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혈압 정상인데? …'숨은 고혈압' 놓치면 큰 병 키운다

이병문 매경헬스 기자(leemoon@mk.co.kr) 2024. 10. 15.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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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압측정 제대로 하려면
국내 고혈압 환자 750만명
심근경색·뇌졸중 질환유발
시간·장소따라 혈압 달라져
낮보다 밤에 낮아져야 정상
기상 직후 아침혈압도 중요
팔꿈치 위 상완동맥에 센서
소변본뒤 의자 앉아서 측정
손가락 하나 정도 여유둬야

고혈압은 당뇨병과 함께 환자가 많은 생활습관병이다. 지난해 국내 고혈압으로 진료받은 환자는 약 750만명으로 5년간 14% 증가했다. 연령별로 보면 50대는 5명 중 1명(21.1%), 60대는 3명 중 1명(31.4%), 70대는 4명 중 1명(39.9%), 80대도 4명 중 1명(41.2%)꼴로 고혈압 환자다.

고혈압은 위 혈압(수축기 혈압)이 140㎜Hg 이상, 아래 혈압(확장기 혈압)이 90㎜Hg 이상이다.

고혈압은 수명을 단축시키는 가장 큰 원인이다. 일본 오사카대 연구팀이 일본과 유럽의 약 70만명 지놈(모든 유전정보)을 분석해 비만과 고혈압, 고콜레스테롤 등 33개 항목의 건강 위험을 조사한 결과, 고혈압이 주요 사망 원인인 심근경색,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을 유발해 수명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지만 대규모 역학조사를 통해 다시 한번 고혈압의 중요성을 확인한 셈이다.

이 때문에 많은 사람이 혈압계를 가지고 있고, 매일 거르지 않고 혈압을 측정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최근 들어 집에서 편안한 상태로 측정하는 '가정혈압'이 중시되고 있다. 낮에 병원에서 측정하는 것만으로는 '야간 고혈압(야간에 주간보다 혈압이 10% 이상 하락해야 하는데 떨어지지 않음)'이나 '조조 고혈압(아침에 일어난 직후 혈압이 높음)'을 간과하기 쉽기 때문이다. 또한 병·의원 진료실에서 측정한 혈압과 가정에서 측정한 혈압이 다른 '백의(白衣) 고혈압'인 사람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혈압은 계속 오르락내리락하는데 언제 재야 할까?

생활습관병 예방 전문가인 노구치 미도리 오사카대학원 공중위생학 특임 준교수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서 일본 고혈압학회의 권고를 인용해 '주간 혈압'과 함께 '밤에 자기 전'의 야간 혈압, '아침에 일어난 직후'의 조조 혈압을 제대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보통 혈압은 수면 중에 낮고, 일어날 무렵부터 서서히 올라가 낮에 높아지고, 잘 무렵에는 낮아진다. 밤에는 낮에 비해 혈압이 10~20%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다. 그래서 혈압이 자기 전에도 낮과 별로 다르지 않고 높은 상태라면 '야간 고혈압'일 가능성이 높다. 노구치 교수는 "잠을 잘 때도 혈압이 많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혈관이 온종일 높은 혈압에 노출되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40세 이상 일본인 1542명을 평균 5년간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수면 중에도 혈압이 충분히 떨어지지 않는 사람이 뇌졸중 등 심혈관 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이 수면 중에 내려가는 사람보다 2.56배나 높았다"고 설명했다.

명백하게 신장(콩팥)질환이 없는데 야간 혈압이 높은 데는 2가지 원인이 있을 수 있다. 하나는 낮에 염분을 너무 많이 섭취해 밤이 돼도 여분의 나트륨이 남아 있어 신장이 계속 작용해 혈압이 높은 상태다. 또 하나는 대사증후군에 의한 고인슐린혈증, 즉 혈중에 인슐린이 증가해 나트륨 배설이 저해되는 것이다. 이 상태가 아침까지 계속 이어지면 새벽 혈압이 높아진다. 온종일 고혈압 상태가 오래 지속될수록 뇌졸중이나 심근경색과 같은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아지게 된다.

노구치 교수는 "가장 위험한 혈압은 언제, 어디서 재든 계속 높은 '고혈압'이며, 그다음으로 위험한 것은 주간 혈압이 정상이지만 밤과 새벽에 높은 '야간 고혈압' 또는 '새벽 고혈압'이다. 그다음이 병원에서 잴 때만 높은 '백의 고혈압'"이라고 지적했다.

혈압은 올바르게 재는 게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고혈압의 중요성에 비해 정확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먼저 의자에 앉아서 잰다. 바닥에 정좌해 측정하면 서혜부나 하지 동맥이 압박돼 혈압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좋지 않다. 아침 기상 직후 소변이 마려우면 혈압이 올라가므로 화장실을 다녀온 뒤 측정한다. 의자에 앉아 측정할 때까지 1~2분 안정을 취하고 맥박이 안정되기를 기다린다.

측정은 계속해서 두 번 재도록 한다. 두 번째는 조금 내려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두 번 측정한 뒤 낮은 수치를 기록하고 싶겠지만 두 번의 평균값을 계산해 기록한다.

혈압계 사용과 관련해 팔에 커프(cuff) 감는 방법을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센서 위치다. 일부 팔꿈치 관절부나 팔뚝(팔꿈치에서 손목 부분)에 커프를 감는 사람이 있는데, 올바른 혈압을 측정할 수 없다.

혈압계는 상완 동맥에 압력을 가해 혈류를 멈추고 느슨하게 하면서 박동음을 재는 구조로 돼 있다. 혈류를 멈춘 후 이완돼 처음 재는 박동음이 '위 혈압'(수축기 혈압)이고, 완전히 이완됐을 때의 박동음이 '아래 혈압'(확장기 혈압)이다. 상완동맥은 팔꿈치 안쪽 움푹 파인 부위의 조금 위에 있다. 일단 손으로 만져서 제대로 위치를 확인해 두는 것이 좋다. 맥이 느껴지는 곳으로, 여기에 센서가 닿아야 한다.

커프는 너무 쪼여도, 느슨해도 안 된다. 팔과 커프 사이에 손가락이 1 개 들어갈 정도로 감는 게 좋다. 커프를 감을 때 옷소매를 억지로 위까지 끌어 올려 피부를 노출시키고 재려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팔을 조여 좋지 않다. 재킷이나 두꺼운 스웨터는 벗어야 하지만, 얇은 니트나 셔츠는 무리하게 걷어 올릴 필요 없이 옷 위에 커프를 감아도 괜찮다

혈압계 종류는 상완계 외에 손목으로 측정하는 손목계도 있다. 손목계는 싸고 휴대하기 쉬워 구매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일본의 경우(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 가정혈압은 상완계로 측정한 것을 인정한다.

그 이유는 센서와 심장 높이의 위치가 관련 있다. 혈압을 재는 위치는 심장과 같은 높이로 해야 한다. 측정 센서가 심장보다 위에 있으면 혈압은 내려가고 심장보다 아래에 있으면 올라간다. 의자에 앉아서 재는 상완계는 자연스럽게 심장의 높이가 되지만, 손목계는 그렇게 되기 어렵다. 또한 손목뼈가 방해를 해서 동맥에 압박을 가하기 어려워 올바른 혈압을 측정하기 쉽지 않다.

혈압은 왼팔과 오른팔 중 어느 쪽으로 측정해도 상관이 없다. 보통은 주로 쓰는 팔로 커프를 두르기 때문에 반대쪽 팔로 측정하는 경우가 많다.

노구치 교수는 "일반적으로 양쪽 팔로 측정해도 좌우 혈압 차이는 10㎜Hg 이내"라며 "만약 항상 한쪽이 20㎜Hg 이상 낮다면 심장에서 낮은 팔의 상완동맥 사이 어딘가에 동맥경화가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순환기내과에 가서 혈관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일반적으로 혈압은 여름이 되면 떨어지고 겨울이 되면 올라간다. 기온이 올라가면 혈관이 넓어지고 내려가면 수축하기 때문이다. 매일 잴 필요는 없지만, 여름과 겨울에는 일주일씩 하루 2회 측정해 기록하는 것이 좋다. 혈압약을 먹고 있다면 혈압이 떨어지는 여름에는 주치의와 상담을 하고 약을 약하게 처방받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

[이병문 의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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