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MBK·홈플, 신용등급 하락 예상…상당기간 전부터 회생 준비”

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2025. 4. 24.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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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에 금융기관 협조도 요청…매우 부적절”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4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자본시장 현안 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홈플러스와 대주주인 MBK파트너스가 신용등급 하락을 사전에 인지한 점과 상당 기간 전부터 기업회생 신청을 계획한 점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24일 서울 여의도 본원에서 기자 간담회를 하고 지난 21일 '홈플러스 사태' 관련자들을 패스트트랙(긴급 조치) 형식으로 검찰에 통보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MBK가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를 이미 준비하면서도 6000억원에 육박하는 단기채권을 발행해 개인투자자·일반 법인 등에게 손실을 떠넘겼을 경우 동양·LIG 사태처럼 '사기적 부정거래' 등을 적용해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이 원장은 MBK 측이 회생 신청 이후 책임감 없는 모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MBK와 홈플러스 측이 회생 신청 이후 보여준 모습을 보면 대주주와 채권단 간 주객이 전도됐다는 느낌"이라며 "상거래 채권 변제가 지연돼 납품업체 불안이 지속되고 3월부터는 임대료를 지급하지 않으며 임대료 감액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면 홈플러스 대주주 측의 추가 출자 또는 주주 우선 책임 원칙에 따른 주식 소각 등 경영 실패 책임이 있는 자의 자구책에는 일언반구 언급이 없다"고 말했다.

대주주가 납품업체, 임대인, 채권자 등의 희생을 강요하면서 정작 자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하다는 그간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 원장은 "이러한 상황이 5~6월까지 이어진다면 향후 법원 회생 계획안 합의 과정에서 오히려 채권자 등이 정상화 지연에 대해 더욱 비난받고 양보를 강요받는 역설적인 상황까지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MBK가 금융당국 쪽에 금융기관 협조를 요청했다는 사실도 공개됐다. 이 원장은 "MBK 측이 채권자인 금융기관에 협조를 구해달라는 식의 요청까지 하는 상황"이라며 "그런 협조 요청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금융회사들이 자체적인 판단을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당국이 영향을 미칠 의도 및 수단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다. 

앞서 MBK파트너스는 김병주 회장이 홈플러스에 물품을 납입하는 소상공인들이 원활히 결제 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사재를 출연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규모와 방식, 시기 등을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지난달 홈플러스가 600억원의 자금을 융통하는 과정에서 김 회장이 지급보증을 섰지만, 구조상 실제 사재 출연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별도로 홈플러스에 개인 자금을 증여했지만 구체적인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원장은 "회사가 위기에 빠졌을 때 경영 정상화를 위해 책임 있는 대주주가 자본을 투입하거나 감자를 실시하는 등 경영책임을 이행한 사례가 일반적이었다"며 "대주주가 사모펀드라고 해 경영 정상화에 대한 책임을 다르게 취급한다는 것은 오히려 특혜"라고 말했다.이어 "법적 주주 자격이 있는 누군가가 어떤 책임을 질 것이고 그 과정에서 채권자들은 어떤 희생을 감수할 수 있는지, 그 희생이 설득되는지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최소 다음 달 말까지 홈플러스 사태 태스크포스(TF)를 지속 가동해 검찰 수사에 적극 협조하고, MBK 검사 및 홈플러스 회계 감리 등을 통해 제기된 불법 의혹을 지속적으로 살필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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