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Knock] 전세사기 피해지원 ‘뒷짐’진 지자체…조례제정 단 2곳뿐
도내 조례 제정 원주·태백 불과
사기 피해 현황 파악조차 안돼
타 지자체 주거·이사비용 제공
강원 피해예방 보증료 지원뿐
도내 전세사기 283명 강릉 최다
피해자 고통 호소 지원책 시급
전세사기 피해 주택을 지자체가 관리하도록 규정한 전세사기특별법이 개정된 지 5개월여 흘렀지만, 도내 지자체는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임대인이 납부하지 않은 공과금을 대신 내거나, 물이 새고 엘리베이터가 고장나도 불편을 감수하고 있다.
■피해지원 조례 제정 미흡
19일 국가법령정보시스템을 보면 도내에서 전세사기 피해지원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는 원주와 태백뿐이었다. 지역별로 보면 광역단체 조례를 포함해 경기도가 13곳으로 가장 많았다. 서울(8곳)·전남(〃), 강원(3곳)·대전(〃)·대구(〃), 광주(2곳)·경남(〃) 등이 뒤를 이었다.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피해자법)은 국가 및 자치단체가 전세사기피해 사실 조사, 피해주택 매입, 법률상담지원, 금융지원, 주거지원 대책 등 피해자 보호대책을 수립하도록 규정한다. 지자체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실태조사와 보호대책 수립 및 시행, 지원사업 등의 조항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 조례 있어도 ‘유명무실’
문제는 조례가 있어도 허울뿐이라는 점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이 피해자 지원을 전담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자체는 전세사기 피해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원주시 관계자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른 제약에 더해 지자체가 (전세사기피해)현황을 알 수 없고 (피해자를)관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원주시는 전세사기 피해 실태조사를 제정 1년이 넘도록 하지 않고 있다. 원주시 조례는 시장이 전세사기 피해 실태조사를 실시할 수 있고, 피해자 보호대책을 의무적으로 수립하도록 규정한다. 원주시 관계자는 “읍면동에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 사업 등을 담은 전세사기 피해 예방 책자를 비치하거나 부동산 중개사들에게 예방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 타 지자체, 주거비·이사비용 지원
전세사기 피해 지원 움직임이 없는 도내 지지체와 달리 전북, 대구, 경기, 대전 등은 여러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대전시는 주거안정지원금(최대 100만 원), 공공임대주택 이사비용(〃 100만 원), 경매이후 퇴거 시 월세(〃 480만 원) 등을 지원한다. 전북·대구 수성구는 전세사기 피해자에 각각 월세 주거비(〃 300만원)·생활안정지원금(〃 120만원)을 준다. 경기도는 피해 주택당 공사비 2000만원을 제공한다.
한편 강원 지역은 강원도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증료 지원(30만원)이 유일하다. 이마저도 피해자 지원이 아니라 ‘피해 예방’이 목적이다.
■ 방치된 전세사기 피해자
도내 지자체는 피해 주택 관리에도 눈을 감고 있다.
지난해 9월 개정된 전세사기피해자법은 임대인이 잠적해 방치된 피해 주택을 지자체가 공공위탁관리하거나 수선 비용을 지원하도록 한다. 개정 5개월이 흘렀지만 원주시와 태백시는 조례에 해당 내용을 추가하지 않고 있다. 원주시는 올해 개정 예정이다.
도내 지자체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방관하는 사이, 피해자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원주 전세사기피해자 이 모 씨가 대표적이다. 이 씨 집은 비가 오면 1층 현관에 물이 샌다. 이번 겨울에는 수도관이 터지고, 스프링클러가 난데 없이 작동해 소방관이 찾아오기도 했다. 건물 곳곳을 손봐야 하지만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임대인은 연락이 닿질 않는다. 집주인이 수개월째 공용전기·수도요금을 미납해 이 씨를 포함해 세입자 10세대가 대신 내고 있다. 이 임대인은 이 가족이나 지인 명의로 인근에 건물 3채를 더 거느리고 있다.
■ 강원 전세사기는 ‘현재진행형’
이 씨 같은 피해자는 도내 다수일 것으로 전망된다.
강원도에 따르면 2023년 7월부터 지난해 12월 20일까지 강원지역에서 283명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강릉이 128명으로 가장 많았고, 원주(101명), 홍천(20명), 춘천(18명), 철원(12명), 속초(2명) 등 순서로 많았다.
철원군에선 피해자 10여 명이 미분양된 빌라에 살다가 전세를 놓은 업체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철원군의 한 공인중개사는 “당시 전세를 놓은 업체가 피해자 연락을 받지 않았다”면서 “현재 경매 절차를 밟고 있는 거로 안다”라고 말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 원주출장소 관계자는 “임대인이 연락이 안 되거나, 사망했을 때 상속인이 (주택) 안전 관리를 전혀 하지 않아 고충을 겪는 피해자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전세사기 피해는 상존하고 있다. 19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HUG의 강원 지역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금액은 2022년 22억원에서 2023년 88억원, 지난해 119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2년 새 5배 넘게 증가했다. 전세보증금반환보증 보험은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기관이 대신 보증금을 지급해 주는 보험이다. 보증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이 피해자가 폭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김덕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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