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열의 요산요설(樂山樂說)] 18. 눈 쌓인 산에 첫 길을 내는 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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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지역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계단 등이 정비되어 있지 않은 산길에 많은 눈이 쌓이면 어디가 길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설산에 길을 내려면, 등산로를 눈감고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밤새 폭설이 덮친 산에 가장 먼저 길을 뚫는 일은 주로 그 지역 산악회원들이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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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동 지역에 폭설이 내렸습니다. 3·1절 연휴부터 사나흘 간 이어진 폭설로 설악산은 물론이고 대관령을 비롯해 산간 고지에는 정강이까지 푹푹 빠지는 눈이 쌓인 곳도 많습니다. 덕분에 동해안에서 바라보는 백두대간의 설경이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한반도의 등줄기인 백두대간 고산준령이 흰 눈을 뒤집어쓰고 눈부신 나신을 드러내는 장관을 목도하는 것은 이즈음 동해안 관광의 백미라고 할만합니다.
이렇게 심설(深雪)이 쌓인 산을 등산하다 보면 문득 의문이 듭니다. ‘폭설이 내린 산길에 맨 먼저 발자국을 남긴 사람은 누구일까’하는 것입니다.
계단 등이 정비되어 있지 않은 산길에 많은 눈이 쌓이면 어디가 길인지 분간하기 어렵습니다. 나무 사이, 여기도 길인 것 같고, 저기도 길인 것 같은, 난처한 상황에 맞닥뜨리기 십상입니다. 그런 산에서 길을 잃는다면, 필연적으로 조난 사고로 이어지기에 길을 찾는 것은 산행의 안전과도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눈 덮인 산에 가장 먼저 길을 내는 누군가는 등산객들에게는 더없이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가 있어 후행자들이 안전하게 산행을 이어갈 수 있으니, 설산(雪山)에 길을 내는 그 누군가는 ‘산길 지킴이’나 다름없는 존재인 것입니다.
그런데 설산에 길을 내려면, 등산로를 눈감고도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밤새 폭설이 덮친 산에 가장 먼저 길을 뚫는 일은 주로 그 지역 산악회원들이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 지역의 산을 찾아오는 등산객들의 안전과 길 안내를 위해 새벽잠을 설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것입니다.
등산 중 선두에서 눈길을 뚫고 나가는 것을 등산 용어로 ‘러셀(Russel)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많은 눈이 쌓인 산길을 헤치고 나가는 것은 평상시 등산보다 훨씬 힘겨운 일입니다. 그래서 러셀 산행은 두세 명 적은 인원으로는 무리이고, 여러 명이 교대로 체력 소모를 줄이면서 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어지러이 걷지 말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취가/ 후일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될지니’라는 시가 있습니다. 또 ‘열매를 딸 때는 그 열매를 맺은 나무를 생각하고, 물을 마실 때는 그 물이 어디서 왔는지 근원을 생각하라’는 말도 있습니다. 거창한 비유 같지만, 설산에 가장 먼저 길을 내는 보시심의 수고 또한 공동체를 위한 미덕이라는 점에서 아름답고 고마운 일임이 틀림 없습니다.
폭설 후 설경이 눈부시니, 저 눈이 다 녹기 전에 첫 발자국을 남긴 보시심을 마음에 새기면서 산행을 한번 즐겨야 할 것 같습니다. 강릉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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