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247] 오드리 헵번 스타일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축하 무도회에서 그의 장녀 이방카가 입은 드레스를 두고 온라인에선 입방아가 한창이다. 이방카는 1954년 영화 ‘사브리나’에서 오드리 헵번이 입은 위베르 드 지방시 스타일의 드레스를 재현했다. 검은색 긴 장갑과 스트레토 힐, 다이아몬드 목걸이까지 착용하면서 헵번과 비슷한 이미지를 연출했다.
백악관은 “오드리 헵번은 오랫동안 이방카의 개인적 영감의 원천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많은 누리꾼들은 금수저 이방카가 선택한 패션이 소녀 시절에는 나치군에 저항하고 평생을 유니세프와 같은 인도주의적 활동을 펼친 헵번의 기억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이 논란에 대해 헵번의 아들인 숍 헵번 페러는 이방카가 이런 특별한 자리에서 궁극적인 우아함과 품격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하면서도 자신의 어머니의 정치 성향은 트럼프와는 맞지 않는다고 점잖은 일침을 놓았다.
빌리 와일더 감독의 영화 ‘사브리나’는 오드리 헵번과 험프리 보가트 그리고 윌리엄 홀든 같은 명배우들이 참여한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물이다. 이후 태어난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의 영감을 제공한 명작이다. 부유한 사업가 집안의 운전기사의 딸인 사브리나는 주인집 바람둥이 둘째 아들 데이비드를 짝사랑하지만 그의 짝은 평생 일밖에 모르고 살아온 노총각 형 라이너스였다. 파리에서 요리를 배우고 돌아온 사브리나는 라이너스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샹송의 고전인 이 노래를 불러주는데, 험프리 보가트의 무표정한 얼굴이 기억에 남는다. 촬영 당시 이 두 배우의 나이 차는 무려 30년이었지만 출중한 연기력 앞에서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샹송의 여제 에디트 피아프의 자전적인 이 노래는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만들어진 사랑 노래 중에서 가장 위대한, 그리고 불멸의 고전이 되었다. 세상을 떠났어도 가장 위대한 여배우의 명예를 지키고 있는 오드리 헵번처럼. “나를 부끄럽게 만드는 눈동자/입가에서 사라지는 미소/이것이 나를 사로잡은/그의 수정하지 않은 초상화예요(Des yeux qui font baisser les miens/Un rire qui se perd sur sa bouche/Voilà le portrait sans retouche/De l‘homme auquel j’appartie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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