버지 집 1채씩 상속받은 형제…기존 집 팔았더니 동생만 세금 폭탄, 왜? - 머니투데이
- [단독]5배 부풀려 되팔이…성탄절 앞두고 '오로라핑' 1인 1개 구매 제한 - 머니투데이
- 근육 사라지고 뱃살 '통통'…왕년의 '터미네이터' 충격적 모습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