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후 첫 제주전 승리, 그럼에도 이영민 감독은 덤덤했다…“팬들 응어리 풀었다, 다음은 성남FC와 리그 경기” [MK현장]

부천FC1995 이영민 감독은 승리의 기쁨보다는 다음 경기가 걱정이다.

부천은 16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주SK와의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3라운드 원정경기에서 1-0 신승을 거뒀다.

연고지 이전의 한을 제대로 풀었다. 지난 2006년 부천SK(현 제주SK)는 부천을 떠나 현재의 제주에 안착했다. 이후 팬들은 구단을 잃은 분노에 빠졌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그리고 2007년 현재 부천이 시미구단으로 창단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 내리고 있다. 지난 2020년 제주가 K리그2로 강등되며 두 팀은 3번의 맞대결을 펼쳤는데, 부천이 모두 패하며 아쉬운 결과를 남겼다. 하지만 이날 경기에서 제주를 꺾고 코리아컵 16강으로 향하며 구단 창단 첫 제주전 승리와 함께 팬들의 오랜 염원을 이뤘다.

이영민 감독. 사진=김영훈 기자

경기 후 이영민 감독은 “우리에게 뜻깊은 경기였는데, 승리여서 기분이 좋다. 선수들이 팬들의 염원을 위해 최선을 다해 뛰었다.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어 “갈레고, 바사니, 이의형의 투입 등 예상한 대로 경기가 흘러가다 보니 쉽게 교체 카드를 꺼낼 수 있었다. 상황이 달라졌다면 어려웠을 것. 상황이 잘 들어맞았다”라며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준비한 것은 이의형, 갈레고와 바사니의 투입 시기였다. 결과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이기기 위해 준비해왔다”라고 말했다.

구단 창단 후 첫 제주전 승리다. 연고지 악연을 둘러싼 한을 풀었다. 이영민 감독은 “팬들 응어리를 풀었다고 생각한다”라며 “하지만 승리는 오늘까지. 다음 경기 성남FC전이다. 차분하게 경기를 준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오늘 경기 이영민 감독의 교체카드가 모두 적중했다. 이의형, 갈레고, 바사니는 후반전 투입해 분위기를 바꿔놨다. 다만, 옥에 티도 있었다. 이의형이 선제골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끌어올렸지만, 후반 추가시간 격차를 벌릴 수 있던 페널티킥 찬스에서 바사니가 실축하고 말았다.

사진=부천FC1995

이희형 감독은 “이의형은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가 지난 천안시티전에서 발목을 다쳤다. 이후 본인이 경기에 나서고 싶은 의욕을 보여줬다. 회복과 재활에 매진했고, 빠르게 돌아왔다. 좋았던 흐름을 살리고자 많은 노력이 있었다. 그런 모습들이 오늘도 이어진 것 같다”라며, 실축한 바사니에 대해서는 “우리 팀 1번 키커다. 다음에도 페널티킥 기회가 나온다면 내세울 것이다”라고 감쌌다.

이영민 감독은 제주를 꺾었지만, 승리의 기쁨은 커 보이지 않았다. 바로 다음 경기 걱정 뿐이었다. 그는 “오늘은 코리아컵 일정이었다. 제가 해야 할 일 중 많은 비중을 두지는 않을 것이다. 팬들의 응어리를 푼 것은 좋지만, 리그를 잘 치러야 한다. 경기에서 이기면 기분이 좋다. 끝나는 순간 기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마냥 기쁠 수가 없더라. 감독의 자리가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다.

[부천=김영훈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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