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론’ 분출에도 꿋꿋한 김기현 지도부···‘김건희 방탄’ 목적?
“‘김기현 2기’ 체제는 길어야 2주 갈 것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완패’ 일주일 만인 지난 10월17일 한 말이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전망과 달리 김 대표 체제 지도부는 지금도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도부와 각을 세운 당 혁신위원회가 오히려 무너졌다.
김 대표의 ‘버티기’가 가능한 이유로는 먼저 총선 전까지 남은 기간이 짧다는 점이 꼽힌다. 내년 총선 실시일은 4월10일로, 10일 기준 정확히 4개월을 앞두고 있다. 하루하루 총선 준비에 집중할 시간에 자칫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논의 및 움직임에 몇 주를 소요할 순 없다는 주장이다.
비대위 출범을 위해선 최고위원회의 의결과 상임전국위원회 및 전국위 추인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9월 선출직 최고위원 4인 이상 궐위시 비대위로 전환되도록 당헌을 개정했지만 비대위원장 및 위원 선임에도 시간이 든다. 국민의힘은 앞서 지난해 7월 이 전 대표 중징계 이후 한달 만인 8월9일 주호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한 바 있다. 이후 비대위원 임명엔 일주일이 더 걸렸다. 정진석 비대위원장 임명은 주호영 비대위가 직무정지된 지 13일 만에 이뤄졌으며, ‘정진석호’ 공식 출범은 그보다 5일 뒤였다.
김 대표 체제의 두번째 버팀목은 향후 공천관리위원장 등 임명에 따라 현 지도부 힘이 알아서 빠질 것이란 판단이다. 공관위는 국회의원 등 공직 후보자 공천을 위한 평가 시스템 구축은 물론, 공천 심사·후보 선정 기능을 맡는 기구다. 통상 선거가 있는 해의 연초에 만들어지는데, 이 시기부터는 당안팎 정치인들이 당대표보다는 공관위의 ‘입’에 더 주목하곤 한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한동훈 법무부 장관 등 인물에게 선거를 기대려는 국민의힘 내부 움직임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보탠다. 두 ‘거물’이 비대위원장은 아니어도 선거대책위원장 수준의 중책을 맡게 되면 김 대표의 힘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모두 낮은 상황에서 당이 인물론에 기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최근엔 김 대표 체제 아래 공관위 구성마저 늦춰질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당초 김 대표 측이 언급한 공관위 구성 시점은 이달 중순이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을 이달 28일 단독 처리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상황 변화가 생겼다. 공관위를 조기에 구성해 현역 의원 컷오프를 미리 결정해버리면 김건희 특검법 표결에서 당론에 반하는 이탈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며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이 경우 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재표결에 부칠 것으로 전망된다. 재표결 법안의 통과는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에서 18표 이상 이탈표가 생기면 특검법 처리가 가능해진다. 18명은 국민의힘 현역 의원(111석) 중 20%(약 22석)에도 미치지 않는 숫자다. 앞서 국민의힘 총선기획단은 “현역의원 20% 공천 배제 원칙을 넘어서는 제도를 마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대통령이 지난 5일, 8일에 두 차례에 걸쳐 김 대표와 회동한 것도 김건희 특검법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선거는 안중에도 없나”라며 “김건희 여사 특검 때문에 총선 앞두고 공관위 구성도 늦추고 총선 준비를 모두 늦춘다? 진짜 하루빨리 공천해서 뛰게 만들어도 부족할 수도권은 다 포기하고 선거 한 달 전에 공천해도 되는 영남 공천만 고민하나”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는 “역으로 ‘김건희 방탄’ 프레임에 걸려들고 싶나”라고도 했다. 다만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특검법 등 원내 상황 등으로 인해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이 늦춰질 것이라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공관위 구성은 당초 계획대로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 대표가 특검법 재표결 변수로 윤 대통령에 대한 ‘협상 카드’를 쥐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본인 결단 전까지 조기 사퇴를 미루는 것은 물론, 총선 때 대통령실 수석·비서관·행정관을 심으려는 용산의 움직임을 ‘일단 멈춤’하는 것도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현 김 대표 체제가 윤 대통령, 현역 의원들이 합심한 결과물이라는 구조적 요인도 있다. 현역 개개인은 김 대표에게 ‘나는 내몰지 않을 것’이란 기대를 여전히 갖고 있고, 윤 대통령은 김 대표를 무너뜨릴 경우 자신의 당초 판단을 스스로 허문다는 딜레마가 있다. 지난 3·8 전당대회 당시 윤 대통령이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 후보로 김 대표를 밀어붙인 배경엔 총선 전 대통령-당대표 간 원활한 소통 욕구가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이던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박 공천 개입’ 논란을 수사한 전력이 있는데, 이 사건이 불거진 배경 중 하나로 김무성 당시 대표와 박 전 대통령 간 갈등으로 지적됐다.
김건희 특검 변수를 두고 김 대표와 윤 대통령의 ‘소통’이 강화될지 아니면 갈등이 표면화될지 주목된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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