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20만 명이 사는 ‘공중도시’ 건설… 진짜 될까?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5. 2. 21. 14:4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우디 초대형 스마트시티 ‘히든 마리나(Hidden Marina)’ 공개

“빌딩이 아니라 도시가 통째로 하늘로 올라간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여의도 2배 크기가 넘는 미래형 공중 도시 ‘히든 마리나(Hidden Marina)’를 전격 공개했다. 도시를 일직선으로 세우겠다는 ‘더 라인(THE LINE)’의 첫 번째 실험 공간이자 20만 명이 사는 공간을 한 번에 조성하는 도시 혁신 실험이다.

지난 2017년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사막 한가운데서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미래형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선언한 뒤 그 계획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히든 마리나가 단순한 건축 프로젝트가 아니라, 석유 이후 사우디의 미래를 결정할 게임 체인저가 될 지 주목받는 이유다.

히든 마리나, 초대형 미래형 도시 ‘성큼’
히든 마리나 조감도. 길이 2.5km, 높이 500m에 달하는 거대한 연결 구조물로, 총 면적이 약 21㎢에 이른다. / 사진=네옴조직위
사우디 네옴 조직위에 따르면 히든 마리나는 네옴 프로젝트 ‘더 라인’의 일부다. 더 라인은 2017년 발표될 당시 엄청난 화제를 몰고 왔던 사우디 북서부 홍해 연안에 건설되는 170km 길이의 직선형 도시다. 여기에서 히든 마리나는 더 라인의 출발이자 핵심 거점 역할을 하며, 고밀도 수직 도시 모델을 선보이는 최초 공간이 될 예정이다.

히든 마리나는 길이 2.5km, 높이 500m에 달하는 거대한 연결 구조물로, 총 면적이 약 21㎢에 이른다. 이는 서울 여의도 윤중로 안쪽 면적(2.9㎢)의 7배, 여의도 전체 면적(8.4㎢)의 약 2.5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히든 마리나 하나로 여의도를 여러 개 붙여놓은 크기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도심이 단번에 조성되는 셈이다.

데니스 히키(Denis Hickey) 네옴 최고 개발 책임자는 최근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린 PIF 민간 부문 포럼에서 “히든 마리나는 도시 생활을 재정의하는 대담한 시도”라며 “완전히 통합된 수직 도시로, 800m 모듈식 구조로 건설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우디 “꼭 성공시켜야 한다”
사우디는 히든 마리나를 추진하면서 기존 도시 모델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도시 공간을 수직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 사진=네옴조직위
사우디는 히든 마리나를 추진하면서 기존 도시 모델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도시 공간을 수직적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통적인 도시는 공간이 한정적이고 교통·에너지 소비가 높은 반면, 히든 마리나는 수직으로 뻗은 고밀도 스마트 도시 구조를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히든 마리나를 통해 네옴 프로젝트가 신기루가 아니라 실제 구현이 가능한 도시 모델이란 점을 알리겠다는 생각이다. 그동안 네옴 프로젝트는 발표의 웅장함에 비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계속 받아왔다. 히든 마리나를 성공시키고 이후 네옴 전체에 걸쳐 적용될 스마트 인프라 시스템을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막대한 규모의 외자 유치도 노리는 중이다. 히든 마리나가 성공해야 의구심으로 바라보는 외국인들의 불안감을 없애고 돈을 더 끌어올 수 있다. 현재 네옴 프로젝트에는 1400억 달러(약 187조 원) 이상의 투자가 집행됐지만, 공사가 실제로 진행되면서 자금이 더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래저래 히든 마리나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이유다.

20만명이 거주하는 스마트 도시로
히든 마리나 조감도. 인공 수로에 크루즈선이 떠다니고 있다 / 사진=네옴조직위
사우디 정부에 따르면 네옴 공사는 순항중이다. 현재 인도, 파키스탄 등에서 건너온 14만 명 이상의 근로자가 건설에 참여하고 있으며, 100여 개국에서 온 글로벌 전문가들 역시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히든 마리나 안에는 20만명 이상 수용을 목표로 8만여 개의 주거 공간, 9000개 이상의 호텔 객실, 상업 및 리테일 공간을 포함하며, 화재 시설, 학교, 경찰서 등 핵심 인프라도 함께 조성될 예정이다.

여기까지 글을 읽고 필자의 기사를 꾸준히 읽은 독자라면 왠지 히든 마리나가 2주전에 소개한 ‘빈살만의 400m 정육면체가 가져온 뜨거운 논쟁’ 기사에 등장한 초대형 정육면체 건물인 ‘무카브’와 느낌이 조금 비슷해 보인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지난 기사참조)

실제로 히든 마리나가 성공적으로 지어질 경우, ‘무카브’와 ‘히든 마리나’는 세계 최대 크기 건물 순위를 다 휩쓸게 된다. 다른점이 있다면 무카브는 수도 리야드에, 히든 마리나는 홍해 근처 신도시 네옴에 세워진다는 정도랄까.

이렇듯 사우디는 현재 사활을 걸고 나라 전체를 뒤집어 엎어 랜드마크가 될 만한 초대형 프로젝트를 한꺼번에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얼마나 속도가 빠르냐면 중동에 오래 거주하면서 꾸준히 관련 이슈를 눈여겨 보는 필자 역시 흐름을 따라가기 벅찰 정도다.

미래 도시를 향한 사우디의 도전
데니스 히키(Denis Hickey) 네옴 최고 개발 책임자의 모습/ 사진=PIF포럼 캡처
이렇게 사우디가 네옴에 걸고 있는 기대는 매우 크다. 네옴은 단순한 도시개발을 넘어선 완전히 새로운 컨셉의 미래도시다. 이를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친환경 수소 플랜트를 이곳에 건설 중이며, 친환경 에너지 기업인 ‘네옴 그린 수소회사(NEOM Green Hydrogen Company)’를 설립했다.

또한 최근에는 AI 기반 친환경 데이터 저장시설을 위한 5억 달러 규모의 투자 의결을 승인했고, 다른 나라들과 협업해 첨단 물류 네트워크 및 자동화 철근 생산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까지 세웠다. 단순히 초대형 건물들만 몇개 짓고 만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데니스 히키 네옴 최고 책임자는 “도시 개발 프로젝트가 아니라, 미래 도시의 새로운 표준을 수립하는 ‘도시 혁명’”이라며 “경제를 재정의하고, 기존 도시의 한계를 뛰어넘는 초혁신적인 메가 프로젝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거대한 사막 한복판에서 이전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미래 도시가 현실로 만들어지고 있다. 히든 마리나는 당초 목표처럼 과연 네옴 시티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사우디의 핵심이자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까?한번 지켜보자.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