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날개 모방, 전기 없이 온도 낮춘다

이병철 기자 2024. 7. 2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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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실내 온도를 낮추는 '복사냉각'의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복사냉각은 햇빛을 반사해 전기를 쓰지 않는 친환경 냉방 기술이지만 색상에 의존해 활용 범위가 넓지 않았다.

강진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나노포토닉스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나비가 색소 없이 색을 내는 구조색 원리를 모방해 고효율의 냉방이 가능한 복사냉각 액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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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구 KIST 나노포토닉스연구센터 책임연구원 연구진
남미(南美)에 사는 모포나비. 색소 대신 광결정으로 파란색을 낸다./위키미디어

국내 연구진이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도 실내 온도를 낮추는 ‘복사냉각’의 활용 범위를 넓힐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복사냉각은 햇빛을 반사해 전기를 쓰지 않는 친환경 냉방 기술이지만 색상에 의존해 활용 범위가 넓지 않았다.

강진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나노포토닉스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나비가 색소 없이 색을 내는 구조색 원리를 모방해 고효율의 냉방이 가능한 복사냉각 액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25일 밝혔다.

복사냉각은 적외선 복사열을 대기 바깥으로 방출해 온도를 떨어뜨리는 무전력 냉방 기술이다. 여름에 흰 옷을 입으면 햇빛을 반사해 덜 더운 것과 같은 원리이다. 전력 소비량이 큰 에어컨을 보조하는 친환경 냉각 기술로 주목 받고 있지만 한계가 있었다. 냉각 성능을 높이기 위해 햇빛을 가장 잘 반사하는 흰색만 써야 하기 대문이다. 다양한 색을 내는 복사냉각 소재도 있으나 냉각 효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KIST 연구진은 색소 대신 자연에서 모방한 구조색을 이용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했다. 파란색으로 유명한 모포 나비는 날개에 색소가 없다. 대신 날개에 덮여 있는 광결정(光結晶) 구조가 파란색 파장의 빛만 반사하고 다른 빛은 그대로 통과시킨다. 이 때문에 나비 날개가 파랗게 보인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진이 개발한 복사냉각 소재의 작동 원리. 나선형 액정 광결정을 이용해 다양한 색상을 내면서도 냉각 효율을 높였다. 구조색은 색소 없이 표면의 미세 구조를 이용해 색상을 구현하는 방식이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이전에도 구조색을 만드는 광결정으로 색상형 소재를 개발했으나 선명한 색을 내기 어려워 상용화되지 못했다. 연구진은 굴곡진 나선형 액정 광결정을 만들어 선명한 색을 내면서도 냉각 효율이 뛰어난 복사냉각 소재를 개발했다. 액정 소재 중 하나인 LC242는 복사냉각 효과를 내는 동시에 광결정이 포함돼 있다. 회전 코팅 공정으로 LC242의 광결정에 굴곡을 만든 결과, 각도에 따라 다양한 색을 선명하게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렇게 만든 소재를 금속 박막 위에 코팅하고 그 위에는 투명 고분자 필름을 붙여 복사냉각 장치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윗부분이 투명한 상자에 복사냉각 장치를 넣고 낮에 5시간 동안 햇빛에 노출했다. 이때의 평균 기온은 25도였다. 일반 상자 내부는 섭씨 35.5도까지 올랐으나, 복사냉각 장치는 32.4도로 3.1도 더 낮았다.

그렇다면 복사냉각 소재를 자동차에 바르면 일반 페인트를 바를 때보다 온도를 낮출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실험에서 한낮에 같은 색의 일반 페인트를 썼을 때보다 복사냉각 장치의 온도는 섭씨 30.8도 더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반 페인트는 햇빛을 흡수하지만 복사냉각 장치의 구조색은 햇빛을 반사한 덕분이다.

강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색상형 복사냉각 액정 소재는 저렴한 회전 코팅 공정으로 빠르게 만들 수 있다”며 “대면적화에 성공한다면 앞으로 전자기기나 자동차처럼 다양한 분야의 냉각에 이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화학공학 저널’에 실렸다.

참고 자료

Chemical Engineering Journal(2024), DOI: https://doi.org/10.1016/j.cej.2024.149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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