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윤의어느날] 영 이상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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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한 오후가 되니 학원차를 기다리는 보호자들로 아파트 입구가 북적거렸다.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는 아이에게 세상에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네가 하는 일은 불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식의 부정과 타협이 아이들의 선택지를 지워 버렸을 텐데, 어쩌면 끝끝내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하게 만들었을 텐데 말이다.
아이를 걱정한답시고 '영 이상한 말'을 내뱉은 내가 부끄러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길을 건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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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언니는 학원 건물 주차장에서 조카를 기다리고 있었다. 조카는 지난해부터 일렉기타와 드럼을 배우기 시작했는데 두 개를 동시에 배우려다 보니 꽤 멀리 있는 학원에 다녀야 했다. 이동 시간도 강의 시간도 길어 집에 돌아오면 하루의 절반가량이 뭉텅 사라져 있었다. 그걸 꼭 지금 배워야 하나? 나는 언니에게 물었다. “어차피 취미로 하는 건데 그걸 꼭 고등학교 다니는 지금 해야 해?” 아이가 오랫동안 염원하던 것이었다고, 원하는 걸 하게 해주고 싶다고 언니가 답했지만 나는 제대로 듣지 않았다. “그래도 타이밍이라는 게 있는데 드럼이나 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아이가 원하는 걸 다 들어줄 수는 없다고, 부모는 어떻게든 현실적인 판단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나는 덧붙였다. “누가 이 중요한 시기를 그렇게 낭비해? 지금은 입시에만 전념하고 나중에 하라고 그래. 대학 가면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어.”
그런 거짓말을 했구나. 되짚어보니 입안이 썼다.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는 아이에게 세상에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고, 네가 하는 일은 불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식의 부정과 타협이 아이들의 선택지를 지워 버렸을 텐데, 어쩌면 끝끝내 좋아하는 것을 찾지 못하게 만들었을 텐데 말이다. 아이를 걱정한답시고 ‘영 이상한 말’을 내뱉은 내가 부끄러워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길을 건넜다.
안보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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