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초'... 강풍 불던 날 제주도가 세운 놀라운 기록
[노광준 기자]
돌풍과 비바람, 천둥번개에 우박까지... 요즘 일기예보에서 흔히 나오는 말이다. 평택 날씨를 전해준 최영신 평택 기후행동 대표님은 이렇게 말했다. '뚜렷한 사계절이 있기에~'라는 노랫말(아 대한민국)은 어느새 옛말이 되는 듯하다고.
이렇게 수상한 4월이지만 기후위기를 에너지 전환으로 극복해보려는 인간의 노력은 때로는 믿을 수 없는 기적 같은 순간을 낳기도 한다. 그저 봄 꽃을 떨어뜨리는 줄로만 알았던 '강풍'이 재생에너지 낙후국 대한민국에서 사상 최초의 RE100 기록을 세워주는 일등공신이 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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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월14일 당시 제주도 전력수급현황 |
ⓒ 제주특별자치도 |
'14일 강풍 특보에 풍력발전 이용률이 51.8%(오후 1시 기준)에 달했고, 태양광 발전도 적절한 일조량과 온도 조건으로 73.1%(오후 1시 기준)의 높은 이용률을 기록했다.'
예를 들어 낮 12시대 제주 전역의 전력수요량이 553 메가와트시(㎿h)였다면, 그 시간대 풍력발전량이 229, 태양광 발전량이 367로 재생에너지 합계 596 메가와트시(㎿h)로, 오히려 남는 전기가 발생했다. 제주도는 기타 LNG 복합발전소와 폐기물에서 나온 전기까지 합쳐 그 시간대 남아도는 전기 159 메가와트시를 두 개의 해저케이블을 통해 육지로 송전했다. 햇빛과 바람으로 모든 전기를 쓰고 남는 전기는 되팔은 셈이다.
'잉여 전력을 제1, 제3해저연계선을 통해 육지부로 송전했다. 육지부와 제주 간 연결된 해저연계선(HVDC)은 시간당 최대 180㎿의 역송이 가능한 양방향 송전 기능으로 재생에너지 공급 과잉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소했다.' (제주특별자치도, 202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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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3월 제주도 한경면 해안의 해녀 석상 뒤로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의 풍력 발전기들이 돌아가고 있다. |
ⓒ 연합뉴스 |
무엇보다 우리 지역에서 쓰는 전기는 우리 지역에서 직접 만들어 쓴다는 '분산형 에너지'의 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양제윤 제주도 혁신산업국장은 "이번 성과는 에너지대전환을 추진하는 제주의 방향이 옳다는 것을 입증했을 뿐만 아니라 제주가 RE100 실현을 위한 실증 무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상징적인 이정표"라고 평했다.
제주도 내 전기차가 발전소가 되는 실험 준비
제주도는 우선 올해 말까지 68메가와트(㎿)규모의 대용량 에너지저장장치(BESS)를 준공해 재생에너지 저장 능력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또 재생에너지의 수요와 공급을 유연한 계통망 관리를 통해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공모사업에 신청서를 제출하며 공모경쟁에 뛰어들었다.
지역 내 분산된 에너지 자원들을 통합 관리하는 시스템인 가상발전소(VPP, Virtual Power Plant) 통합 플랫폼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인데, 이렇게 되면 햇빛과 바람으로 만든 전기를 도내 모든 시민들이 자신의 전기차나 전기트랙터 등에 충전해뒀다가 필요할 때 남는 전기를 되팔아 수익도 올릴 수 있는 '전기차 발전소' 그림이 현실로 펼쳐지게 된다.
지난해 석탄화력발전소를 영구 중단시킨 영국에서는 그 몇 해 전부터 북해의 거센 바람으로 만든 겨울철 재생에너지만으로 모든 전기를 자급했다는 뉴스가 BBC, 가디언을 통해 전해졌다. 기후라는 위기가 닥쳐올 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는 문을 열어준다는 것을 제주도가 입증하고 있다.
[인용 자료]
- 전지혜, '"강풍 불던 날"…제주, 전국 첫 재생에너지 100%로 전력공급' (연합뉴스, 2025.4.16, https://www.yna.co.kr/view/AKR20250416072800056)
- '제주도, 전국 최초 '일시적 RE100' 달성' (제주특별자치도 보도자료, 2025.4.16, https://www.jeju.go.kr/news/bodo/list.htm?act=view&seq=1505858)
- 박성우, '제주도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신청...남는 전력, 돈이 된다' (제주의 소리, 2025.4.16, https://www.jejusori.net/news/articleView.html?idxno=435636)
덧붙이는 글 | 오늘의 기후는 지상파 최초의 매일 기후방송으로 OBS 라디오(FM99.9)를 통해 매일 오후 6시부터 8시까지 방송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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