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특집 인터뷰] 정규재 “이재명, 좌익 때로 돌아간 모습…공든 탑 무너질라”

박나영·박성의 기자 2025. 5. 2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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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TV토론서 문재인 정권 실패 되풀이하는 모습…중도층 냉담해졌을지도”
“한국 보수, YS 이후 무너져…판·검사, 국정원 출신 등 국힘 구성원이 문제”
“이준석, 두 늙은이 바보 만들었지만 매력 없어…성공한 듯 보여도 재미 못 봐”

(시사저널=박나영·박성의 기자)

"이재명의 실용주의 정책이 더 성숙하도록 지식인들이 나서 도와야 한다."

'원조 보수'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중도 우클릭'을 상당한 '진화'로 평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 전 주필이 이 후보의 최근 행보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배경에는 이 후보의 진화한 가치관이 정치적 위기를 맞은 대한민국의 사회 통합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깔려 있다. 

정 전 주필은 이 후보의 통합 행보가 보수 정당의 소멸과 새 탄생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큰 변화가 없는 국민의힘에 대해 "시민의 정당인 적이 없던 보수정당이 자멸하고 새로 태어나는 과정"이라고 분석했다. 시사저널은 5월19일 정 전 주필을 서울 종로구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대한민국의 정치 현주소와 6·3 대선 전망을 물었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이 5월19일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 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5월18일에 열린 첫 대선 후보 TV토론을 총평하면.

"TV토론이 후보의 진짜 생각을 듣는 게 아닌, 순발력 테스트가 되어가고 있다. '10초 드립니다' '15초 드립니다' 하는 식이니 긴 호흡으로 논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한다. (토론시간이 짧아져) 잘못 얘기해도 얼버무리면 끝나니 승패가 없고 재미도 없다."

후보별 평가는.

"이재명 후보가 실력 발휘를 못했다. '우클릭 중도화'로 국민 지지를 받고 있는 와중에 과거의 '좌익 이재명'으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이 후보가 언급한) 호텔경제학은 시장경제에서 환영받지 못하는 엉터리 경제학이다. 화폐이론 또한 서민을 위해 무조건 돈을 풀어도 인플레이션이 없다는 식의 극단적 이론인데, 문재인 정권의 실패를 되풀이하는 모습이어서 놀랐다. 이 후보는 40% 후반에서 50% 중반까지 지지율 꾸준히 늘려왔는데, 이 후보를 찍어볼까 했던 보수나 중도 유권자 마음을 다시 냉담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최근 이 후보가 지방 순회 일정이 많았는데 광장에선 누구나 대중의 비위를 맞추는 표퓰리즘적 연설을 하게 된다. 그 후유증도 있는 것 같다."

김문수·이준석 후보는.

"김문수 후보가 사태 파악 능력이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유권자들이) 갖고 있다. 오랜 전통을 가진 정당의 대통령 후보라면 철학으로 무장돼 있어야 하는데, 늘어난 고무줄처럼 긴장 없는 모습이었다. 이준석 후보는 기존 지지자들의 지지 강도를 높였을 수는 있지만, 새 지지자를 끌어들일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두 늙은이를 바보로 만들었지만 본인 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온화한, 인간적인 모습이 없었다. 겉으론 성공했지만 실제론 재미를 못 본 게 아닌가 한다."

보수 정권에서 두 번의 대통령 탄핵이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은 국회 권력과 대통령 권력의 충돌이었다. 당시 국회법개정안 두 건에 연이어 박 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고, 박 전 대통령이 김영란법을 만들어 정치권의 부패 문제를 삼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번은 다르다. 공격을 받아 무너진 게 아니라 자멸했다. 외형상으로 보수 대통령이 침몰한 것은 같지만 이번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군사쿠데타의 실패다. 윤석열이라는 반민주적이고 협상 불가능한 캐릭터가 가진 모순들이 누적돼 폭발하며 보수가 무너진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의 보수를 평가하자면.

"이명박 정권 이후 국민의힘은 시민의 정당으로 보기 어려운, 퇴행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국민의힘은 판·검사, 경찰·국정원·군 간부 출신 등 권력기구의 OB(Old Boy)들이 정당을 구성해왔다. 민주사회 시민의 정당, 중산층의 정당이 아니었던 것이다. 표에서 밀린다기 보다 국민의힘이 소멸해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그 과정이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 그 이후에 중산층 시민에 의한 보수정당, 합리적이고 진지한 정당이 탄생하길 바란다."

윤석열 정부 이전부터 보수가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 것인가.

"김영삼 정부 이후 보수 정당은 시민의 정당으로 빌드업되지 못한 채 무너져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대한민국이 길러낸 시민계급의 대통령이었는데, 그 뒤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었다. 지나간 독재자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그 잔치를 끝낸 것이다. 그 뒤를 문재인 전 대통령의 칼잡이로서 보수를 파괴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었다. 지금도 일부 보수 우파가 윤 전 대통령 중심으로 뭉쳐있으나 광적인 상태다. 이후 보수 정당의 탄생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

보수와 극우의 차이는 무엇인가.

"수단의 정당성에 있다. 민주주의에서 군대를 동원한 비상계엄은 결코 있을 수 없다. 보수가 가진 자유민주주의적 특성은 절제·제한된 정부인데 윤석열 정권은 이를 뛰어넘은 폭력 정권이었다.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소수는 폭력도 보수의 전통이라는 식이다. 보수가 시민의 정당으로 거듭나지 못한 증거다."

윤 전 대통령 탄핵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변하지 않는 모습이다. 

"사람이 안 바뀌었다. 당 지도부는 판·검사들이고 경찰·국정원·군 간부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이들이 특권의식을 가진 듯 행동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모욕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체포를 거부하고, 경호원들이 그를 에워싸고 법 집행을 방해하는 우스꽝스러운 일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왼쪽부터), 국민의힘 김문수 대선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가 1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SBS 프리즘센터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대 대선 1차 후보자 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동훈, 윤석열과 같은 DNA…시민 정당 출현 위해 비켜줘야"

한동훈 후보가 지원유세를 시작했다.

"표심에 별 영향이 없을 것이다. 한동훈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유전자가 똑같은 사람이다. 한 전 대표를 당대표로 뽑은 자체가 시민 정당이 될 마음이 전혀 없는 것이다. 중산층 시민의 정당 출현을 막는 것이기 때문에 빨리 자리를 비켜줘야한다."

'반(反)이재명 빅텐트'는 가능성이 있을까. 

"우리나라는 양대 정당 중심으로 국민들이 극단적인 진영논리를 가지고 있다. '윤석열은 싫지만 이재명은 더 싫다'는 심리적 방어기제를 갖고 상대를 악마화한다.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빅텐트건 뭐건 보수의 집결이 이뤄질 수 있다. 보수가 집결하는 만큼 시민의 보수가 새로 태어나는 것은 방해가 된다. 새로운 보수의 탄생을 막고 있는 것이다. 죽을 땐 명예롭게 깨끗하게 죽어야 한다."

대선 이후엔 국민의힘에 변화가 있을까.

"힘들 것이다. 한참 걸릴 것이다. 그래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면) 잘해주길 바란다."  

전통 보수에 가장 가까운 후보는 누구인가.

"이준석 후보다. 이준석 세대는 날 때부터 자유롭게 태어나 가르치지 않아도 자유주의자이고 보수주의자다. 번영된 국가에서 자라며 보수적 성향을 타고난 것이다. 국민 선택을 받긴 어려워도 가능성을 보여주는, 환영할 만한 신호다. 그러나 아직 준비가 안됐다. 다행히 이재명 후보가 최근 경제를 살리는 통합의 정부를 만들겠다고 중도에 적극적으로 어필하는 정책을 취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가 취하는 실용주의적 모습, '중도 우클릭'에 저 같은 사람도 환영하는 것이다."

50%가 넘는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은 무엇을 의미하나.

"국민의힘이 무너지면서 이재명 후보가 보수 중도화 행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도층도 '이재명 악마화'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이후 정치적 상대방에 범죄 혐의를 씌워 공격하는 것이 극적으로 강화됐다. 법망을 수도 없이 던져 걸리면 감옥 간다. 법치와 법망을 이용한 통치는 다르다. 국민은 악의적으로 던져대는 법망이라는 것을 모른 채 범죄자 이미지를 갖게 된다. 이 후보도 범법자 이미지를 못 벗고 있다. 리갈리즘 오토크라시(Legalism Autocracy), 즉 법망에 의한 독재 형태에 함몰된 것이다."

'어대명' 추세는 어떻게 전망하나.

"남은 변수는 많다. 첫 토론처럼 말이 안되는 논리를 변호하겠다고 달려들고, 비판을 못 견뎌 짜증내는 태도를 계속 보인다면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 대오각성해야 한다. 끝까지 정신 놓으면 안 된다."

이재명 후보가 '자기진화에 능하다'고 평가했는데, '우클릭'이 선거 전략일 수 있지 않나.

"둘 다일 것이다. 이 후보는 기본적으로 기회주의적 속성을 가졌다. 좋은 표현으로 실용주의적이다. 이 후보는 성남에서 아주 가난하게 자랐다. 골수 민주당적인 성장과정을 거쳤고 민주당에서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지냈다. 지난 대선에서의 낙선 이후 지금까지 정신적, 지적으로 상당히 성숙한 것으로 보인다. 실용주의적 정책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그를 도와 조금 더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이 지식인들이 할 일이다."

이재명 후보를 만난 후 '발랄하다'고 평가하셨는데.

"실제로 긍정적이고 발랄하다. 대중 정치인들은 좋은 모습만 보여주려 하는데 이 후보는 부끄러울 얘기도 잘 한다. 12·3 비상계엄 당시 집에서 나오려는데 '집 앞에 체포조가 와있을 것 같아 두려워 아내에게 먼저 나가보라고 했다'는 얘기도 체면이 상할 법 한데 다 한다. 상대원 연설에서는 형수에게 왜 그런 욕을 하게 됐는지를 설명하며 어린 애처럼 펑펑 울기도 한다. '중범죄자 이재명'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평범하고 인간적인 모습이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이 5월19일 서울 종로구 자신의 사무실에서 시사저널과 인터뷰 하고 있다. ⓒ임준선 기자

"민주당 분당 가능성 보여…李에 물었더니 지난 총선 때 정리됐다고 답변" 

현 민주당을 평가한다면.

"민주당은 싸우는 민주주의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 아직도 보수가 주인이고 자신들은 대한민국을 개혁하려고 때려 부수러온 손님이다. 마이너리티의 세계관이다. 진보 원로들도 같은 얘기를 한다. 우리가 주류고 우리가 책임진다는 의식이 없어보인다. 민주당의 '줄탄핵'은 사실 윤석열 정부의 '줄거부권'과 같은 것이다. 이에 보수 성향의 국민은 민주당이 대한민국 정치를 온전히 책임져야 하는 입구에 온 것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그걸 이 후보도 조금씩 느끼는 것 같다. 민주당은 이런 습성을 빨리 극복해야 한다." 

김상욱, 김용남 등 보수 정치인들도 이 후보를 지지하는 흐름인데.

"정치적으로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김상욱 국민의힘 의원은 전형적인 우파다. 사회주의적, 좌파 친화적 성향이 없다. 이런 분들이 민주당으로 가면 민주당이 극좌적 선택으로부터 중도로 옮겨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민주당의 중도 보수화도 촉진되지 않을까. 굳이 반대하지 않는다."

대선 이후 민주당의 분당 가능성도 전망했다. 

"(당내) 이념 투쟁이 벌어질 수 있다. 지난 번에 이 후보를 만났을 때 민주당 분당할 거 아니냐고 물었더니 전혀 아니라고 답했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대부분 정리됐기 때문에 민주당에 이제 극단적인 세력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선 후 보수 재편에 이준석 후보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갑제 선배도 나도 이준석 후보가 출마해주길 간절히 바랬다. 우리나라 보수 정치 그룹이 이런 엉터리 정당 시스템 하에서 포획돼선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이준석 후보가 이번 선거에서 최대한 지지율을 끌어올려 놓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이 후보가 가진 소위 '싸가지 문제', 그 세대가 가진 다른 행동양식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춰질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바람직한 개헌 방향은 어떻게 보나.

"이재명 후보가 주장한 개헌은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는 방향이다. 국회가 총리를 추천하는 것으로 바뀐다. 총리를 국회가 추천하게 되면 내각도 총리 아래 있게 되면서 대통령과 총리의 지휘 계통에 갈등이 필연적으로 생길 것이다. 이원집정제로 가는 징검다리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내각제로 헌법을 구상했다가 그 위에 대통령제를 얹은 구조다. 내각제의 총리, 대통령 중심의 내각시스템 서로 안 맞는 것을 이어붙인 것이다. 대통령제에서 부통령이 아닌 총리가 있으니 외국인들도 보면 헷갈릴 것이다. 문제는 국민들이 당장 대통령제를 포기할 마음이 없어보인다는 것이다. 증오심, 적대감 등에 대한 걱정은 있지만 대통령 선거를 재밌어 한다. 시간이 걸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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