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MBC 파업 대응 여론전’ 용역대금 2억5천…의뢰 계약서 확인
5개 언론사 공동기획
MBC 우호 스토리 확산, 적대적 스토리는 맞대응
위키트리 ”MBC는 특수 상황, 위기 대응 많을 것”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언론장악’ 기도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진숙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지명은 그 정점에 있습니다. 한겨레와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시사인, 오마이뉴스 등 5개 언론사는 각 사 울타리를 넘어 진행하는 ‘진실 프로젝트’ 첫 기획으로,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실태를 추적하는 ‘언론장악 카르텔’ 시리즈를 함께 취재 보도합니다.
(☞한겨레 뉴스레터 H:730 구독하기. 검색창에 ’h:730’을 쳐보세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2012년 문화방송(MBC) 파업 때 온라인 매체 위키트리와 접촉해 ‘노조 와해 공작’을 도모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의 문건이 확인됐다. 당시 문화방송 기획홍보본부장이었던 이 후보자가 김재철 사장 등 경영진에 대한 여론 악화 대응책으로 위키트리에 ‘소셜 여론전’을 주문하면서 2억5천만원 상당의 용역 계약을 맺은 것이다. 앞서 공훈의 당시 위키트리 대표는 공동취재단과 통화에서 ‘2012년 이진숙 본부장과 만나 문화방송 노조 파업에 대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비방해달라는 요구를 받고 거래했느냐’는 질문에 “(문화방송이)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해서 계약을 중지했다”고 답한 바 있다.
공동취재단이 24일 이훈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받은 ‘소셜 미디어 대응 용역 계약서’를 보면, 2012년 5월 문화방송은 위키트리 운용사인 소셜홀딩스와 계약을 맺었다. 트위터(현 엑스) 등 소셜미디어에서 자사에 유불리한 정보를 식별하고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여론전 전략·계획을 수립하고 운영하는 업무를 위키트리에 맡기는 내용이다. 계약서에는 자문, 대응 허브 구축, 실시간 대응 체계 구축 등이 ‘용역 업무 범위’로 명시돼 있다. 이 계약서는 5월21일 문화방송 내부 결재를 받았다.
해당 계약이 체결된 시점은 문화방송 파업이 100일(5월8일)을 넘겨 장기화하던 시기다. 당시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홍보국장이었던 고 이용마 기자는 법인카드 유용 등 김재철 당시 사장에 대한 비리 의혹이 잇따라 제기되면서 여론이 악화하자, 위기감을 느낀 회사 쪽이 위키트리를 통해 여론작업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이 기자는 자신이 공훈의 대표와 통화한 내용을 거론하며 “문화방송에서 ‘가짜 계정’ 등 무리한 요구를 해서 계약이 중단됐다”고 했다. 앞서 공동취재단은 이용마 기자의 의혹 제기를 11년 만에 당사자인 공 전 대표 발언으로 확인해 지난 20일 보도했다.
이번 문건은 의혹과 관련된 정황을 뒷받침하는 물증으로 볼 수 있다. 위키트리가 맡은 용역 업무 관련 상세 설명을 보면 “소셜 네트워크 상에 평상시 문화방송에 우호적인 스토리가 최대한 확산되도록 하는 한편, 사실이 아닌 악의적이고 적대적인 스토리가 유포되어 브랜드에 치명적인 타격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허브 구축”, “소셜미디어에서 문화방송에 우호적인 기회 및 치명적인 위기 요인을 실시간 포착하고, 그 민감도에 따라 적시에 정확한 대상에 대응하는 시스템 구축 및 운영” 등 내용이 쓰여 있다.
‘치명적인 위기 요인’이 파업과 관련된 것임을 암시한 구절도 있다. 5월18일 소셜홀딩스가 작성한 ‘MBC 소셜 미디어 대응 자문 Proposal(제안)’을 보면, 위키트리 쪽은 ‘상시적인 이슈 대응 플랫폼’의 예산을 안내하며 “문화방송의 경우 특수한 상황으로 위기대응 횟수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특수한 상황’은 파업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소셜홀딩스는 이러한 사정을 강조하며 문화방송에 “현대기아자동차, 삼성그룹 같은 대기업 고객”보다 많은 액수의 계약을 제안하고 있다.
양쪽이 최종 합의한 계약서상 용역 대금은 총 2억5000만원 규모다. ‘소셜미디어 허브 구축’에 6000만원, ‘실시간 대응 시스템 구축 및 운영’에 1억원, ‘상시적인 이슈 대응 플랫폼 운영’에 9000만원 등이다. 과거 이용마 기자가 공 대표로부터 직접 들었다고 주장하며 밝힌 계약 착수금은 6000만원이었다. 계약서에 담긴 총액은 이 기자가 주장했던 착수금의 네 배가 넘는다. 다만 이 계약은 ‘대포 계정’ 거래 등 문화방송 사쪽의 무리한 요구로 이행되지 않았고 착수금도 반환했다는 것이 공 대표의 입장이다.
문화방송 경영진은 위키트리와 계약 파기 이후 온라인 극우 매체와 돈독한 관계를 이어왔다. 극우 성향 매체인 폴리뷰의 고 박한명 편집국장이 2014년 백종문 당시 문화방송 미래전략본부장을 만나 나눈 대화 녹취록 등을 보면, 박 국장이 전아무개 원장을 통해 이진숙 보도본부장으로부터 사쪽 입장을 대변하는 자료를 전달받았다는 발언이 나온다. 해당 녹취록을 폭로한 소훈영 기자는 노조를 공격하는 내용의 기사를 폴리뷰, 미디어워치 등에 ‘복붙’하며 ‘어뷰징 기사’를 썼다고 밝혔다.
이훈기 의원은 “국민의 지지를 받으며 ‘공정방송 총파업’을 벌이던 노조를 상대로 이진숙 후보자가 인위적인 온라인 여론 조작을 벌이려 했다는 의혹의 실체가 계약서를 통해 확인됐다. 자유로운 공론장에 용역업체를 동원해 인위적인 여론 조작을 의뢰한 것은 그 자체로 위법성이 크며,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가상계정 생성까지 요청한 것이라면 명백한 불법 행위를 청부한 것”이라며 “방송의 자유와 공공성을 보장해야하는 방통위원장으로서 심각한 결격사유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에서 ‘2012년 문화방송 파업 당시, 위키트리와 있었던 계약 내용을 설명해달라’(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질의에 “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의 장기파업으로 회사 경영이 어려운 상황에서, 대 언론 위기관리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언론장악 공동취재단: 박강수(한겨레) 박종화 연다혜(이상 뉴스타파) 박재령(미디어오늘) 문상현(시사인) 신상호(오마이뉴스) 기자 turner@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사람 빠져 숨진 ‘설거지 탕’ 식판 2천개…10초에 하나씩 몰아쳐
- ‘시청역 참사’ 가해자 풀액셀 밟았다…인도 덮칠 때 시속 107㎞
- 펜싱 오상욱, 세계인의 “올림픽 보는 이유”…인기 폭발에도 덤덤
- [영상]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 5시간 만에 잡혀…1살 포함 16명 이송
- CNN “사격 김예지와 사랑에…” 가디언 “이 에너지, 쿨함” [영상]
- 신의주·의주군 4100가구 큰 수해…김정은, 고무보트 타고 둘러봤다
- 과천 서울대공원 주차장 차량서 남녀 3명 숨진 채 발견
- 광합성 필요 없는 심해 ‘암흑산소’ 발견…생명 기원까지 흔든다
- “한 게임 뛰고 밥 먹자”…올림픽 ‘3연속 금’ 어펜져스 탄생
- KBS 이사진 재편…윤 대통령, ‘이진숙 방통위’ 추천 당일 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