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구속 취소 비판, 용산서 난리" 보훈부, 한밤중 5·18단체 '압박 공문'
[김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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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보훈부 |
ⓒ 연합뉴스 |
보훈부는 5·18단체 성명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중립 의무 준수를 요구하는 공문을 한밤중에 내려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늦은 밤까지 이어진 수차례 전화·공문 발송 등 이례적인 업무 연락 과정에서 보훈부는 '용산 대통령실'을 거론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8일 <오마이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보훈부는 7일 오후 10시,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 오월 3단체에 정치적 중립 의무 준수를 요구하는 공문을 내려보냈다.
보훈부는 공문에서 5·18단체가 이날 발표한 성명은 법령과 5·18민주단체 정관 위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특정 정당 정강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 특정 공직후보자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행위 등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 사례를 열거하며 유의할 것을 요구했다.
보훈부는 공문 발송에 앞서 이날 수차례 5·18유족회에 전화를 걸어 성명서 원본을 요구하고, 성명 발표 경위 등을 캐물은 것으로 취재결과 확인됐다.
보훈부 A 서기관은 이날 오후 5시경 양재혁 5·18유족회 회장에게 5·18단체 성명을 다룬 언론 기사를 카카오톡 메시지로 보내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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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청사. |
ⓒ 권우성 |
언론 기사를 담은 문자 메시지에도 양 회장이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자, A 사무관은 전화를 걸어 "정치적 중립 위반이다"고 주장했고, 양 회장은"이게 무슨 정치 개입이냐, 장관님 뜻인가"라고 따져 묻는 등 대화가 오갔다.
A 서기관은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 무엇이냐는 양 회장의 질문에는 "성명 기사에 '내란 주범'이라고 돼 있던데, 이게 법원에 의해 확정된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또한 "장관님 지시는 아니다" "보고서를 써야한다"는 말도 반복했다고 한다.
그 사이 같은 부서의 보훈부 주무관 B씨는 5·18유족회 실무자에게 전화를 걸어 성명서 원본 제공을 요구했다.
양 회장이 원본을 주지 말라고 언급했던 터라 B 주무관은 유족회 실무자에게 읍소하면서 오후 10시까지 수차례 연락해온 것으로 파악됐다.
B 주무관은 다급한 사정을 설명하면서 유족회 실무자에게 '용산 대통령실'을 언급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용산이 난리다" "용산에 보고해야 한다"는 식이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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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18 유족의 뒷모습 제44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윤영규 열사의 아내와 가족이 참배를 마치고 묘지를 나서고 있다. 2024. 5. 18 |
ⓒ 안현주 |
양 회장은 "1980년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5·17 내란) 그리고 이어진 5·18민주화운동의 희생자 단체가 계엄과 내란을 비난하는 성명을 내는 게 무슨 문제란 말인가. 이게 압력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했다.
양 회장은 "일련의 사정을 고려하면 보훈부 역시 용산 대통령실로부터 이날 모종의 압력을 받고 다급히 움직인 게 아닌가 싶다"고도 했다.
다만 보훈부 A 서기관은 <오마이뉴스> 해명 요청에 "통상적인 업무다. 동향보고를 위한 업무연락이었다"며 "구체적 사항은 대변인실을 통해 서면 질의해 오면 답하겠다"고 했다.
A 서기관은 '누구에게 보고하기 위해 동향보고서를 작성한 것이냐' '다른 직원이 5·18단체에 '용산'을 언급한 이유는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동향보고는 통상 업무다. 저는 용산을 언급한 적 없다. 다른 직원이 전화한 내용까지는 알지 못한다"고 했다.
<오마이뉴스>는 보훈부 장관 입장을 듣기 위해서도 수차례 연락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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