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압박에 굴복한 CBS? "독립권 침해" 총괄 프로듀서 사임

박재령 기자 2025. 4. 24.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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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미디어 동향] CBS '60분' PD "회사와 완전히 끝나"
CBS 모회사, 트럼프 행정부 합병 심사 앞두고 있는 상황
"CBS 면허 박탈"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 공격 영향 미쳐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빌 오언스 CBS 총괄 프로듀서. CBS 유튜브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적대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CBS의 대표 프로그램 '60분'(60 Minutes) 총괄 프로듀서가 언론 독립성이 침해됐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CBS의 모기업 파라마운트가 트럼프 행정부의 합병 심사를 기다리고 있어 제작진을 압박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 CNN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2019년부터 CBS '60분'의 총괄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빌 오언스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회사 구성원들에게 서면으로 “지난 몇 달 동안 내가 진행해온 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60분'에 무엇이 옳은지 독립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대선 후보의 인터뷰가 우호적으로 편집됐다며 “CBS의 방송 면허를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CBS에 100억 달러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걸었다. 이러한 압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CBS 모기업 파라마운트는 영화사 스카이댄스에 대한 연방통신위원회(FCC) 합병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FCC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브렌던 카 위원장이 이끌고 있으며 브렌던 카 위원장은 지난 2월 카멀라 해리스 인터뷰 무편집 원고와 영상을 CBS에 요구해 “연방검열위원회”라는 비판을 받았다.

NYT가 입수한 녹취에 따르면 오언스는 마지막 회의에서 “회사와 나는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말했고 주변 다른 기자들은 오언스를 위로하며 “엄청난 매를 맞았다”고 말했다. 다른 기자들의 항의성 사직을 만류한 오언스는 자신의 사직이 “회사가 회사 스스로와 우리와의 관계를 냉정하게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원활한 합병 심사를 위해 파라마운트 측이 '60분' 제작진을 압박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 2월22일 연설 중인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 유튜브 갈무리

NYT는 “익명을 요구한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오언스는 최근 몇 달 동안 CBS 및 파라마운트 경영진과의 관계가 악화됐으며, 자신의 편집 결정에 대한 일련의 침입으로 간주되는 것들에 대해 격노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CBS 모기업 파라마운트는 손해배상 소송 중재자를 선정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 측과 협상에 나서고 있다. 허위보도가 아닌 이상 CBS가 패소할 가능성이 적어 언론사가 협상에 나선 것 자체가 권력 눈치를 본 것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NYT는 “근거 없고 터무니 없는 소송”이라는 변호사들의 평가를 인용하며 “많은 CBS 기자들은 소송 합의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항복으로 보일 것이라 우려한다”고 했다.

1968년 방영을 시작한 CBS '60분'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시사 프로그램 중 하나다. 57년 역사 중 '60분'의 수석 프로듀서는 오언스를 포함해 3명에 불과하다. 웬디 맥마흔 CBS 사장은 22일 직원들에 “'60분'의 사명과 업무가 우리의 최우선 과제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성명을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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