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만원 빌렸는데 이자율 15248%, 이런데도 대부업법 시행령 완화?"
[김예진 기자]
|
▲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21일 금융소비자연대회의(금융정의연대, 롤링주빌리,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등)가 ‘불법사금융, 불법추심 상담신고센터(불불센터) 1차 활동보고 및 상담분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윤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김성근 롤링주빌리 간사, 김미선 한국금융복지상담협회 고문, 강명수 롤링주빌리 이사, 백주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
ⓒ 김예진 |
백주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는 "이런 법률로 시행된다면 또 얼마나 많은 불법 사금융 피해자가 나올지 모른다"며 "그러고 나서 고치는 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다"고 말했다.
해당 시행령은 '법정 최고이자율의 3배를 초과하는 비율로 체결된 대부계약은 무효로 한다'는 대부업법 조항에 따라 마련됐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개정안은 이 기준을 최고이자율의 5배로 완화해, 연 20%인 현행 기준에 따르면 연 100%가 넘는 이자율도 유효한 계약으로 인정되는 셈이다.
앞서 윤석열 전 정부는 '싱글맘 불법 추심 사건'을 계기로 불법 사금융 척결을 국정 과제로 내세운 바 있다. 이 여성은 법정 이자율의 100배를 넘는 이자율에 시달리다 숨졌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금융정의연대, 롤링주빌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한국금융복지상담협회, 한국파산회생변호사회)는 21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불불센터(불법사금융·불법추심 상담신고센터) 1차 활동 보고·상담 분석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윤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김성근 롤링주빌리 간사, 김미선 한국금융복지상담협회 고문, 강명수 롤링주빌리 이사, 백주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등이 참석했다.
"5배 완화는 입법 취지 훼손" 불법 사금융 근절법, 시행령서 후퇴했다
백 변호사는 "올해 초 대부업법이 개정되면서 새로운 규제가 도입됐다"며 "특정한 행위가 있었을 때 대부 계약을 무효로 하고, 그 효과로 채무자가 원금도, 이자도 갚지 않아도 되며, 이미 지급한 원금과 이자도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내용이 들어가게 된 배경은 결국 불법 사금융과 불법 추심을 근절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 때문"이라며 "그전에도 최고이자율을 위반한 계약은 일부 무효로 할 수 있었지만, 원금은 여전히 유효하고 이자도 연 20% 이내에서는 갚아야 했기 때문에 민사적 제재가 실효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백 변호사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최고이자율의 2배를 기준으로 하자는 제안이 3배로 조정됐다. 그런데 시행령에서 이를 다시 5배로 완화한 것은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훼손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그는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당초 '최고이자율의 2배 초과'만으로도 원금과 이자 모두 무효로 해야 한다는 제안을 한 바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대한민국에서 불법 사금융과 불법 추심을 근절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었다"고 밝혔다.
대부업계 일각에서는 이자율 규제 강화가 저소득층의 대출 기회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백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서민금융기관 등 자금을 융통해줄 수 있는 기관은 다양하게 존재한다"며 "과거 경험상 이자율이 낮아졌다고 해서 대출 공급이 줄어든 사례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는 "문제는, 일부 돈만 빌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계층을 대상으로 불법 사금융과 추심이 약탈적으로 이윤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이 문제는 단순히 '어디서 돈을 빌릴 것인가'와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 변호사는 "적정한 수준의 이자율을 관리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서민이 자금을 융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핵심이지, 대부업자의 편의를 보장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돈을 어디서 빌릴 수 있는지 여부와 적정한 이자율을 어떻게 유지할지는 별개의 문제다"고 덧붙였다.
|
▲ 불불센터 1개월 운영 정량 분석 자료. |
ⓒ 참여연대 |
김미선 한국금융복지상담협회 고문은 "금융소비자연대회의가 운영하는 불불센터가 지난 3월 5일부터 4월 4일까지 한 달간 접수 피해 사례 65건을 분석한 결과, 피해자들이 최초로 빌린 금액은 평균 54만 원에 불과했지만, 이후 사채업자가 요구한 이자율은 법정 최고이자율(연 20%)의 762.4배인 1만 5248%에 달했다"고 밝혔다.
김윤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는 "불불센터 출범 뒤 지난 4일까지 한 달 동안 65명에 달하는 많은 피해자가 센터를 찾아 도움을 요청했고, 지금도 전화와 인터넷을 통한 상담이 계속 접수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전체 피해자 중 64%는 일을 하고 소득이 있는 상태였고, 무직자는 19%에 불과했다"며 "사채 이용자가 전업주부나 실직자일 것이라는 일반적 인식과는 다른 결과"라고 짚었다. 이어 그는 "피해자 3명 중 2명은 생계비 부족으로 사채를 이용했으며, 평균 대출액은 1036만 원이었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 고문은 "사채업자는 '지인에게 알리겠다', '사진을 유포하겠다', '오픈채팅방에 가짜뉴스를 퍼뜨리겠다'며 피해자를 협박했다"며 "피해자들은 공갈과 협박에 못 이겨 한 번도 사용해보지 못한 돈까지 끊임없이 상환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의 미온적인 대응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김 고문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더라도 '잡기 어렵다'는 말을 반복해서 듣거나 신고 접수를 아예 거절당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피해자 신변 보호가 가장 필요하며 금융감독원이나 경찰에 신고했을 때 사채업자를 검거하고 단죄해야 한다는 점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강명수 롤링주빌리 이사도 "경찰에 도움을 요청해도 '연락처가 없으면 잡을 수 없다'는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오기도 한다"며 "'이것으로 신고가 되느냐'는 식의 대응은 명백한 2차 가해"라고 지적했다.
|
▲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21일 금융소비자연대회의(금융정의연대, 롤링주빌리,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 등)가 ‘불법사금융, 불법추심 상담신고센터(불불센터) 1차 활동보고 및 상담분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윤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김성근 롤링주빌리 간사, 김미선 한국금융복지상담협회 고문, 강명수 롤링주빌리 이사, 백주선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변호사. |
ⓒ 김예진 |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흔들리지 않는 조성현 대령 "감히 3성 장군에게 내가 왜 그랬겠나"
- "나도 개미였다"는 이재명, 주가 5000시대 위한 세 가지 조건
- '스컬리' 목소리 성우가 헌법 전문 낭독한 이유
- '성인-미성년자 연애', 독일은 이것부터 따집니다
- 홍준표·한동훈 '보정속옷' 2차전 "웃어넘길 일"-"토론회 망쳐"
- 산불은 마음도 할퀴었다... "불에 탄 나무 보면 그날 떠올라"
- 문형배 재판관이 퇴임식에서 저를 언급한 이유, 이제야 밝힙니다
- 법무부, 대선 전 '감찰' 알박기? "친윤검사 앉혀 사전작업"
- 김상욱 "윤석열 제명하고 한덕수 야합 멈춰야"... 탈당 시사
- '초코파이 정' 만드는 공장 앞 "생존권사수" 머리띠 나온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