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인사이트] 117년 만의 기록적 폭염… ‘폭염 살인’ ‘폭염 디스이코노미’ 공포

손덕호 기자 2025. 8. 2.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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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폭염일 15.9일, 작년의 2배 이상
30일 하루 동안 3명 숨져… 닭·광어 대량 폐사
기온 32도로 오르면 육체 노동 능력 40% 줄어
프랑스, 폭염으로 1인당 120만원 손실 추정
폭염이 이어진 31일 서울 강남구 양재대로 개선사업 공사현장에서 한 근로자가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올여름 우리나라는 117년 만의 기록적 폭염을 겪고 있다. 온열질환 사망자가 작년의 2배를 넘겼다. 극한의 더위가 사람을 죽이는 ‘폭염 살인’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번 여름 폭염은 경제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기온이 32도가 넘으면 육체 노동 능력이 40%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생산성이 그만큼 떨어지는 것이다. 또 폭염으로 고랭지에서 배추가 잘 자라지 못하고, 닭·광어가 집단 폐사하고 있다. 물가가 오르면서 소비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 ‘폭염 디스이코노미(diseconomy·비경제)‘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9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장지동 서울복합물류센터 내부 온도가 31도를 가리키고 있다. /뉴스1

◇올여름 온열질환 사망자 16명, 작년의 2배 넘어서

올해 폭염은 역대 최악이었던 작년 수준을 뛰어넘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기준 폭염 일수는 15.9일로 작년 같은 기간(7.2일)의 두 배를 넘었다. 기상청은 8월에도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습한 공기가 계속 유입돼 체감 온도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번 여름 온열질환자는 2868명으로 작년(1110명)의 2.5배 수준이다. 온열질환으로 이미 16명이 숨졌다. 역시 작년(7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지난달 30일 하루에만 3명이 폭염으로 숨졌다. 경북 경산시에서 80대 A씨가 밭에서 일하다 쓰러져 숨졌고, 서울 강동구에서는 도로에 쓰러져 있는 70대 남성을 행인이 신고했다. 충남 청양에서는 80대 남성이 집 안에서 창고로 사용하는 비닐하우스 안에 쓰러져 있는 것을 자녀가 발견해 신고했다.

지난달 23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수박 코너에 가격표가 놓여져 있다. /연합뉴스

◇“기온 1도 오르면 농산물 가격 상승률 0.4~0.5%p 높아져”

폭염은 농수축산업 분야에 타격을 주고 있다. 닭을 포함한 가금류 127만7105마리, 돼지 6만160마리가 폐사했다. 폭염으로 고온은 닭에게 스트레스를 줘 산란율을 떨어트리고 폐사에 이르게 만든다. 고기로 먹는 비육돈은 15~20도 정도가 사육에 적합하다.

양식 어류도 1만5657마리 폐사했다.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의 한 양식장에서는 지난달 24일 넙치(광어) 20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광어를 양식하기 위한 적정 수온은 20~25도이다. 폐사 당시 대정읍 앞바다의 일 최고 표층 수온은 29.1도였다. 1년 전 같은 날보다 1.2도 높았다. 양식장에서는 앞바다에서 물을 끌어와 사용한다.

강원 지역 고랭지(高冷地)도 연일 30도를 웃도는 ‘고온지(高溫地)’가 되면서 여름 배추 재배도 타격을 입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여름 배추 한 포기 소매 가격은 평년보다 6.14% 비싼 5479원이었다. 수박 한 통의 소매 가격은 지난 22일 기준 3만1163원까지 올랐다. 평년은 2만원대 초반 수준이었다. 참외, 복숭아 등 과일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지난달 10일 오전 전남 나주시 세지면의 한 양계장에서 더위에 지친 닭들이 움직이지 않고 있다. /뉴스1

폭염은 주식인 쌀 생산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작년 쌀 생산량은 365만7000t으로 전년보다 1.2% 줄었다. 9월까지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고온성 해충인 벼멸구가 활발하게 활동한 것이 한 이유이다. 쌀값이 급등해 사회 문제가 된 일본에서도 폭염을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한국은행은 작년 6월 보고서에서 폭염 등으로 기온이 1도 오르면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0.4~0.5%포인트 높아지고, 영향은 6개월쯤 지속된다고 분석했다.

◇폭염·가뭄 대책에 350억원 투입… “폭염 탓에 미국 GDP 0.6%p 감소”

폭염에 따른 인명·재산 피해를 막기 위한 예산은 해마다 늘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자체에 지원한 폭염 대책비는 2022년 100억원, 2023년 120억원, 작년 150억원이었다. 올해는 가뭄 대책비까지 합쳐 350억원을 지원했다. 이 예산은 쪽방 냉방 물품, 야외 근로자 냉토시, 축산 농가 차광막 설치 등에 쓰인다.

폭염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는 전 세계적이다. 알리안츠는 지난달 보고서에서 폭염으로 올해 유럽의 국내총생산(GDP)이 0.5%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GDP 감소 폭은 미국 0.6%포인트, 중국 1.0%포인트, 스페인 1.4%포인트 등이다.

지난달 1일(현지 시각)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서 위생 요원이 고압 호스를 사용해 사람들을 식히고 있다. /EPA 연합뉴스

프랑스 공중보건청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발생한 폭염으로 220억~370억유로(약 31조~53조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폭염에 노출된 인구 1인당 814유로(약 120만원)씩 손실을 본 셈이다. 손실 중 160억~300억 유로는 폭염 사망자 증가에 따른 기대 수명 감소, 생산성 악화에 따른 것이다. 기온이 32도가 되면 육체 노동 능력이 40% 감소한다고 국제노동기구(ILO)는 분석했다.

프랑스 당국은 파리의 일 최고기온이 40도를 넘나들자 지난 1~2일 에펠탑에 관광객 입장을 금지했다. 에펠탑은 철골로 만들어져 열에 민감하다. 낮에 달궈지며 늘어난 철골이 밤에 충분히 줄어들지 않아 20㎝쯤 변형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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