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절대권력’은 왜 스스로를 불태웠나…의문점 3가지 살펴보니
자살 가능성에 무게 쏠리지만
시신부검 의뢰 가능성 열어놔
급하게 쓴 유서도 의구심 키워
불교계 충격 장례 5일 종단장
30일 오전 10시께 찾은 경기도 안성시 죽산면 소재 칠장사는 화재 수습을 위한 통제선이 둘러쳐졌고 수사당국 관계자들만 출입이 가능했다. 전날 화재가 발생한 승려들이 거처하는 요사채는 건물 전체가 불에 타버리면서 지붕과 서까래가 모두 무너져 있었다. 불에 타 검게 변한 나무 기둥과 잔해를 굴삭기가 걷어내고 있었다. 목조 건물인 요사채는 전소됐지만 경기도 문화재로 지정된 칠장사로는 불길이 번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곳을 찾은 경기도 광주시 소재 청명사의 정완 스님은 “같은 조계종 종단 스님이 입적하셔서 참례를 위해 찾아왔다”고 말했다. 10년째 칠장사에서 봉사활동을 했다는 신도 이정민 씨(65)도 “안타까운 마음에 합장하러 왔다”고 말했다.
자승 스님은 평소 서울 강남구 봉은사를 거처로 두고 있었지만 소속 본사는 경기도 화성 용주사다. 용주사에서 멀지 않은 칠장사 역시 수시로 왕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승 스님은 칠장사 인근에 위치한 조계종 스님들의 노후를 돌보는 아미타불교요양병원의 명예 이사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한용구 아미타불교요양병원 원장은 “최근 행사장 등에서 자승스님을 뵀는데 평소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경찰뿐만 아니라 국가정보원도 칠장사 화재 당시 현장 점검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자승스님은 앞서 2002년, 2010년, 2011년 세 차례에 걸쳐 남북 불교 교류 활성화를 위해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국정원 관계자는 “자승스님이 불교계 유력 인사인 만큼 경찰 수사와 별도로 테러 및 인보위해 여부 등을 확인하는 차원에서 현장 점검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 조사 등에 따르면 입적한 당일인 29일 자승 스님은 평소와 달리 수행원 없이 칠장사를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화재 발생 이후 그의 승용차에서는 “칠장사 주지스님께, 이곳에서 세연(세상과의 인연)을 끝내게 돼 민폐가 많았소. 경찰분들께 검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인연을 스스로 끊었습니다”라는 내용이 담긴 2장 분량의 육필 메모가 발견됐다.
경찰이 현장에서 CCTV 감식 결과 화재 당시 요사채에는 자승 스님 외에 다른 출입 인원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로서는 극단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수사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을 보내 부검을 의뢰하는 등 타살 여부를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로 인한 자살은 통상적인 방법은 아니고 이례적인 것이 사실”이라며 “연기로 인해 호흡이 안되고 고통이 큰 만큼 바로 밖으로 나오거나 바로 불을 끄는 경우가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화재 당시 칠장사 경내에는 주지 스님과 신도 등 3명이 있었고 경내에 있던 신도들은 불이 난 것을 보고 119에 신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들에 대해서 참고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까지도 왕성한 활동을 벌였던 자승 스님의 죽음으로 불교계는 충격에 빠졌다. 조계종은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입적한 전직 총무원장 자승스님이 자신의 몸을 불사르는 ‘소신공양’을 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조계종 대변인인 우봉스님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자승 스님이 종단 안정과 전법도생을 발원하면서 소신공양 자화장으로 모든 종도들에게 경각심을 남기셨다”고 밝혔다. 자화장(自火葬)은 스스로 장작을 쌓아 올리고 그 위에 올라가는 장례의식을 뜻한다.
33대·34대 총무원장을 역임한 뒤에도 불교계 실질적인 수장 역할을 해 온 자승 스님은 입적 이틀 전인 27일 불교계 언론 간담회를 열고 “나는 대학생 전법에 10년간 모든 열정을 쏟아부을 생각”이라고 밝혔다. 지난달에도 조계종 총무원 주요 보직자와 중앙종회 의원 등을 모아놓고 종단 운영에 관한 방향성을 강하게 피력하기도 했다.
조계종은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을 장의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려 서울 종로구 소재 총본산인 조계사에 분향소를 마련해 다음 달 3일까지 자승스님의 장례를 5일 종단장으로 치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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