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의원·시장까지 줄구속… 용인주택조합 비리 복마전
민원 해결 등 대가로 수억씩 뒷돈
조합장도 공사비 385억 올려주고
시공사서 14억 가까이 받아 챙겨
지난 3월 수원지검에 고소장이 접수됐다. 경기 용인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우제창 전 민주통합당 의원이 용인 보평역 지역주택조합(지주택) 사업 추진 과정에서 뇌물 9억9000만원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고소장을 쓴 건 뇌물을 준 아파트 방음벽 공사업자였다. 수사에 나선 검찰이 돈의 흐름을 따라가 보니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은 물론이고 이정문 전 용인시장의 이름까지 나왔다.
수원지검 형사6부(부장 서현욱)는 지난달 31일 “이번 사건은 지주택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비리가 망라된 ‘비리 백과사전’”이라며 우 전 의원과 이 전 시장 등 5명을 구속하고 8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주택은 지역 주민들이 아파트 건립을 목적으로 만든 조합이다. 조합을 세운 뒤 부지를 물색해 아파트 건립을 추진한다. 공동구매와 비슷한 개념이다. 일반 분양을 받는 것보다 싼값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어 목돈을 조달하기 어려운 서민들이 주로 참여한다. 그러나 부지 확보, 조합원 모집 등에 시간이 걸려 사업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규제가 느슨해 비리도 잦다. 이 때문에 “지주택 투자는 원수에게 권하라”는 말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6월 “전국적으로 실태 조사를 실시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용인 보평역 지주택 사업은 2017년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았고 지난해 입주를 마쳤다. 1963가구 규모다. 단지 옆으로 영동고속도로가 지나가 길이 약 300m 방음벽을 세웠다.
검찰에 따르면, 이 지주택의 조합장은 2020년 방음벽 공사업자로부터 3억원을 받고 300억원 규모의 아파트 방음벽 공사를 맡겼다. 시공사엔 지난해 공사비를 385억원 증액해주고 13억7500만원을 챙겼다. 상가 분양 대행사에선 아파트 상가 분양을 몰아주기로 하고 6억3650만원 상당의 땅을 받았다.
방음벽 공사업자는 3억원을 들여 100배 규모의 사업을 따냈고 시공사는 13억7500만원을 투자해 385억원을 번 것이다. 조합장은 이렇게 챙긴 돈으로 20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구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서 우 전 의원과 이 전 시장은 지역 정치권, 공무원 등과 친분을 과시하며 이른바 ‘로비스트’로 나섰다. 우 전 의원은 지역 국회의원이나 관련 공공기관에 얘기해 편의를 봐준다는 명목으로 방음벽 공사업자로부터 9억9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시장은 “공사 과정에서 생기는 민원을 해결할 수 있는 용인시 공무원을 소개시켜주겠다”며 방음벽 공사업자로부터 현금 1억6500만원과 차량 리스료 29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이 전 시장은 시장 재직 시절 용인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면서 사업성을 부풀리고 하도급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에 추징금 1만달러를 선고받은 이력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사실상 지주택 사업의 모든 과정에 ‘뒷돈’이 오갔던 것”이라고 했다.
피해는 무주택 조합원들에게 돌아갔다. 공사비가 뛰어 조합원 분담금이 1억~2억원씩 늘어났다. 그 결과 조합원들이 일반 분양자보다 더 많은 돈을 내고 입주하는 상황이 됐다. 검찰 관계자는 “조합장, 지역 정치권은 조합원들이 낸 조합 자금으로 ‘돈 잔치’를 벌였지만 그 피해는 고스란히 무주택 조합원들에게 전가됐다”며 “일부 조합원은 추가 분담금과 대출 이자를 조달하기 위해 대리 운전이나 배달, 편의점 아르바이트까지 했다”고 밝혔다.
경기도의 한 전직 공무원은 “1995년 인구 24만명이었던 용인군이 인구 110만명이 넘는 특례시로 급성장하면서 개발 사업마다 크고 작은 비리가 없는 곳이 없다”며 “지주택 사업뿐이 아니다”라고 했다.
1996년 이후 선출된 용인시장 8명 중 5명이 구속됐다. 대부분 개발 비리 때문이었다. 윤병희 전 시장은 건설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년에 추징금 2억원을 선고받았다. 정찬민 전 시장은 부동산 개발업자의 편의를 봐주고 자신의 친형과 친구 등에게 3억5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주도록 한 혐의(제3자 뇌물수수)로 기소돼 대법원에서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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