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우리가 갚아요?"…청년은 연금정치에 ‘폭싹 속았수다’[국회기자24시]

김한영 2025. 3. 22.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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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여주인공 '애순'은 친어머니를 잃고 "대학을 보내주겠다"는 말에 속아 이복 동생들을 키웁니다.

여론조사 업체 여론조사공정(주)이 연금개혁 청년행동의 의뢰로 지난 2월 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58.8%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줄여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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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모수개혁안 통과에 청년 반발 ↑
언금개혁 청년행동 "배신당했다" 비판
국힘 지도부 총사퇴·거부권 행사 요구
'힘 없다'는 與·소득대체율 높이는 野
자동조정장치 필요…합의 전망 어두워
[이데일리 김한영 기자]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에서 여주인공 ‘애순’은 친어머니를 잃고 “대학을 보내주겠다”는 말에 속아 이복 동생들을 키웁니다. “조금만 더 도와주면 대학에 보내주겠다”는 말에 속아 학업과 보모 일을 병행하다 결국 남자친구 ‘관식’과 함께 부산으로 도피하게 되죠. 하지만 거기서도 세상 물정을 모르는 이들의 등골을 후려치는 사기꾼을 만나 가진 재물 전부를 잃게 됩니다.
박수영(왼쪽) 국민의힘 의원과 손영광(왼쪽 네 번째) 연금개혁청년행동 대표 등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연금개혁 법안 통과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국회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습니다. 2030의 지지를 간판처럼 내세운 국민의힘은 청년층의 반발에도 소득대체율을 43%로 높이고 보험료율도 13%로 올리는 모수개혁안에 지난 20일 합의했습니다. 이에 같은 당 소속 의원들도 반발하며, 국민의힘 연금개혁 특위 위원들은 총사퇴를 감행했습니다.

반면, 실제 여론조사 수치상 2030 지지가 국민의힘보다 높은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관련 논의가 전무합니다. 이들은 청년층이 반대하고 있는 소득대체율 인상을 오히려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있습니다. 거대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야당이자, 사실상 입법권에서 우세한 입장에 있는 이들에게 청년의 목소리는 닿지 않았습니다.

실제 연금개혁과 관련해 여당 측과 지속해서 소통을 이어가던 청년 대표 ‘연금개혁 청년행동’도 이 때문에 애순씨와 비슷한 심정이었을 겁니다. 이들은 지난 21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가 “청년을 배신했다”며 국민의힘 지도부의 총사퇴와 대통령 권한대행의 모수개혁안 재의요구권 행사를 촉구했습니다. 청년행동과 같이 회견에 나선 대학생들도 “미래 세대가 빚더미아 앉을 것”, “청년 착취 멈춰라”는 등 비판에 가세했죠.

국민의힘은 연금개혁 관련 청년간담회에서 이들을 초청한 적이 있습니다. 간담회에서 청년행동 측은 소득대체율 상승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여당과 연금개혁을 논의할 만큼 보수 진영에 우호적인 단체조차 이번 모수개혁안에 배신감을 느꼈다고 할 정도로 반발은 거셌습니다.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적 반발은 지속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업체 여론조사공정(주)이 연금개혁 청년행동의 의뢰로 지난 2월 1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를 대상으로 소득대체율 인상에 대한 찬반 여부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58.8%가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현 상태로 유지하거나 줄여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높여야 한다고 답한 응답자(19.4%)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었죠.

이에 따라 여당 내에서는 모수개혁안이 통과한 만큼 자동조정장치는 필수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야당과 합의를 위해 일보 양보는 했으나, 여전히 재정적 부담은 크다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그 부담은 청년층이 모두 떠안게 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별다른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여야가 합의한 모수개혁안은 그대로 시행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경제부총리가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는 이상 ‘더 내고 더 받는’ 새로운 국민연금을 막을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여야가 18년 만에 합의한 모수개혁안에 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구조개혁에 대한 전망도 어둡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입니다. 이미 모수개혁안이 통과돼 대외적으로 연금개혁을 이룬 상황이고, 여야가 일부 이견을 보이던 크레딧 제도도 합의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서로 주고받으며 협상할 수 있는 카드 자체가 사라졌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옵니다.

구조개혁 없는 모수개혁이 유지된다면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은 여전히 천정부지로 늘어납니다. 청년의 목소리를 듣겠다고 한 국민의힘은 “소수당이라 힘이 없다”고 합니다. 청년 세대의 지지가 높은 민주당은 관련 논의조차 없습니다. 정치권에 반겨줄 아랫목 하나 없는 청년들은 어디에 기대야 할까요?

김한영 (kor_e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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