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형의 책·읽·기] 기억과 상처들 둘러싼 ‘문학적 응전’

김진형 2025. 3. 7.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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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광복 80년, 가미카제 특공대가 대거 출현하고 주민의 3분의 1이 목숨을 잃은 오키나와 전투가 일어난 지도 꼭 80년이다.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폭력을 꾸준히 다뤄온 작가는 전쟁의 기억과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자신의 역사를 기록하고 탐구하며 표현하는 것, 오키나와인의 문학적 응전은 '기억을 둘러싼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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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도루마 슌 10년만에 소설집
일본 오키나와 전투 80년 맞아
피해·가해 중첩된 역사 되살려
“대립 대신 연결의 바다 소망해”
▲ 혼백의 길 메도루마 슌

올해는 광복 80년, 가미카제 특공대가 대거 출현하고 주민의 3분의 1이 목숨을 잃은 오키나와 전투가 일어난 지도 꼭 80년이다. 일본군에 의한 주민 학살이나 식량 강탈, 강제 집단 자결 등이 벌어졌고 이곳에서 희생된 조선인들의 유골도 아직 고향 땅을 밟지 못했다.

오키나와 태생의 작가 메도루마 슌이 10년만에 내놓은 소설집 ‘혼백의 길’을 읽다보면 그곳을 더 이상 휴양지로 떠올리기 어렵다. 일본인에게는 불편하고 충격적인 작품일 것이다.

표제작 ‘혼백의 길’을 비롯해 ‘이슬’, ‘신뱀장어’, ‘버들붕어’, ‘척후’ 등 5편의 중단편이 수록됐다. 철저한 취재를 통해 사실성 넘치는 작가의 묘사는 피부에 와닿을 지경이다. 작가의 할머니는 “미군보다 우군(일본군)이 더 무서웠다”고도 말한 적이 있다. 미국과 일본 사이의 삼각구도 속 역사적 충돌을 목도한 작가는 주 4회 카누를 타고 바다에 나가 미군 신기지 건설 저지 운동에도 나서고 있다. 그렇게 ‘행동하는 문학’의 가치를 증명한다.

오키나와에서 벌어진 폭력을 꾸준히 다뤄온 작가는 전쟁의 기억과 상처를 정면으로 마주한다. 표제작에는 아기를 우엉검(일본군의 제식총검)으로 찔러 죽이는 장면이 나온다. 작가가 실제 들었던 이야기를 쓴 것으로 작품에서는 숨이 끊어지기 직전인 여성이 “죽여 줘”라고 ‘나’에게 간절히 부탁한다. 그 부탁을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칼을 빼어 들었던 ‘나’는 86세의 고령이 되어서도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그들의 무덤을 찾아 다닌다. ‘나’는 답답한 마음에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 “나쁜 세상이 되었구나”라고 말하지만 “더 나빠질 거예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자신의 역사를 기록하고 탐구하며 표현하는 것, 오키나와인의 문학적 응전은 ‘기억을 둘러싼 싸움’을 벌이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도 귀감이 될 만하다. 일본은 한반도 병합에 앞서 오키나와 지역인 류큐국을 무력으로 병합한 역사가 있다.

한국어판 서문은 이렇다. “오키나와 전투에 관한 역사 왜곡과 미담 만들기가 일본 정부와 우익 세력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한국의 독자들이 류큐·오키나와의 역사와 현실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한국과 오키나와 사이의 바다가 대립과 격랑의 바다가 아닌 연결의 바다가 되기를 소망한다.”

살아남은 자들의 지울 수 없는 고통과 상흔은 여전하다. 세대를 거듭하면서도 해소되지 않는다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작가는 아쿠타가와상, 가와바타 야스나리문학상, 이호철통일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김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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