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KS 5호 만루포' 김태군은 왜 울분을 토했나…"식물타자 아니란 걸 보여주려고, 혹독하게 했다"

신원철 기자 2024. 10. 27.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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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타자가 아니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김태군은 26일 한국시리즈 4차전에서 나온 만루 홈런이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고 했다. 타석에서도 존재감 있는 타자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그동안 쌓아온 노력의 결실이라고 힘줘 말했다. ⓒ곽혜미 기자
▲ 만루홈런을 친 김태군이 나성범과 포효하고 있다. KIA는 이 만루포로 7-0 리드를 잡았고, 결국 9-2 승리로 한국시리즈 우승에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대구, 신원철 기자] 통산 16시즌 1400경기 타율 0.250에 32홈런, 홈런 커리어 하이 기록이 올해 7개인 KIA 김태군은 '수비형 포수'로 잘 알려진 선수다. 그러나 김태군의 마음 속에는 이런 평가가 나올 때마다 뜨거운 불이 타올랐다. 한국시리즈에서 프로 데뷔 첫 만루 홈런을 터트린 김태군은 이 한 방이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식물(타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그동안 쌓였던 울분을 토했다.

김태군은 김태군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4차전에 9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했다. 타순은 맨 뒤였지만 존재감은 가장 컸다. 3회 3-0에서 7-0으로 훌쩍 달아나는 만루 홈런을, 그것도 2사 만루에서 터트렸다. 김태군의 홈런으로 분위기를 잡은 KIA는 9-2 완승으로 시리즈 전적 3승 1패를 만들었다.

정규시즌 105경기에서 타율 0.263, 7홈런을 기록한 김태군이 한국시리즈에서는 반전을 선보였다.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김태군은 결코 수비형 포수가 아니다. 4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했고 13타수 5안타(1홈런) 6타점을 기록했다. 수비는 기대대로다. 제임스 네일, 양현종, 에릭 라우어와 안정적인 호흡을 보여줬다. KIA가 우승한다면 타율 0.615를 기록하고 있는 김선빈과 함께 시리즈 MVP에 도전할 만한 후보로 떠올랐다.

▲ 김태군 ⓒ곽혜미 기자
▲ 김태군 이범호 감독 ⓒ곽혜미 기자

김태군은 3-0으로 앞선 3회 2사 만루에서 삼성 두 번째 투수 송은범을 상대로 좌월 그랜드슬램을 쏘아 올렸다. 볼카운트 1-0에서 송은범의 2구째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왼쪽 폴대 쪽으로 높이 띄웠다. 타구는 그대로 담장과 관중석을 차례로 넘기는 장외 홈런이 됐다. KIA는 여기서 승기를 잡았다. 9번타자가 그것도 2사 만루에서 홈런을 치면서 삼성은 맥이 풀릴 수 밖에 없었다.

한국시리즈 만루홈런은 역대 5번째. 김태군에 앞서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서 만루홈런을 친 선수는 통산 최다 만루 홈런 기록을 보유한 '원조 만루의 사나이' KIA 이범호 감독이었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2017년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3회 만루 홈런을 기록했다.

김태군은 그동안 프로야구 경기에서 만루 홈런을 친 적이 없다. 정규시즌 1400경기에서 32홈런이 전부였다. 만루 홈런은커녕 홈런을 바라는 것도 어려웠다. 25일 한국시리즈 3차전까지 포스트시즌 30경기에서는 홈런이 없었다. 당연히 공격에서의 기대치 또한 크지 않았다.

그러나 34살 베테랑 김태군은 언젠가 자신도 방망이로 사고를 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었다. 26일 경기 후 인터뷰에서 김태군은 아주 결연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이 자리에서 말할 수 있는 것은, 타격에서 4년 5년 전부터 정말 스스로(기대치가) 너무 낮아졌던 것 같다. 주변의 시선도 그랬다. 식물(타자)이 아니라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그렇게 되기까지 연습 과정이 혹독하고 힘들었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모습이 조금씩 나오는 것 아닌가 싶다. 과정을 중요시 했기 때문에 지금의 결과가 있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 김태군 네일 ⓒ곽혜미 기자

김태군은 나아가 '백업 포수'라는 꼬리표까지 떼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1승만 하면 우승 포수가 되고, 우승 포수가 되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군대 다녀오니까 백업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항상 분한 마음을 갖고 준비했다. 꼭 우승 포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26일 수비에서는 선발 네일과 호흡 또한 빛났다. 네일은 체력안배 없는 100% 전력투구로 5⅔이닝을 책임졌다. 김태군은 "패턴에 변화는 별로 없었는데 1차전보다 투심을 많이 던졌다. 네일의 스위퍼가 좋다고 하는데 투심이 더 좋다. 투심이 좋아서 스위퍼가 부각되는 거다. 그래서 투심에 조금 더 비중을 뒀다"고 말했다.

▲ 김태군 ⓒ곽혜미 기자
▲ 김태군 ⓒ곽혜미 기자

KIA는 김태군의 만루포 포함 4타수 2안타 4타점 활약과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3회 2타점 적시타, 6회 2점 홈런 등으로 다득점 경기를 펼쳤다. 멀티히트를 기록한 선수만 6명이었다. 1번타자 박찬호가 5타수 2안타, 2번타자 김선빈이 5타수 3안타로 공격을 이끌었다. 소크라테스 앞에서 나성범 또한 5타수 2안타 1타점으로 중심타자 몫을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처음 선발 라인업에 올라간 이창진의 4타수 2안타 1볼넷 역시 돋보였다.

마운드에서는 네일에 이어 이준영(⅓이닝)과 장현식(1이닝) 곽도규(1이닝) 황동하(1이닝)가 넉넉한 리드에서 각자 맡은 이닝을 실점 없이 막았다.

이범호 감독은 경기 후 "(최)형우가 몸이 좋지 않아서 걱정하면서 경기를 시작했는데 벤치에서 엄청나게 응원해줬다. 최선참이 경기에 못 나갔지만 선수들에게 힘을 주려는 게 보였다. 선수들도 최형우가 못 나가는 가운데 자신의 몫을 잘 해줬다. 너무 고맙게 생각한다. 대구에서 경기 잘 치렀으니 광주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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