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김철중]비보호 유턴도 능숙한 中자율주행택시… 교통통제 구간 들어서니 ‘깜깜이’
베이징 도심 기차역서도 서비스 개시… 차량·행인 뒤섞인 곳도 안전 운행
기술 발전으로 차량 흐름 방해 줄어… 교통 통제·돌발 구간에선 속수무책
샤오미 차량 사고로 안전 우려 재점화
《9일 베이징 도심에 있는 베이징남역 주차장. 전날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예약한 시간에 맞춰 도착하니 택시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 지붕에 달린 라이다(LiDAR·레이저 레이더) 장비와 차량 옆면에 붙은 카메라 장비를 통해 자율주행차임을 쉽게 알 수 있었다. 뒷좌석에 올라탄 뒤 모니터 화면에 예약자의 전화번호를 입력하니 ‘안전벨트를 매라’는 안내 멘트와 함께 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
● 도심 정체 구간도 무리 없이 주행
이날 기자는 자율주행택시를 타고 베이징남역에서 약 20km 떨어져 있는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까지 이동했다. 베이징 도심 속 기차역 주변에서는 지난달부터 자율주행택시가 운행을 시작했다. 해당 차량은 사람 없이 운행 가능한 4단계 기술력을 갖췄지만, 복잡한 주차장 환경과 운행 시 돌발상황에 대비해 안전 요원이 운전석에 탑승했다.
베이징남역은 철도, 지하철, 버스, 택시가 통합된 종합 교통 허브로 하루 평균 이용객이 30만 명에 달한다. 또 역 주변의 차량 정체도 심하다. 실제 주차장을 나오자마자 우회전 차로에 들어오려는 차들은 물론이고 자전거, 오토바이, 행인까지 뒤엉켜 상습 정체 구간임을 실감케 했다. 택시는 잠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스스로 운전대를 좌우로 움직이면서 조금씩 전진했다. 늘어선 차량들 탓에 안전거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제없이 정체 구간을 빠져나왔다.
잠시 뒤 도착한 유턴 구간. 중국 도로는 대부분 비보호 유턴을 해야 하는 구조다. 반대편 차로의 차량이 오지 않을 때 재빠르게 차를 돌려야 하는데 이 역시 문제없이 해냈다. 뒷좌석 앞에 있는 모니터에는 전방 약 20m에 있는 자동차와 차도 옆 인도를 지나는 행인까지 정확하게 표시됐다. 급출발과 급정거가 없다 보니 승차감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현재 서비스 가격도 일반 택시 호출서비스와 같은 수준이다.
그동안 자율주행차는 일반 운전자에 비해 판단이 느려 교통 흐름을 방해하고 체증을 유발한다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이날 체험 결과 상당 부분 개선됐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보조도로에서 주도로로 들어설 때는 뒤따라오는 차량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속도를 시속 70km까지 올려 빠르게 진입하기도 했다. 초록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우회전할 때도 잠시 멈췄다가 행인 1명이 지나가자 늦지 않게 교차로를 빠져나가기도 했다.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 안전 요원은 한 번도 운전대를 잡지 않았다. 안전 요원은 “한 달 가까이 자율주행차에 동승하고 있지만, 교통 통제 등에 따른 돌발상황을 제외하곤 한 번도 수동으로 전환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정체 구간에서는 불쑥불쑥 차량 앞머리를 밀어 넣는 다른 얌체 운전자에게 매번 양보하느라 시간이 지체됐다. 자율주행 차량이라는 걸 확인한 운전자들이 오히려 더 부담 없이 끼어들기를 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돌발 구간에서는 역시 한계가 느껴졌다.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가 길게 늘어선 탓에 한쪽 차로가 길게 막힌 상황에서 안전 요원이 나서 다른 차로로 분산시키려고 했다. 하지만 통제 요원의 수신호를 알아들을 리 없는 자율주행택시는 해당 차로를 묵묵히 지킨 채 앞차들이 빠져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예고 없는 교통 통제는 가장 큰 난관이었다. 필자가 목적지에 다다를 무렵 차량 예약 앱에는 ‘일부 도로에서 교통 통제가 진행될 예정이며, 더 이상 오늘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 자율주행차법 추진하는 中
중국에서는 이미 자율주행차가 일상이 됐다. 상하이, 충칭, 우한 등 중국 주요 도시 여러 곳이 자율주행택시의 운전석에 안전 요원이 탑승하지 않는 레벨 4단계의 운행을 승인했다. 9일 자율주행택시의 목적지였던 베이징경제기술개발구에서는 지난해부터 정해진 구간 안에서는 완전 무인 자율주행 택시가 운영되고 있다.
바이두가 운영하는 ‘아폴로 고’는 중국에서 가장 앞서 있는 자율주행차 서비스 업체 중 하나다. 이 회사는 현재 베이징과 우한 등 중국 10여 개 도시에서 무인 자율주행택시를 운영 중이다. 2013년부터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해온 바이두는 올해 3월 기준 누적 주행거리가 1억5000만 km이며, 서비스 제공 건수도 1000만 건을 넘어섰다.
로빈 리 바이두 회장은 2월 한 포럼에서 자율주행차의 실용화가 머지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리 회장은 “현재 자율주행은 인간이 운전하는 것보다 10배 더 안전하다”면서 “자율주행차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바이두의 주행 테스트 결과 자사의 자율주행차 서비스인 ‘아폴로 고’의 실제 사고율이 일반 교통사고의 14분의 1에 그쳤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올해 양회(兩會)에서는 국가 차원의 자율주행차법을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충칭시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인 푸쯔탕(傅子唐)은 “각 지방마다 규정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산업 발전과 국민 안전을 위해 중앙정부 차원의 법이 필요하다”고 제안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자율주행차법 제정 작업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는 게 중국 현지 전문가들의 평가다.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기존 도로교통법은 물론이고 자율주행을 위해 필수적인 각종 데이터 수집과 관련 개인정보보호법, 그리고 사고 시 탑승자의 책임 소지를 정할 보험업법도 함께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 그럼에도 푸 대표는 “법이 제정되면 중국이 자율주행차에 대한 국제 표준을 이끌어 갈 수 있는 기회”라며 입법을 촉구했다.
● ‘스마트 주행 모드’ 사고로 자율주행 우려 재점화
해당 사고는 지난달 29일 밤 안후이성의 고속도로에서 차량이 가드레일에 부딪히면서 발생했다. 사고 차량이 중국의 대표급 테크기업인 샤오미가 제작한 최신형 전기차 SU7이었다는 것 때문에 더욱 큰 화제가 됐었다.
사고가 난 곳은 공사로 인해 차로 일부가 폐쇄된 상태였다. 당시 차량은 스마트 주행 보조 시스템(NOA)이 켜져 있는 상태였고, 장애물을 인지한 시스템이 경고음을 울린 지 2초 만에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국의 주요 도로에는 “스마트 주행 기능을 끄라”는 경고문이 등장하기도 했다.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은 사고 발생 3일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애도를 표했다. 하지만 차체와 시스템 결함 등에 대한 논란은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다. 중국은 이번 사고가 자율주행차 업계 전반에 대한 우려로 번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중국칭녠보는 “자동차 업체들은 스마트 보조 시스템에 대한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해야 하고, 운전자 역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김철중 특파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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