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를 타선 없는 ‘탄탄대로’ 부산 BNK, 창단 첫 챔프 전 우승…정규리그 2위 아쉬움 말끔히 씻어

부산 BNK 박혜진이 20일 홈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과의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골 밑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WKBL 제공

여자프로농구 부산 BNK가 창단후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BNK는 20일 부산 사직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아산 우리은행을 55-54로 꺾고, 5전3선승제의 챔피언결정전을 3전 전승으로 끝냈다.

2019년 창단 후 5년 만의 첫 우승이다. 2022~2023시즌 처음으로 진출했던 챔피언결정전에서 우리은행에 3전 전패로 물러난 아쉬움을 말끔히 털었다. 박혜진은 경기 종료 직전 친정 팀에 비수를 꽂았고, 박정은 감독은 프로농구 사상 최초로 챔피언 반지를 낀 여자 사령탑으로 기록됐다.

거를 타선 하나 없는 두터운 선수층으로 정규리그 1위 우리은행을 압도했다. 에이스 김단비에게 의존한 우리은행은 플레이오프까지 거치며 지친 기색이 역력했고, BNK는 주장 박혜진을 시작으로 안혜지, 이소희, 김소니아, 아시아쿼터 이이지마 사키까지 모든 주전이 경기마다 번갈아 활약했다.

‘챔피언 DNA’를 지닌 박혜진의 존재감은 압도적이었다. 우리은행에서 왕조를 구축하며 챔피언 반지만 이미 8개를 낀 박혜진은 고향 팀 BNK로 옮긴 이번 시즌 주장을 맡아 팀을 끌었다. 박정은 감독은 “박혜진이 와서 제일 달라졌다. 득점보다는 선수단 문화나 생활, 농구에 대한 자세가 정말 선수들에게 스며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BNK는 4강 플레이오프에서도 큰 고비를 이겨내며 더 단단해졌다. 용인 삼성생명을 만나 2승 후 2패를 당하며 5차전까지 갔지만 마지막 승부를 이겨내고 챔피언결정전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쌓인 경험과 자신감이 챔프전에서 빛을 발했다.

정규리그에서 김단비와 매 라운드 최우수선수(MVP)를 놓고 불꽃 경쟁을 했던 에이스 김소니아에 더해 플레이오프 이후 BNK는 매 경기 각각 다른 선수가 주인공이 돼 팀의 깊이를 증명했다. 1차전에서는 박혜진과 이소희가, 2차전에서는 안혜지가 16점을 터트렸다.

우리은행 김단비. WKBL 제공

3차전도 에이스들의 대결에서 승부가 갈렸다. 우리은행은 3쿼터 들어 김단비가 살아나면서 33-33 동점을 만들어냈지만, 다른 선수들의 득점이 터지지 않으면서 탄력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4쿼터 들어 김단비가 다시 날았다. 경기 종료 37초 전 2점을 꽂아넣으며 54-52로 승부의 균형추를 기울였다.

하지만 BNK에는 박혜진이 있었다. 2점 차로 뒤진 상황에서 경기 종료 18초를 남겨두고 박혜진의 3점이 꽂히며 55-54로 다시 역전에 성공했다. 종료 직전 박혜진이 김단비를 수비했고, 김단비의 마지막 슛이 림을 외면하면서 그대로 승부가 끝났다.

지난 시즌 최하위였던 BNK는 여자프로농구 사상 세번째로 직전 시즌 최하위에서 우승으로 직행한 팀으로 기록됐다. 박정은 감독은 프로농구에서 여성 사령탑 최초로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끌었다. 선수와 감독으로서 모두 우승한 여자프로농구 최초의 인물이기도 하다. 안혜진은 경기 직후 챔프전 MVP에 선정되는 겹경사를 누렸다.

부산 팬들은 챔피언결정전 내내 사직체육관을 가득 메우며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다. 지난 시즌 남자프로농구 부산 KCC에 이어 이번 시즌에는 BNK의 우승으로 2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의 승리를 만끽했다. 특히 BNK는 안방에서 챔피언 결정 축포를 쏘아 올리며 ‘구도’의 진짜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부산 |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