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향해 문 열었던 프란체스코 교황 선종에 부쳐

박철순 2025. 4. 2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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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사실 교황이 내 가족은 아니지 않나? 그렇지만 이 죽음이 우리를 흔드는 것은 사람의 유한함이 여기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무거운 책임, 흘러가는 시간, 미지의 길에 대한 불안이 교차할 때 교황은 무엇에 의지했을까? 어쩌면 프란체스코 교황은 권위의 정점에 선 것이 아니라 신앙의 절정을 살았을 것이다.

그 믿음과 믿음을 통한 봉사가 교황의 죽음을 "다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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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뚜렷히 기록될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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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순 기자]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2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위치한 대성당 제단 앞에 프란치스코 교황의 사진이 준비되어 있다. 2025.4.22
ⓒ 연합뉴스
슬프지 않은 죽음은 없다. 인간적 성취도, 부유함도, 화목한 가족도, 망자가 남긴 그 무엇도 죽음을 덮을 수는 없다. 하물며 교황의 죽음은 모든 가톨릭 신자들의 슬픔이자 고통이다. 인간은 유한하고, 생명에는 끝이 있다.

하느님의 축복 안에서 모든 사람은 춤을 추며 삶을 누리며 살아간다. 크고 작은 어려움과 상처들이 있지만 살아 있다는 것은 기쁨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그 기쁨은 불쑥 다가오는 죽음 앞에서 한계를 드러난다.

삶은 그래도 지속된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내일 아침에도 졸린 눈을 부비며 일어나 아침 한 숟가락을 뜰 것이고, 출근길은 인파로 덮일 것이다.

성당을 가는 발걸음이 특별히 무거울 것도 없다. 사실 교황이 내 가족은 아니지 않나? 그렇지만 이 죽음이 우리를 흔드는 것은 사람의 유한함이 여기서 드러나기 때문이다.

죽음은 예외가 없다. 모두에게 공평하다. 교황이든 노숙자들 우리에게는 끝이 있다. 다만 삶이 그 죽음을 다르게 만들 뿐이다. 누군가는 권력에 도취해 쿠데타를 도모하고, 누군가는 횡령과 착취로 부를 쌓아 올릴 때, 프란체스코 교황은 세상을 향해 문을 열었다.

애초에 교회는 세상을 향해 열려 있는 게 당연하다고 믿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그것은 착각이다.교회에도 다른 모든 인간 집단 처럼 지켜야 할 것들이 있다. 특히 그것이 정신적인 것들이고 거룩하다고 여겨질 때 교회는 열린 듯 닫혀 있게 된다.

이 역설을 깨려면 용기가 필요하다. 아무것도 남지 않아도 하느님 한 분으로 기뻐할 소박함과 다른 세상을 향해 자신을 열 용기가 있어야 교회의 모순이 무너지게 된다.

프란체스코 교황은 오랫만에 그 길로 들어선 이였다. 그저 살아갈 뿐인 우리들에게도 쉽지 않은 길이라면 세계 교회의 수장이자 가장 거룩한 권력의 정점에 선 사람에게는 더욱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이다.

때로는 교황도 갈팡질팡 하거나 두려워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교회는 빠르게 변해야 하지만 동시에 더딘 사람들을 품고 가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러므로 더욱 주저하고, 망설이는 날들이었을 것이다.

더 본질적이고 더 급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믿는 나는 매우 강하게 교황을 비판하기도 했다. 아시아의 변방에 처박혀 있는 골방 신학자는 아무것도 책임질 것이 없기에 화끈한 말의 잔치를 벌일 수 있었던 것이다.

무거운 책임, 흘러가는 시간, 미지의 길에 대한 불안이 교차할 때 교황은 무엇에 의지했을까? 어쩌면 프란체스코 교황은 권위의 정점에 선 것이 아니라 신앙의 절정을 살았을 것이다. 믿음이 없으면 그 모든 것을 어떻게 감당 했겠는가.

그 믿음과 믿음을 통한 봉사가 교황의 죽음을 "다르게" 만든다. 그의 죽음은 이제 역사가 될 것이다. 가톨릭 교회의 미래가 어떻게 이어질지 지금은 아무도 알지 못하지만 이 역사가 별처럼 빛나며 교회와 하느님의 백성을 인도할 것은 분명하다.

불안 속에서도 우리가 희망을 가지며, 목자를 잃은 슬픔 속에서도 기뻐할 수 있는 것은 하나의 역사가 우리를 미래로 이끌어 주기 때문이다. 그 역사에 프란체스코의 이름이 뚜렷하게 기록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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