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두근두근 불안해도 국회 증인 출석한 이유..."저 살려고요"
[김예진 기자]
3월 4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이후, 강경모 대규모점포 입점점주협의회 부회장은 가게보다는 가게 밖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홈플러스 북수원점에서 8년째 프랜차이즈 안경점을 운영 중인 그는 "2시간 달려 가게로 가서 오후 4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일할 거 같다"고 했다.
지난 20일 국회에서 만난 그는, 그날만 해도 오전 8시 30분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홈플러스 대책 TF 3차 회의에 참석했던 차였다. 간담회를 위해 새벽 5시에 일어났고, 인터뷰를 마친 후 다시 가게에 가봐야 한다고 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일 12시간 동안 안경점을 지켜온 그의 일상은 완전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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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에 대한 긴급 현안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그는 "정무위 전체회의에 공황장애 약을 먹고 들어갔다"고 털어놨다. 강 부회장은 " (회의실에) 들어가자마자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해져서 약을 먹었다"고 전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일정을 소화하고 현안 대응을 하느라 "요 며칠은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다"는 그가 이 '부담스러운 일'을 맡은 가장 큰 이유는 자신의 생존 때문이라고 했다.
"99%는 제 일이니까 하는 거죠. 저 살려고요."
그는 2021년 코로나 시기에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출범한 대규모점포점주협의회에서 부회장을 맡고 있다. 협의회에 속한 점주만 총 200명. 홈플러스 내 점포만 8000개다. '나의 생존'은 '그들의 생존'이기도 했다. 그가 약을 먹어가며 이 압박을 견디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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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2위 홈플러스가 지난 6일 잇따른 협력사 이탈로 영업 중단 고비를 맞았다가 대금을 순차적으로 지급하기 시작하면서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주요 식품기업 오뚜기, 롯데웰푸드, 삼양식품 등 3곳이 9일 홈플러스 납품을 재개했거나 재개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9일 서울 한 홈플러스 매장의 모습. |
ⓒ 연합뉴스 |
"원래는 2월 28일에 1월 대금을 받아야 했어요. 하지만 지급이 미뤄졌고, 3월 4일에 정상 입금될 거라 생각했죠. 그 날 아침, 홈플러스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대금 정상 지급되는 거 맞냐'고 물었고, 10시 반 쯤 '문제없다'는 답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그는 "정오 쯤 전화가 오더니 (대금) 지급이 안 된다고 하더라. 완전히 멘붕이었다"라며 "대출 이자, 대금 정산, 직원 월급, 카드 값까지 바로 다음 날인 5일에 빠져나가야 하는데 '대체 이걸 어떻게 막아야 하지'라는 생각밖에 안 들었다. 너무 막막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때부터 정말... 멘탈이 완전히 무너졌죠. 갑자기 급전이 필요한 상황이 된 거잖아요. 지금 시국이 시국인지라, 돈 쌓아 놓고 장사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어요. 진짜 그때 한 3년은 목숨이 줄어든 거 같아요."
그는 급히 천만 원을 대출 받았다고 했다. 그는 "직원 1명, 알바생 1명 고용하고 있는데, 이들이 피해를 보면 안 되지 않나"라며 "대출 받은 돈으로 가장 먼저 직원 월급을 해결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임대을' 점주들, '개인 포스기 도입' 바라는 이유
그는 당장 다음 달 대금도 제 때 정산받을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에 개인 포스기를 사용한 지 일주일이 넘었다고 했다.
홈플러스는 '임대을' 계약을 한 입점업체에 홈플러스 포스기를 사용하게 하고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임차료로 뗀 후 대금을 주는 '사후 정산' 방식을 적용해왔다. 홈플러스의 기업 회생 절차로 대금이 지연되자 '임대을' 입점업체 일부는 홈플러스 포스기 대신 개인 포스기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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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홈플러스 공동대표)가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홈플러스·MBK 파트너스 및 삼부토건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그는 "(정산을 제 때 받을지 알 수 없으니) 개인 포스기를 설치해서 일단 점주들에게 먼저 돈이 들어오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부회장은 "개인 포스기에 대한 (본사의) 응답은 따로 없다. 그런데 이 문제가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테넌트(임대점주) 담당자들이 계속 '3월 28일에 2월 대금을 정상 지급할 테니, 31일에 3월분 매출을 입금하라'는 연락을 점주들에게 하고 있다"고 전했다. 홈플러스 본사는 점주들이 개인 포스기를 사용하자 매출 현황을 확보하기 위해 당월 '매출 입금'을 별도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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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광일 홈플러스 대표이사 겸 MBK 부회장과 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금정호 신영증권 사장, 강경모 홈플러스 입점협회 부회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에 대한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출석해 선서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강 부회장은 "배스킨라빈스는 해피 포인트나 통신사 할인을 사용하여 결제하는 경우가 있어서 이런 경우 홈플러스 단말기로는 사용이 안 된다"라며 "같은 '임대을'이라도 이런 특약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계약서에도 '임대을'에게 홈플러스 단말기 사용을 강제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강 부회장은 "홈플러스 내 롯데리아 점포인데 홈플러스 포스기를 사용하는 곳과 개인 포스기를 사용하는 곳이 있다"라며 "'임대을'에게 홈플러스 단말기를 사용해야 한다고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계약서에도 없는 내용이라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정산 방식을 협의할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 이 부분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도 확인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신청 과정에서 '을'의 위치가 얼마나 취약한지 실감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회생신청 하고 가장 먼저 연락 돌린 곳이 (물건을 납품하는) 오뚜기 같은 대기업이었어요. 물론 마트가 존속하려면 제품 공급이 중요하니까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홈플러스 안에 저처럼 몰을 운영하는 점주들도 있는데, 몰은 늘 외면 받아요. 아직 1월 대금도 정산 받지 못한 점주들도 있잖아요. 이 분들 속 얼마나 타들어 가고 있겠어요."
'99% 나 살자고 하는 거'라던 그는 나머지 1%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내가 보호 받을 방법이 뭘까'를 생각했어요. 마트 안에서 입 닫고 있으면 돈 못 받는다고 생각했어요. '가만히 있어도 돈 다 받잖아' 그럴 수 있죠. 그런데 목소리 안 냈어도 줬을까요? 목소리를 내는 것과 모여서 목소리 내는 게 과연 같을까요? 대기업들은 우리 먼저 안 도와줘요, 절대로. 지금 저는 저를 스스로 보호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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