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2억 뚝' 대혼돈의 강남 "제발 팔아주세요"[르포]
잠실 엘리트 단지, 시행 전 갭투자 문의 빗발
'토허제 확대지정' 반포·용산도 호가 떨어져
"시장 못 읽는 정책…집값 상승 자극제될 것"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집주인들은 하루 만에 호가를 1억~2억원까지 낮추고 있고 오늘 아침에도 4팀이 집을 보고 갔어요.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재지정 시행 직전인 이번 주 일요일까지는 정신없이 거래가 몰릴 것 같아요.”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정부가 19일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와 용산구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확대 지정한 후 매수, 매도자들이 모두 혼란에 빠졌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그는 “한 달 전만 해도 토허구역 해제로 갭투자가 가능해져 집주인들은 호가를 4억원까지 올렸으나 이제 상황이 뒤집혔다”며 “오늘도 집주인들로부터 가격을 내릴 테니 빨리 팔아달라는 연락이 왔다. 그러나 매수자 입장에선 관망하려는 분위기가 강해 계약으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잠실동의 ‘엘리트’(엘스·리센츠·트리지움) 단지에서는 토허구역 재지정 하루 만에 1억~2억원 낮춘 급매물이 등장했다. 이 지역은 지난달 토허제 해제로 수혜를 본 ‘잠삼대청’(잠실·삼성·대치·청담동)의 대표지역으로 지난달 토허구역 해제 이후 호가가 3억~4억원씩 치솟았지만 토허구역 재지정 발표에 호가가 낮춰지는 데다 매수 심리도 사그라드는 모양새다. 전용면적 84㎡에서 지난달 말 신고가인 30억원을 찍었던 잠실동 잠실엘스의 전용 84㎡ 호가는 현재 27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용산구와 함께 이번에 토허제 적용 대상지역이 된 서초구 반포동 일대 부동산 시장도 동요하는 모습이다.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반포동은 신반포4차, 반포미도 아파트를 중심으로 실거주보다 갭투자 수요가 많은 곳”이라며 “하루 아침에 규제지역으로 지정된 것은 충격적”이라고 했다. 이어 “어제오늘 갭투자가 언제까지 가능한지를 묻는 문의전화도 있었지만 앞으로 거래하려면 구청 허가가 필요해진 만큼 고객들 반응은 뜨뜨미지근하다”고 했다.
서울시 토허제 해제 35일 만에 강남3구와 용산구로 규제를 확대하는 식의 부동산 정책에 공인중개사와 집주인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지만 규제 효과가 있을지에는 의문을 표하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책이 너무 오락가락하고 4개 자치구에 대해 규제를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부동산 시장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 정부에 있긴 한지 의심”이라고 거센 지적을 이어갔다. 이어 “오히려 강남3구와 용산구를 규제하겠다는 게 이 지역 집값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시그널로 읽혀 집값 상승의 자극제가 되고 있다”며 “당장 강동·성동·광진구 등 강남 인근 지역에서 매수가 늘 것이며 결국 이 지역에서 주택을 파는 사람은 상급지인 강남으로 오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전문가들도 이번 토허제 재지정이 악수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규제를 피한 다른 지역으로 갭투자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장소희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부동산팀 수석은 “토허구역 확대지정에 따라 거래량은 다소 줄어들겠으나 가격 상승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며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몰려있는 지역인 강남 3구와 용산에 대한 수요는 토허구역 지정 여부와 무관하게 지속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토허제 해제 후 한 달 만에 다시 규제를 강화한 것은 정책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라며 “7월 예정된 DSR 3단계 규제, 금리 인하 가능성, 정치적 변수 등과 맞물려 시장 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최영지 (yo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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