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낙찰’ 제주 부동산.. ‘한 달 살기’는 옛말, 관광 침체에 ‘패닉 매물’ 속출

제주방송 김지훈 2025. 3. 22.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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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박시설 줄줄이 ‘경매행’.. 감정가 절반에 팔려도 주인 찾기 힘든 현실
“관광객 발길 끊기자 공실만 쌓여”.. 투자자들 ‘손실 폭탄’에 초비상


제주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한파에 휩싸였습니다. ‘한 달 살기’ 열풍과 함께 인기를 끌던 제주 숙박시설이 이제는 시장의 골칫거리로 전락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회복세를 보이던 관광시장이 다시 내리막을 타면서 호텔과 레지던스, 오피스텔, 빌라 등이 경매시장으로 쏟아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감정가 절반 수준에 낙찰되는 ‘반값 경매’가 속출하는 가운데, 공실이 쌓여가며 손실을 견디지 못한 투자자들이 ‘패닉 매물’을 대거 내놓고 있는 실정입니다.

경매시장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감정가 대비 30~40% 수준에 거래되는 사례가 잇따르며 부동산 시장의 침체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습니다.


■ 경매시장에 몰리는  숙박시설.. ‘반값 낙찰’ 현실화?


22일 경매 전문 플랫폼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달 서귀포시 서귀동에 위치한 한 3성급 호텔은 감정가 86억 2,600만 원의 63.8%인 55억 원에 낙찰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가까이 제주올레 전통시장에서 도보 10분 거리라는 입지를 갖춘 걸 감안하면 눈에 띄는 저가 낙찰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입니다. 두 차례 유찰 끝에 최저입찰가가 감정가 절반 수준인 42억 원까지 떨어진 후에야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또 서귀포시 동홍동의 한 빌라(전용 77㎡)는 감정가 3억 5,400만 원에서 절반 가격인 1억 8,750만 원에 낙찰됐습니다. ‘한 달 살기’를 비롯해 골프투어 등 수요가 있었던 전원주택형 빌라였지만 세 차례 유찰 이후 최저입찰가가 1억 2,100만 원까지 추락한 이후 13명의 응찰자가 몰리면서 낙찰이 성사됐습니다.

생활숙박시설과 오피스텔도 경매시장에 대거 등장했습니다. ‘한 달 살기' 숙소로 인기가 높았던 제주시 연동권 한 생활숙박시설은 지난달 4건이 경매에 나왔고, 낙찰가율은 모두 40%대에 머물렀습니다. 공항 인근의 한 생활숙박시설도 지난달 15건이 경매로 나왔고 이들 대부분 감정가의 30% 안팎에서 낙찰되며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 관광객 감소가 만든 ‘부동산 한파’

제주 관광시장은 코로나19 이후 꾸준히 회복세를 보였지만, 올해 들어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재차 꺾이는 모양새입니다.

제주자치도관광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21일 현재까지 제주를 찾은 관광객 수는 243만 9,183명으로, 코로나19 직후인 2021년(176만 5,138명)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275만 1,391명)과 비교해 11% 상당 줄어든 수준입니다.
관광객 감소와 함께 제주 지역 숙박시설의 과잉 공급과 투자 실패가 맞물리며, 부동산 시장 침체가 깊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관련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생활숙박시설의 경우 관광 수요에 크게 의존하는 특성이 있어 한동안 시세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과 함께, “대출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투자자들이 손실을 감수하고 경매에 내놓는 경우가 급증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양극화의 그늘’ 짙어지는 경매시장


한편 서울 강남권과 송파구 잠실동 등 인기 지역은 경매시장이 활황을 보이며 낙찰가율이 강세를 이어갔습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낙찰가율은 91.8%로 견조한 흐름을 보였지만, 비인기 지역과 지방에서는 유찰이 반복되며 낙찰가율이 급락하는 양극화 현상이 심화 양상을 보였습니다.

제주 역시 낙찰가율이 전국 평균(65.7%)을 크게 밑도는 47.5%에 불과한 수준입니다. 아파트 평균 응찰자 수는 2.8명으로 전국 평균(3.7명)보다 적어 경쟁이 저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관광 회복세가 지연될 경우 부동산 시장의 경매 침체가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라며, “관광 수요가 반등하더라도 단기 시세 회복보다는 저가 매물을 통한 임대 수익 전략이 보다 현실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습니다.

JIBS 제주방송 김지훈(jhkim@jibs.co.kr)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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