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혁신 위한 메기’ 돼야 할 사모펀드, 단기 차익만 좇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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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차입투자 의존하다 홈플러스 위기 직면
본질적 기능 살리고 부작용 줄이는 장치 필요
전국 126개 매장을 보유한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위기가 단기 차익만 좇는 사모펀드(PEF)의 투자 관행 때문에 촉발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 어제 국회 정무위원회는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MBK파트너스 및 홈플러스 경영진을 출석시켜 조사를 벌였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은 해외 출장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MBK가 토종 사모펀드란 점을 강조해 놓고 많은 피해자가 있는 홈플러스 사태에 책임지려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이) 오만방자하다”는 비판까지 나왔다.
이번 사태는 지난 4일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MBK 측은 지난달 28일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자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MBK 측이 신용등급 하락을 먼저 인지하고도 채권을 발행한 뒤 회생절차를 신청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신청 직전까지 카드매출 채권을 담보로 기업어음(CP)·전자단기사채(ABSTB) 등 수천억원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 중 1880억원은 주로 개인과 일반 법인이 주관 증권사를 통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선량한 투자자들의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 국세청이 MBK 세무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금융감독원은 신용등급 강등 경위 조사에 나섰다.
파문이 커지자 김 회장은 홈플러스에 입점한 소상공인 결제대금 해소에 사재를 내놓겠다고 했으나 과도한 차입 실태가 드러나면서 사모펀드의 투자 관행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내에 토종 사모펀드가 도입된 것은 2004년부터다. 외환위기 당시 외국계 사모펀드에 의존했던 부실기업 정리와 경영 효율화를 토종 사모펀드에 맡겨 ‘연못의 메기’ 역할을 해달라는 기대였다. 금융당국은 주로 ‘큰손’들이 자금을 댄다는 점을 고려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를 최소화해 왔다. 이에 힘입어 2004년 첫 해 4000억원이던 토종 사모펀드 규모는 2023년 136조4000억원으로 341배나 성장했다.
MBK 역시 홈플러스 인수에 투입한 6조원 중 45%에 달하는 2조7000억원을 대출로 조달하는 차입매수(LBO) 방식을 활용했다. 이 방식은 과도한 차입금 상환을 위해 인수 기업의 알짜 자산을 팔아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탓에 경영을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 홈플러스도 알짜 매장을 여럿 팔았다. 한샘·락앤락 등도 토종 사모펀드 인수 이후 부실해졌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 돼선 안 된다. 금융당국은 ‘연못의 메기’ 역할이라는 사모펀드의 본질적 기능을 살리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장치 마련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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