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콘클라베
로마 가톨릭교회에서 교황을 선출하는 ‘콘클라베’(conclave)는 라틴어의 cum(함께)과 clavis(열쇠)의 합성어인 ‘쿰 클라비’(cum clavis)에서 유래했다. 선거인단인 추기경들이 모여 외부와 차단된 투표장인 바티칸 시스티나 성당 문을 걸어 잠그고 차기 교황을 뽑는 회의를 뜻한다. 비밀이 철칙같이 지켜져 추기경들은 교황 선출 시까지 외부와 절대 소통할 수 없다. 800년에 걸쳐 거의 변함없이 지켜져온 선출 절차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선종으로 실시되는 이번 콘클라베는 이르면 다음달 6일, 늦어도 다음달 12일엔 열릴 것으로 예측됐다. 선거권을 갖는 만 80세 미만 추기경 135명이 참석한다. 전체 참석자의 3분의 2인 90표 이상의 득표자가 나올 때까지 끝장 투표를 한다.
콘클라베는 투표 결과를 알리는 독특한 방식으로도 유명하다. 하루에 두 번, 굴뚝에 투표용지를 태워 연기를 피우는 방식으로 투표 결과를 알린다. 교황이 선출되면 흰색 연기를, 선출되지 않으면 검은색 연기를 피운다. 연기 색깔을 또렷하게 구분하기 위해 두 대의 난로가 사용되고, 혼선을 피하기 위해 성 베드로 대성당의 타종도 겸하고 있다.
콘클라베의 가장 큰 특징은 참가하는 추기경 전원이 교황 후보인 동시에 유권자라는 점이다. 첫 투표부터 누가 교황에 오를지 백지에서 시작된다.
이번 콘클라베에서는 사회적 소수자를 포용하고 권위주의 타파에 앞장선 프란치스코 교황을 계승하려는 진보 세력에 대항해 보수파의 반격도 치열할 걸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유력 후보가 없는 이번 콘클라베를 두고 ‘가장 예측 불가능한 회의’가 될 것으로 봤다. 그 어느 때보다 시스티나 성당 굴뚝에서 검은 연기가 여러 날 동안 피어오를 수 있는 것이다. 교황 선거의 막후 얘길 그리며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콘클라베>의 현실판이 될지 주목된다.
단순한 교황 선출을 넘어, 이번 콘클라베를 로마 가톨릭의 분기점으로 보는 눈이 많다. 전통의 성벽 안으로 다시 들어갈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길을 따라갈지, 유럽 교황으로 돌아갈지,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나올지 바티칸의 결정이 머지않았다.
조홍민 논설위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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