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 전 사령관 "대통령, '본회의장서 네 명이 한 명씩 들고 나오라' 지시"

안홍기 2025. 5. 20.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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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법원 내란 재판, 증인신문에서 밝혀... 계엄 전날 밤 스마트폰으로 '대통령 국회해산권' 검색

[안홍기 기자]

 이진우 육군수도방위사령관이 지난 1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진우 전 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이 12.3 비상계엄 때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국회) 본회의장에 가서네 명이 한 명씩 들고 나오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에선 증언거부했던 부분이다.

또한 이 전 사령관은 계엄 선포 전날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전화 통화를 하던 도중 스마트폰으로 '대통령에게 국회해산권이 있는지'를 검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오전 서울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여인형 전 사령관,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공판에는 이 전 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증인신문에서 이 전 사령관은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참석한 10월 1일 대통령 관저 모임이나 11월 9일 국방부장관 공관 모임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이 '비상대권'이나 '비상조치'를 언급한 기억이 없다고 진술했다. 윤씨가 '비상대권', '비상조치'를 통해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 등 정치인·언론인 등을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과 여인형 전 사령관 증언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하지만 비상계엄 때 수방사 병력이 출동한 상황에서 대통령과 전화 통화한 부분에 대해서는 상세한 증언을 내놨다. 군검사의 증인신문에서 이 전 사령관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본회의장에 가서 네 명이 한 명씩 들고 업쳐(들쳐업고) 나오면 되지 않느냐'는 말은 부관이 (계엄 선포) 3일 뒤에 말해서 저도 생각이 났다. 하지만 그때 부관은 '국회의원이란 말은 안 했다. 나도 당시에 '발로 차고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끄집어내라'고 해서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국회의원'이란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부관인) 오상배 대위도 그때 '국회의원'이란 말은 아니라고 했다."

이 전 사령관은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윤석열 탄핵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을 당시 이 부분에 대해 증언을 거부했다. 하지만 이날 '본회의장에 가서 네 명이 한 명씩 들고 나오라'는 윤석열 당시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는 증언을 내놓은 것이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원'이라고 지칭한 기억은 없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폰으로 '쇠지렛대' '국회해산권'검색

이 전 사령관은 자신이 12.3 비상계엄 선포 전까지 계획을 알지 못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군검사는 이 전 사령관이 비상계엄 선포를 염두에 두고 출동 상황을 미리 준비한 정황을 볼 수 있는 증거를 여럿 제시했다.

비상계엄 전날인 2024년 12월 2일 오후 2시 9분 경 이진우 사령관은 스마트폰으로 네이버에 접속해 '문을 열거나 부수는데 사용하는 도구', '쇠지렛대'라는 검색어를 입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 전 사령관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데) '빠루'라는 말이 생각이 났는데, 그런 말을 쓰면 사령관답지 않은 거 아닌가 해서 그게 무슨 단어였지?하고 찾아봤다"고 말했다.

여기서 이 전 사령관이 말한 '국방부장관 보고'는 다음의 내용이다.

의명 행동화 절차를 구성해 보았습니다
최초 V님 대국민 연설 실시 전파시
1. 전 장병 TV 시청 및 지휘관 정위치 지시
2. 전 부대 장병 개인 휴대폰 통합 보관 조치 및 영내 사이버망 인터넷망 폐쇄 지시
3. 출동 ○○○TF 병력 대상
흑복 및 안면 마스크 착용, 칼라태극기 부착, 야시장비 휴대, 쇠지렛대와 망치, 톱 휴대, 공포탄 개인 불출 시행
4. 특정경비구역 경계병력( ) 의명 출동 준비
5. 사령부 포함 사여단급 부대 위병소 폐쇄 시행
6. 외부 언론들의 접촉시도 차단
장관님 ○○회의 직후
1. 수호신 TF 출동 지시
2. 대테러 대기부대 선 투입, 본관 배히,
3. 후속대 1개 대대(=) 투입, ㅇㅇ 협력단 지원하 구역 세밑 재치
4.(필요시) 서울시장, 경찰청장과 공조통화 실시
5. 작전 중간보고(장관님)
이상입니다.

이 전 사령관은 이같이 보고한 이유를, 2024년 11월 9일 국방부장관 공관 모임 말미에 자신이 '국가중요시설 관련 대비태세'를 언급했는데, 이후 이와 관련해 김용현 장관이 문의를 하면서 이 보고를 작성하게 됐다고 증언했다. 김용현 장관이 '국회도 마찬가지냐'라고 물어봤고, 이 전 사령관이 '국회도 저희 시설'이라고 답하니 김 장관이 '문자로 빨리 쳐줘'라고 요구해서 보내줬다는 것이다.

'쇠지렛대'를 검색하게 된 것은 김용현 장관에 대한 보고를 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 전 사령관 증언이었지만, 군검사는 시간순서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메모가 작성된 것은 12월 2일 오전 11시 30분인데, '쇠지렛대'를 검색한 것은 같은날 오후 2시 9분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전 사령관은 "정말 그 이유를 모르겠는데 검색할 때는 '빠루'의 원래 말이 뭐지?라고 생각했고 (검색한) 시간이 왜 저런지는 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전 사령관은 계엄 전날 밤인 12월 2일 오후 11시 14분에 네이버에 "대통령 국회해산권 있나요"라고, 또 12월 3일 오전 7시 1분에는 "국회해산이 가능한가요"라고 검색한 걸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이 전 사령관은 "12월 2일 저녁에 곽종근 장군이 (비상계엄 선포를 걱정하는) 얘길 해서 저도 마음 한켠에 그런 이상한 느낌을 갖게 됐다. '(김용현) 장관님이 국회 얘길 했는데 혹시?'라면서 (검색을 해서) 찾아보니까 결론적으로 (대통령에게 국회해산) 권한이 없는 걸로 나왔고 (걱정하지 말라는) 방첩사령관 말이 다 맞구나 하고 더 이상 걱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군검사는 이진우-여인형 통화기록을 제시했다. 두 사람이 12월 2일 오후 11시 12분부터 8분간 전화통화를 했는데, 이 사이에 이 전 사령관이 '국회해산권'을 검색했다는 것이다. 12월 2일 오후 11시 12분부터 8분간 여인형 전 사령관과 '대통령의 국회해산 가능성' 등 비상계엄과 관련해서 논의를 한 정황이 제시된 것. 이 전 사령관은 "내가 통화 도중에 (스마트폰) 검색을 했을 리가 없다"고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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