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욱 “꽃을 든 스윗남이요? 불편합니다!” [MK★인터뷰]

금빛나 MK스포츠 기자(shine917@mkculture.com) 2025. 3. 13.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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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욱의 ‘이방원’은 모두가 알고 있는, 대중매체에서 흔하게 비춰졌던 ‘태종 이방원’과는 결이 달랐다.

아버지와 함께 역성혁명을 일으켜 조선을 세운 혁명가이자, 왕좌에 오르기 위해 손에 직접 피를 묻힌 야심가며, 왕이 된 이후 조선의 왕권을 굳건하게 지키기 위해 외척인 원경왕후의 집안까지 숙청한 ‘킬방원’의 모습까지. 모두가 알고 있던 태종의 모습이 냉혹한 철혈 군주에 가까웠다면, 이현욱이 그렸던 tvN 드라마 ‘원경’ 속 이방원은 아내를 사랑하지만, 그럴수록 더 밀어내고 구속해야 하는 딜레마와 고뇌를 가진 ‘외로운 이방원’을 보여주면서 극을 이끌어나갔다.

“드라마가 끝났을 때 여러 감정이 들었어요. 아쉬움이 가장 많이 남았던 거 같아요. 실존 인물로 유명하고 잘 알려진 왕이다 보니 그런 부분에 있어서 보시는 분들이 가지고 있던 이방원이라는 인물에 대한 이미지에 대한 기대가 있었을 거잖아요.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이지만, 그래도 다른 면을 봐주시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는데 그런 기대들이 조금은 잘 이뤄지지 않았나 싶어서 아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죄송스러운 마음도 있었어요.”

사진=길스토리
실존 인물일 뿐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는 왕의 이면을 보여주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호와 불의 영역을 넘어 ‘역사왜곡’ 우려마저 나올 수 있는 만큼 민감한 문제임에도, 이현욱은 실록을 따라 그동안 대중매체서 비춰주지 않았던 새로운 이방원 만들기에 나섰고, 시청자들의 호평 속 기분 좋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파리하다’는 표현도 적지 않게 나왔고요.

“조선왕조실록을 공부했을 때, 그동안 대중매체에서 다뤘던 이방원과는 또 다른 모습이 있다는 걸 알았어요. 그동안의 이방원은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하잖아요. 그런 부분이 원경왕후 가문을 멸문지화하고 수많은 사람을 숙청하는 냉정함을 강조해 주었는데, 가족을 사랑하고 자식이 죽었을 때 진심으로 슬퍼했다는 기록도 있거든요. 인간미가 없는 왕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외척을 수척했을 때 무표정하게 죽였을지, 갈등은 없었는지, 평소 원경왕후를 사랑하는 감정을 어떻게 보였을지를 많이 생각했어요. 지금이 아니면 언제 왕을 해보겠는가 싶기도 했고, 이방원의 인간 부분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 같아서 하기로 선택했습니다.”

초반 제기됐던 역사왜곡 논란에 “괴롭고 많이 힘들었다”고 조심스럽게 말한 이현욱은 “어떻게 보면 도박인 면도 있었지만, ‘원경왕후’를 재조명하는 작품이 나왔어야 했다면, 누군가는 해야 하는 역할이었다고 생각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모두를 만족시켜 드리기는 어려울 거라고 생각했고, 최대한 조심해서 작업했던 거 같아요. 역사라는 것이 같은 기록이라도 다른 관점에서 보면 다르게 볼 수도 있는 여지가 있잖아요. 무엇보다 역사는 원경왕후도 그렇고 태종에게도 친절하지 않았어요. 태종은 새로운 시도였고, 원경왕후는 자료가 정말 많이 없었거든요. 대본을 분석하는 과정 속에서 선생님들의 고증이나 자문을 끊임없이 받았어요.”

막상 뚜껑을 연 ‘원경’은 역사 왜곡의 부분 보다는 ‘노출’에 대한 논란이 더 컸다. 아무리 부부인 이방원과 원경의 사랑에 초점을 맞췄다고 하지만, 필요 이상의 노출신이 많았다는 의견이 제기된 것이다.

“방송 전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더 제작진들과 소통이 필요했다고 생각하기에 아쉬운 마음도 있어요. 실존 인물이고 실제 성함을 쓰고 해서, 아직 까지도 조심스럽고 죄송스러운 마음이 있는 거 같다. 그런 부분에 있어 노출을 지양하는 편이기는 해요. 노출로 말이 나왔을 때 개인적으로는 아주 괴로웠어요.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문제가 있었던 거 같아요. 저도 방송을 보고 알았으니 말이죠. 하지만 고생하시는 분들의 노고도 있는 부분이기에 모든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이현욱은 극 중 부부 호흡을 맞췄던 차주영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원경왕후와 태종의 이야기이기도 하니 이야기의 흐름이 둘을 중심으로 진행된 만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현장에서 대본을 달고 살았기에,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했음을 고백했다.

“주영이 같은 경우는 처음부터 원경의 목소리와 톤이 완벽하게 잡혀있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시도를 좀 했었는데, 그런 것들이 저의 결과적으로는 다른 선배들이 했던 이방원이 사극톤의 위엄이 있었다면, 저는 그와 조금 거리가 있었어요. 태어났을 때부터 왕이 아닌 이후에 왕이 된 인물이잖아요. 아버지의 인정을 못 받고 외척들의 세력다툼 권력의 욕망을 보이면서 예민하고 고독하고 예민한 부분이 있으니, 결단하는 데 있어서 에너지하고 파워풀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 않았을까 했어요. 초반에는 우유부단해 보일 수 있겠다 싶기도 했죠.”

이현욱은 차주영을 향한 칭찬도 잊지 않았다. 도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털털하면서도 결단력 있는 배우, 이현욱이 칭찬하는 차주영의 모습이었다.

“주영이가 노역 분장을 했는데 노역 같지 않아서, 스타일 낸 거 같다고 했어요. 주영이는 목소리나 말투라든지, 행동도 그렇고 뭔가 도도하게 볼 수 있잖아요. 저는 ‘더 글로리’로 처음 봐서 에너제틱한 친구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만난 주영이는 너무 다른 사람이더라고요. ‘우아한 척하는 줄 알았다’고 말을 하는데, 이 친구의 디폴트가 이런 거더라고요. 언제는 털털하고 언제는 결단력 있고, 냉철하고 사람들에게 잘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 같았어요.”

차주영과 최상의 케미를 자랑한 이현욱은 종영 당시 꽃다발을 선물한 장면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제 유튜브나 인스타에도 보고 싶지 않아도 올라오더라”고 말한 이현욱은 “너무 스윗한 이현욱, 굉장히 불편하다”고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원경’ 촬영을 마치고 깜짝 생일 이벤트를 해주서서 고마웠는데, 주영이는 겹치지 않더라고요. 주영이는 원경으로서 한 사람의 일대기를 연기했잖아요. 얼마나 많은 것들이 스쳐 지나갔겠어요. 마지막을 의미 있게 해주고 싶은데, 어떻게 할까 하다가 꽃다발을 생각했어요. 장미 55송이와 편지를 써서 줬는데, 그런 것들이 미담처럼 나와서 부담돼요. 저는 예의를 갖췄을 뿐인데, 부끄럽네요. 각자가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각자의 몫인데, 표면적으로 화제가 되면 부끄러워요. 무엇보다 제가 어떠한 프레임이 씌워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서요. 이걸 또 하면 저는 만발하는 사람, 안 하면 차별하는 사람이 되잖아요. 저는 저를 위해 해준 생일파티에 대한 보답과, 그동안의 노고에 대한 위로를 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왕비를 연기했고, 심지어 첫 타이틀롤이었는데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 생각하면 안쓰러운 마음도 있었죠. 드라마를 1년 정도 준비를 했는데 로케가 일반 드라마의 3~4배 정도가 됐거든요. 진짜 주영이와 저는 원경의 삶을 살려고 노력했었고, 마지막 순간 그런 것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더라고요. 영상 보면 안아주는 것이 처음 시작하는데, 그때 눈물을 엄청 참았어요. 현장의 시간과 힘들어했던 것들이 지나가면서 눈물을 참으려고 안은 거에요.”

‘원경’을 무사히 마친 이현욱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에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 건 없다. 그런 걸 정해도 아마 목표 이루면 끝났다고 생각하기에”라고 말문을 열었다.

“저는 목표를 정하는 편은 아니에요. 삶이라는 것이 계획대로 되는 경우도 없었고요. 사실 인터뷰를 하는 것이 조심스러웠는데, 이걸 해야지 ‘원경’을 보낼 수 있을 것만 같았어요. 안 그랬다면 작품이 가슴에 많이 남아서 좋은 마음도 아쉬운 마음도 괴로운 마음도 가지고 살았을 거 같았거든요. 다음 계획이라든지 목표를 말하기 전에 ‘원경’이라는 작품을 위해 노력해 주셨던 분들께 감사하다는 마음을 먼저 전달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

[금빛나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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