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스 “아이없는 해리스” 발언에… 남편 엠호프 전처까지 발끈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4. 7. 26.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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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아이없는 사람에 美미래 못 맡겨”
전처 커스틴 “근거 없는 성차별 공격”
더글러스 엠호프 전처인 커스틴 엠호프. /X(옛 트위터)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의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출마가 유력해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을 “자식 없는 여성”이라고 과거에 공격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낙태권(權) 등 ‘몸’에 대한 여성의 선택권이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 중 하나인데, 밴스의 거친 발언이 ‘공화당은 반(反)여성적’이라는 편견을 굳히면서 소셜미디어에서 집중포화에 놓였다. 아이를 갖고 싶지만 불임·난임 등으로 고통받는 유권자들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목소리도 커진다.

밴스의 발언은 2021년 7월 폭스뉴스의 당시 간판 앵커였던 터커 칼슨과 인터뷰하며 나왔다. 3년 묵은 발언을 ‘재소환’한 사람은 8년 전 트럼프와 대선에서 붙었다가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었다. 클린턴이 23일 X(옛 트위터)에 밴스의 발언 영상을 공유하고 나서 논란이 일파만파 번졌다. 상원의원 출마자 신분이었던 밴스는 당시 폭스뉴스에 출연해 “자식이 없어 비참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들까지 비참해지길 원하는 수많은 고양이 여인들(childless cat ladies)과 민주당이 미국을 이끌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해리스와 피트 부티지지 교통장관,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 등을 호명하고 “미국의 미래에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사람들에게 미국의 미래를 넘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나”라고 했다. 밴스에겐 세 자녀가 있다.

그래픽=양인성

당시 밴스는 유력한 정치인이 아니었고 폭스뉴스엔 워낙 ‘막말’ 정치인이 많이 출연했기 때문에 그다지 논란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를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지명하자 얘기가 달라졌다. 밴스의 발언이 알려진 후 유명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은 “미국의 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에게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 당신의 딸이 언젠가 자력으로 아이를 가질 수 있을 만큼 운이 좋길 기도하고, 인공 체외수정에 의지할 필요가 없길 바란다”고 했다. 애니스톤은 과거 난임으로 체외수정 등을 시도했지만 실패해 큰 어려움을 겪은 사실을 고백했다. 할리우드 원로 배우인 우피 골드버그도 방송에 나와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한 사람들이 있고, 원해도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며 “게다가 당신(밴스)은 아기를 낳은 적도 없다. 당신 아내가 낳았지”라고 했다. 인기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팬들도 소셜미디어에서 일제히 반발하고 나섰다. 스위프트가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는 미혼 여성으로 잘 알려졌기 때문이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배우자 더글러스 엠호프가 22일 델러웨어주 윌밍턴에 있는 선거캠프 본부를 찾았다. /AP연합뉴스

해리스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의 전처이자 영향력 있는 영화 제작자인 커스틴 엠호프까지 성명을 내고 “밴스의 발언은 여성에 대한 근거 없는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커스틴은 1992년 엠호프와 결혼해 30세 콜, 25세 엘라 두 자녀를 뒀다. 2014년 결혼한 해리스와 엠호프 사이에 생물학적 자녀는 없지만, 해리스가 콜과 엘라를 각별하게 대한 이야기는 유명하다. 커스틴은 “콜과 엘라가 10대였을 때부터 카멀라는 나와 더그(더글러스)와 함께 공동 부모 역할을 했다”며 “그녀는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보살폈고, 나는 이 ‘혼합 가족’을 사랑하며 그녀가 이 안에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가 임명한 보수 대법관들이 포진한 연방대법원은 여성의 낙태권을 연방 차원에서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인 2022년 공식 폐기했다. 판결 이후 낙태권은 각 주(州)가 판단할 사안으로 바뀌었고 이후 앨라배마·미시시피·텍사스 등 보수적인 주를 중심으로 낙태를 크게 제한하도록 결정했다. 이후 여성이 아이를 출산할지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뜻하는 ‘생식권’이 이번 대선의 핵심 쟁점 중 하나로 떠올랐다. 대법원 판결에 대한 반발이 커지면서 네바다·플로리다 등 최소 5개 주에서 낙태권에 대한 찬반을 묻는 주민 투표가 이번 대선과 함께 치러질 예정이다. 많게는 9개 주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은 접전이 될 전망인 이번 대선에서 낙태권 이슈가 지지층을 결집하고 투표·득표율 상승을 견인할 호재라 보고 있다. 낙태권을 지키기 위해 투표소에 나온 유권자들이 민주당 지지자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밴스의 발언에 대한 격렬한 반응은 낙태·피임·체외수정 등 여성의 생식권 문제가 이번 대선의 동력이 될 것임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공화당 전통 지지층은 낙태권에 대해 거부감이 크지만 트럼프 측은 이번 대선에 끼칠 악영향을 우려해 낙태 관련 발언은 삼가 왔다. 트럼프 캠프 측은 “밴스의 발언은 생물학적·의학적 이유로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문맥에서 벗어나 부당하게 공격을 당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해리스가 상원의원이었던 2018년, 트럼프가 임명한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 후보자 청문회에서 “정부가 남성의 신체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이 하나라도 있느냐”라고 쏘아붙였던 것도 회자되고 있다. 당시 해리스는 낙태에 관한 ‘송곳 질문’으로 캐버노를 코너에 몰며 청문회 스타로 떠올랐고 이듬해 부통령 후보로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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