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호 침몰 목격하고도…구조도 신고도 않고 떠난 운반선, 왜

해경 중앙해양특수구조단이 지난 15일 오전 '135금성호(부산선적·129톤)'가 침몰한 제주 비양도 북서쪽 22㎞ 인근 수심 약 30m 바닷속에서 그물 사이를 들여다보며 수색하고 있다. 사진 제주해양경찰청 제공

제주 해상에서 침몰한 135금성호(부산선적·129톤)의 같은 선단 어선이 사고를 목격했지만 구조활동에 나서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29일 제주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8일 오전 4시 31분경 제주 비양도 북서쪽 22㎞ 인근 해상에서 금성호가 오른쪽으로 좌초되며 전복될 당시 같은 선단의 운반선 A호가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본선인 금성호는 지난 7일 오전 11시 40분경 서귀포항에서 운반선 A호 등을 비롯해 선단선 5척과 함께 출항해 조업을 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A호는 금성호가 빠르게 전복되고 있는 상황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었지만 어획물을 위판하기 위해 부산으로 항해한 정황이 포착됐다.

금성호 선원 일부는 다른 선단의 어선이 도착할 때까지 기울어진 선체에서 대기하다 다행히 구조됐다. 최초 사고 신고 역시 다른 어선이 했다.

이에 제주해경은 생존 선원 및 선단 선원들의 진술과 선단선 선박 항적자료를 분석해 신고 경위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또 A호의 선장을 선원법 제13조(조난 선박 등의 구조) 등의 위반 혐의로 입건, 수사 중이다. 특히 선사 측에서 A호의 부산 회항에 관여했는지, 사고 관련 증거 은닉 정황 여부 등에 대해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추가로 수사하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2㎞ 해상에서 '135금성호(부산선적·129톤)' 침몰 지점 위로 바지선 고정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주변에선 수색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제주해경은 '평소보다 많은 어획물'이 가장 유력한 사고 원인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해상 기상이 양호했던 점, 선체 관리에 큰 문제가 없었던 점 등을 토대로 양망 과정에서 평소보다 많은 어획물로 인해 선체가 오른쪽으로 기울면서 결국 복원력을 상실해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제주해경은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영상 분석과 생존 선원 및 선사 직원 등을 수사하는 한편 부산 소재 선사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제주해경은 "금성호 침몰 원인은 어획물로 인한 복원력 상실로 추정하고 있지만 선장과 어로장이 실종된 상태인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수영 기자 ha.su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