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청의 파업불패 우려… 경영계 ‘노란봉투법’ 중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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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을 생산하는 가상의 기업 A사.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으로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면 B~I사를 포함한 모든 하청업체 노조가 A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쟁의행위를 벌일 수 있게 된다.
지난 22일 노란봉투법이 야당 단독 처리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자 경영계는 부글부글 끓었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기업의 경영권·재산권 침해, 노사 갈등 심화, 산업 생태계 붕괴 등 부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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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합병 때도 반대 투쟁 가능성
“경영계 포함 사회 전반 혼란 야기”
로봇을 생산하는 가상의 기업 A사. A사는 모듈과 조립 설비를 생산하는 1차 협력사 B, C사와 거래한다. B, C사 아래에는 부품을 공급하는 2차 협력사 E, F, G, H, I사가 있고 이들 밑에도 수많은 기업이 줄줄이 엮여있다. 한국 대기업과 수백·수천개에 달하는 하청업체들의 전형적인 관계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으로 사용자 범위가 확대되면 B~I사를 포함한 모든 하청업체 노조가 A사를 상대로 단체교섭·쟁의행위를 벌일 수 있게 된다. 노란봉투법은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라도 근로조건에 대한 영향력이 있으면 단체교섭·파업 대상인 ‘사용자’로 인정하도록 규정하기 때문이다. 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 사내하청지회는 2017년부터 원청인 HD현대중공업을 상대로 단체교섭에 나서라는 취지의 소송을 진행 중이고, 전국택배노동조합은 택배 대리점 대신 원청인 CJ대한통운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 중이어서 노란봉투법이 불러올 파장이 작지 않다.
지난 22일 노란봉투법이 야당 단독 처리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하자 경영계는 부글부글 끓었다. 경제단체들은 곧바로 입법 추진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경제6단체는 “개정안이 통과되면 노사 관계가 돌이킬 수 없는 파탄에 이르고 우리 기업들이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이 기업의 경영권·재산권 침해, 노사 갈등 심화, 산업 생태계 붕괴 등 부작용을 일으킬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계는 합법적인 쟁의행위 범위 확대도 우려한다. 현행법 아래에선 파업 대상이 아니었던 기업의 의사결정에 관해 노조의 입김이 커지고, 이것이 경영 비효율성으로 이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은 노동쟁의를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의 불일치’ 때문에 발생하는 분쟁으로 정의한다. 그런데 개정안은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주장’을 ‘근로조건에 관한 주장’으로 대체한다. 경영계는 이를 근로조건에 영향을 주는 사안 일체에 관해 노조가 합법적으로 다툴 수 있게 됐다고 해석한다. 예를 들어 경영진이 구조조정, 인수·합병, 신설 법인 설립, 신공정 도입 등을 결정해 실행할 때도 노조가 근로조건에 영향을 준다며 반대 투쟁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도 걱정거리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가 개별 조합원의 불법 행위를 입증해 그에 상응하는 만큼만 손해배상을 청구하도록 한다. 예컨대 노조가 투쟁 과정에서 공장을 점거할 때 건물 내 CCTV를 가리고 사용자 측의 촬영을 막을 수 있다. 향후 재판에서 피해 규모, 파손 행위의 주동자 및 지시자 등을 다툴 때 기업들이 구체적 입증에 실패해 손해를 온전히 배상받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다.
유일호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23일 “노란봉투법에 따르면 아파트 경비원 노조는 자신들을 고용한 위탁업체가 아닌 입주자회에 교섭을 요구할 수 있다”며 “경제계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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