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이후 박근혜보다 사악한 윤석열 등장, 이대로는 안 된다
'12.3 윤석열 내란 사태'로 인해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시작한 2025년의 대한민국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획 '넥스트 대한민국'은 조기 대선 상황에서 정치, 사회, 경제, 문화 등 여러 분야에 남은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모색해 새 정부 출범을 앞둔 대한민국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편집자말>
[오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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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12월 14일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 주최로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 탄핵 범국민 촛불 대행진'에서 시민들이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뒤 응원봉을 흔들며 노래를 합창하고 있다. |
ⓒ 이정민 |
그러나 촛불혁명 이후에 박근혜보다 훨씬 사악하고 무능한 윤석열이 등장했습니다. 촛불혁명에서 제기됐던 개혁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때 나왔던 개혁 요구와 지금 제기되는 개혁의 내용이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빈부 격차와 양극화를 해소하고 기득권 세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검찰과 언론을 개혁해야 한다는 요구가 여전히 앞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제기된 요구가 있다면, 지귀연 판사가 내란 수괴를 합법적으로 '탈옥'시킨 사건을 계기로 사법부 개혁이 추가된 정도입니다.
2025년 빛의 혁명은 2017년 촛불혁명 때와 달리, 사회 대개혁을 끌어낼 수 있을까요? 긍정과 부정의 목소리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쪽은 광장의 세력과 야당 정치권이 촛불혁명 때와는 달리 일찍 그리고 단단하게 결합한 걸 주목합니다. 촛불혁명의 막바지 국면에서야 광장에 나와 과실만 따 먹고 달아난 문재인 정권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부정적인 쪽은 윤석열의 파면으로 광장의 열기가 식고 정치권으로 주도권이 넘어가면 다시 광장의 요구가 경시·외면되는 길을 밟을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작동하고 있는 정치제도가 국민의 뜻을 올곧이 대변하지 못하는 한계가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검찰 개혁이든 언론 개혁이든 사법 개혁이든 하나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개혁은 정치 개혁 없이 이룰 수 없다는 점에서 정치 개혁이야말로 '개혁 중의 개혁', 즉 '메타 개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떤 개별 개혁 사안도 마지막에는 입법을 통해 이뤄져야 하므로 입법 과정에 개혁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정치 개혁의 핵심입니다.
정치 개혁 없이 검찰·언론 개혁도 없다
2024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중 한 사람인 다론 아제모을루 매사추세츠공대 교수도 비슷한 주장을 한 바 있습니다. 그는 공동 저서인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한 나라가 발전하려면 사유재산을 확고하게 보장하고 법체제가 공평무사하게 시행하며 누구나 교환 및 계약이 가능한 공평한 경제 환경을 보장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포용적 경제 제도가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경제 제도가 포용적으로 되려면 우선 정치가 포용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치 개혁 없이 경제 개혁도, 사회 개혁도 있을 수 없다는 논리로서 손색이 없습니다.
윤석열 내란 사태 이후 한국 사회가 추구해야 할 정치 개혁의 방향은 분명합니다.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대의 정치제도를 보수·보완하는 것입니다. 그리스의 폴리스 같은 직접 민주주의가 가장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제도이지만 그 시대로 돌아갈 수는 없으므로 그런 정신과 내용을 반영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의 정치제도 아래에서 국민의 뜻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방안 중 첫손가락에 꼽히는 것은,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대표성과 다양성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고치는 것입니다. 현재 지나치게 높은 지역선거구 국회의원 비율(84.6%)과 다수로 당선자를 뽑는 소선거구제의 결합이 민의를 왜곡하는 주범으로 꼽힙니다. 지나치게 낮은 비례대표 의원의 비율은 다양성과 대표성을 보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예를 들어, 22대 총선 지역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각각 50.6%와 45.1%의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의석 비율은 63.4%(161석) 대 35.4%(90석)로 크게 차이가 납니다. 당장 국민의힘 쪽에서 선거구제 고치자고 나서야 할 판이지만, 여야 가릴 것 없이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모두 기득권 세력이므로 제 살 깎기에 머뭇거릴 수밖에 없습니다. 유권자인 시민이 나서 압박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직접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국민이 법안을 제출하는 국민 발안권과 유권자가 문제 있는 국회의원을 끌어내릴 수 있도록 하는 국민 소환권을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습니다. 주권재민의 원칙에 따라 대의제의 잘못을 유권자가 직접 나서 보수·보완하자는 주장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함께 뜻을 같이하는 유권자를 쉽게 모을 수 있게 되면서 충분히 현실 가능성이 있는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실제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의 경우, 주민소환제가 이미 실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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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4월 5일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사전투표소가 마련된 대구 달서구 진천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유권자가 투표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대통령 선거의 결선투표제 도입과 관련해서는, 헌법개정 사안이라는 주장과 선거법 개정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합의하면 가능하다고 보는 전문가가 많습니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라고 규정한 헌법 조항(제103조)을 뚫고 '국민참여재판제도'가 도입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윤석열 내란 사태를 계기로 5년 단임 대통령제를 내각제나 4년 중임제, 또는 이원집정제 등으로 바꾸는 헌법개정이 최고의 정치 개혁인 것처럼 주장하는 세력이 고개를 쳐들고 있습니다. 윤석열 내란의 원인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제왕적 대통령제에 있다고 보는 정치권 인사들의 주장입니다.
이런 주장은 두 가지 결점이 있습니다. 첫째, 윤석열 내란은 제도의 잘못이 아닌 윤석열 개인의 인성에서 발생했다는 걸 간과하고 있습니다. 둘째, 일반 시민의 요구와 동떨어져 있습니다. 1987년 6공화국 헌법 제정 때는 시민이 간선제를 폐지하고 직선제를 압도적으로 원했습니다. 그 결과가 5년 단임제의 현행 헌법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하지만 2025년 빛의 혁명 때는 87년 민주항쟁 때 분출했던 권력 구조 개편 요구가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나온 권력 구조 개편에 초점을 맞춘 개헌론이 '시민 없는 개헌론', '그들만의 개헌'임을 보여주는 방증입니다.
개헌이 불필요하단 말은 아닙니다. 1987년 6공화국 헌법 이래, 4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습니다. 나라 안팎의 환경도 크게 바뀌었습니다. 권력 구조뿐 아니라 그간의 변화를 담을 새로운 집짓기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일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지금은 나라를 통째로 들어먹으려고 했던 내란 세력을 척결하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대다수 시민이 원하는 일입니다. 개헌은 급한 불을 끈 뒤 시민의 뜻을 두루 모으면서 긴 안목에서 추진하는 게 맞습니다.
저는 시기도 맞지 않고 실현성도 떨어지는 개헌을 무리하게 추진하는 것보다 국민의 뜻을 있는 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도 개선이 백배 시급하다고 봅니다. 그중에서 한 가지 꼽으라면 주저 없이 국회의원과 대통령 선거의 결선 투표 도입을 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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