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윤 "김건희 수사... 나는 왕따가 되어 있었다"
[이정환 기자]
이성윤 전 서울중앙지검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관여 의혹 수사 당시 사실상 본인은 왕따였다고 밝히면서, 김 여사 의혹 관련 윤석열 대통령도 공직선거법 수사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 전 지검장은 최근 자신이 쓴 책 <그것은 쿠데타였다>(오마이북)를 통해 이같이 주장하면서 김 여사 사건은 "내가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지휘했던 사건이니 나만큼 그 실체에 근접한 인물도 드물 것이다. 내가 진실을 밝히는데 앞장서려 한다"고 각오도 밝혔다.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사퇴시킬 목적으로 이른바 '찍어내기' 감찰이 이뤄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2022년 12월 16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 연합뉴스 |
"'김건희 특검법'의 수사 대상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 '친문 검사'인 이성윤·이정수 서울중앙지검장이 19개월 동안 탈탈 털다가 회사, 증권사, 주가 조작꾼 쪽만 기소한 사건이다." (2023년 12월 29일자 조선일보)
이 전 지검장으로 하여금 '피꺼솟'을 일으킬 만한 보도다. 책에서 그는 "정부 관계자와 여권 인사들이 심심치 않게 도이치모터스 사건이 특검 대상이 되지 못한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며 "그 이유인 즉 지난 문재인 정부의 검찰이 샅샅이 뒤졌지만 이렇다 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게다가 그들은 지난 정부에서 주가조작 사건 수사를 지휘한 나를 주저 없이 거론한다. 특검 물타기용으로 갖다 붙이는 것"이라면서 "'친문'이며 동시에 '반윤' 인사인 이성윤의 책임하에 수사를 해도 기소를 못했는데 무슨 특검을 운운하냐는 주장이다. 나는 이 보도를 접하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았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 전 지검장은 "언론은 오히려 그때의 서울중앙지검장이 이성윤이었다고 말할 게 아니라 김건희 수사 당시 검찰총장이 윤석열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19년 7월 26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임명된 이성윤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왼쪽 끝)이 전날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끝)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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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인 인사권을 가진 총장이 서슬 퍼렇게 내려다보고 있는데 어느 검사가 나서서 감히 총장 부인을 수사하고 기소한단 말인가. 더구나 형식적으로 제외된 그 사건말고는 총장이 모든 사건을 지휘하며 일선 검사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히려 보수 언론들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항명한다며 사퇴를 종용했다."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 대통령이 검찰 조직에서 '절대강자'였던 상황에서 언론까지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자신을 공격하면서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진행하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는 스스로에게 '왕따'였다는 표현까지 써가며 당시 상황을 이렇게도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의 부하 검사들은 수사 의지를 잃었고 그들에 대한 인사권도 없는 나는 이른바 왕따가 되어 있었다."
이 전 지검장은 그럼에도 사건의 실체에 근접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그는 "일일이 부하들을 설득하여 한 걸음씩 나아갔다. 자료를 모으고 증거를 확보해 차기 지검장에게 넘겨주고 서울중앙지검을 떠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후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왜 기소를 못 했냐고? 나도 그것이 궁금하긴 하다"면서 그 이유를 아래와 같이 설명했다.
"짐작컨대 사표를 내자마자 대통령 후보가 되어 어퍼컷 세리모니를 하고 다니는 윤석열을 검찰이 두려워하지 않았나 싶다. 게다가 유력한 대선 후보가 '자신의 아내는 전문가라는 자에게 거래를 위탁하고 오히려 손실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주가조작으로 김건희가 이익을 취한 증거를 찾으려던 검사에게는 그것이 수사의 가이드라인이 되어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사퇴시킬 목적으로 이른바 '찍어내기' 감찰이 이뤄졌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이성윤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이 16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해 로비를 지나고 있다. 2022.12.16 |
ⓒ 연합뉴스 |
이 전 지검장은 책에서 윤 대통령이란 표현을 단 한 차례도 쓰지 않았다. 대신 윤석열 전 총장이라고 기술했다. 아직까지도 윤 대통령은 정치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검사'란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 전 지검장은 2022년 12월 검찰 출석 과정서도 윤 대통령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나 '피징계인'으로 칭한 바 있다.
[관련기사] 윤 대통령이라 안 부른 이성윤 "피징계인이... 그저 측은할 뿐"(https://omn.kr/220cf)
이 전 지검장은 그 이유에 대해 책을 통해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속마음은 다를지라도 적어도 그런 척이라도 할 줄 알아야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대한민국 검사는 굳이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일을 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조작수사나 억지기소로 무죄가 나와도 미안해하거나 사과하지 않는다. 그래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도 그에 해당한다는 것이 이 전 지검장의 문제의식이다.
"야당 대표에게는 주야장천 수백 번씩 압수수색을 하고, 웬만큼 물증이 나온 자신의 아내에게는 한없이 관대하여 소환조사 한 번을 안 해도 불공정하다는 마음이 없어 보인다. 그가 빈말이라도 엄정한 수사를 지시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이유다."
이 전 지검장은 "윤 대통령은 여론에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김 여사 특검을 윤 대통령이 거부할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짐작했다고 밝혔다. 그래서 윤 대통령은 "집무실만 서초동에서 용산으로 옮긴 검사일 뿐"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혐의도 수사 대상 되어야 마땅"
그러면서 이 전 지검장은 김건희 여사 관련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해 "사건을 맡은 수사 초기에서부터 그 자리를 떠나기 전까지 자료를 수집하고 관련자들의 계좌 확보에 공을 들여 오늘날 특검법 상정에 이르도록 한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내가 진실을 밝히는데 앞장서려 한다"며 그 당위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법정에서 김건희의 여러 계좌가 주작조작에 이용된 사실이 밝혀지지 않았나. 윤석열 후보의 손실 주장도 거짓으로 밝혀졌다. 그러므로 야당 대표에게만 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의 책임을 묻지 말고, 같은 이유로 윤석열의 혐의도 당연히 수사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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