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 문제, 한국이 관전자에 머물러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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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 “북·미 핵 동결 합의하면 수용할 것”
검증 없는 동결은 핵보유국 인정 결과 될 수도
이재명 대통령이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핵 동결을 “일종의 잠정적 응급조치”이자 “실행 가능하고 현실적인 대안”으로 언급했다. 자신이 지난달 일본 언론에 처음 제시한 ‘동결→축소→폐기’라는 3단계 북한 비핵화 방안을 다시 꺼낸 것이다. 이 대통령은 우리 시간으로 내일(24일) 새벽 80차 유엔 총회 기조연설에서도 같은 구상을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의 설명대로 고도화하는 북한의 핵 개발을 일단 멈추는 것은 절박한 과제다. 북한은 핵탄두 제조에 필요한 핵물질(고농축 우라늄, 플루토늄)과 기폭 장치,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핵무기의 3요소를 확보한 상태다. 당장 핵탄두 대량 생산에 돌입할 태세다. 이런 북한의 핵 능력을 현재 수준에서 묶어둘 현실적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서 ‘동결’을 통한 시간 벌기라는 대통령의 구상은 일리가 없지 않다.
그러나 사찰·검증 없는 동결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듯한 인상을 줄 위험이 있다. 그럴 경우 한·미 공조는 흔들리고, 북핵 외교는 꼬일 수밖에 없다. 핵 개발이 막혀 있는 한국은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상대해야 하는 반면, 북한은 핵 위협으로 한국을 길들이려는 ‘핵 노예 전략’을 구사할 것이 뻔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제 최고인민회의에서 “제2의 사명(핵 보복)이 가동되면 한국과 주변 지역 그의 동맹국들의 군사조직 및 하부구조는 삽시에 붕괴될 것이고, 이는 곧 괴멸”이라고 언급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군사적으로는 북한의 핵 보유를 가정하고 대비하되, 외교적으로는 북한의 비핵화라는 목표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갖고 있다”면서 “비핵화 집념을 털어버린다면 미국과 마주 서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25 정상회담 때 “올해 김정은을 만나고 싶다”고 했다. 우리로서는 미국과 북한이 한국을 배제한 채 핵 협상에 나서는 상황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핵무기 제거 대신 당분간 핵무기 생산을 동결하는 내용의 합의를 한다면 이를 수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이 결코 관전자에 머무를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응급조치’라고 표현한 ‘동결’이 최종 목표가 돼선 안 된다. 동결에서 축소, 폐기로 이어지는 로드맵을 지금부터 치밀하게 설계해야 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북핵의 직접 당사자인 한국이 배제되는 일이 결코 있어서는 안 된다. 이럴 때일수록 한·미 공조가 절실하다. 정부는 유엔 안보리 의장국으로서 이번 유엔 총회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강화하고, 다음 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활용해 북핵 문제 해결에 매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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