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밑으론 안 가"…취업 남방한계선에 기업들 '서울로'

한지연 기자 2023. 9. 19.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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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취업 시즌이 돌아온 가운데 기업들이 수도권 근무지를 마련하거나 순환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이달 19일까지 하반기 채용 지원을 받는 포스코는 구매와 마케팅 등 일부 인문 직군의 근무지를 서울로 뒀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R&D센터 등을 서울에 가까운 곳에 짓는 이유 자체가 채용 목적이 크다"며 "마음 같아선 서울에 짓고 싶지만 지을 곳이 없어서 이른바 남방한계선 안에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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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취업 시즌이 돌아온 가운데 기업들이 수도권 근무지를 마련하거나 순환 근무제를 도입하는 등 좋은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나섰다. 취업준비생들의 서울 근무지 선호도가 여전히 높아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차원에서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지방에 주요 근거지를 둔 기업들이 수도권으로 속속 근무지를 옮기고 있다. 이달 19일까지 하반기 채용 지원을 받는 포스코는 구매와 마케팅 등 일부 인문 직군의 근무지를 서울로 뒀다. 포스코는 2016년부터 신입 사원들을 포항이나 광양으로 우선 배치해왔다. 입사하자마자 서울에서 근무하는 직군을 만든 것은 7년만이다. 포스코는 근무지 변경에 대해 "중장기적 인재 채용의 효율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서울 근무를 선호하는 지원자들의 요구를 반영했다는 의미다.

수도권으로 거점을 옮기는 경우가 많은 쪽은 주로 R&D(연구개발)분야다. 회사의 모든 자원을 한번에 이동하기 현실적으로 쉽지 않으니, 우수 인재 채용이 절실한 분야부터 수도권으로 먼저 옮기는 것이다. LG그룹 8개 계열사, 총 22개동이 모여있는 마곡 LG 사이언스파크가 지원자들의 인기를 끈 이유 중 하나도 근무지 위치다. 기존의 22개동에 더해 현재 LG전자가 4개 동을 건설 중이다. LG그룹이 애초 마곡을 R&D 지구로 선택한 배경에도 채용 지원자들의 서울 선호 현상이 크게 작용했다.

현대자동차는 2년여전부터 미래차 연구부문과 소프트웨어센터 등 R&D조직을 판교와 원효로 사옥으로 옮겨왔다. 현대차그룹의 R&D 핵심 거점인 남양 연구소는 서울 중심부와 다소 먼 경기도 화성에 위치해 있다. HD현대 역시 지난해 말 판교에 글로벌 R&D센터인 GRC를 완공한 이후 올해 채용자가 급격히 늘어났다. GRC를 지은 후 울산에 있던 R&D조직이 모두 판교로 옮겨왔다.

SK그룹도 2027년 운영을 목표로 경기도 부천에 연구단지인 'SK그린테크노캠퍼스'(가칭)을 조성 중이다. SK이노베이션과 SK온, SK E&S 등 7개사의 차세대 배터리와 신재생 에너지 등 친환경 기술 개발 부문이 들어올 예정이다. 현재 SK의 핵심 연구시설은 대전에 위치해있다. 이는 공과대학 출신 지원자들이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했지만, 정작 취업할만한 근무지는 지방인 곳이 많아 '취업 남방한계선'이란 말까지 나온 세태를 고려한 조치다. 대체로 성남 분당구 판교가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니, 기업들은 그 한계선 안에 근무지를 두는 것이다.

거점을 옮길 수 없을 땐 순환 근무제를 채택하거나 지방 거점 대학 학생들의 채용을 늘리기도 한다. 모 대기업의 영업관리직군은 직원들이 전국 판매법인에 돌아가며 일정 기간 순환 근무를 하도록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판매법인을 경험해봐야 한다는 의도도 있지만, 사실 수도권 지원자가 많아 무조건 순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크다"며 "지방 거점대 출신 직원들도 수습 후 근무지 배치 시점이 되면 서울에서 일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HR(인적자원) 컨설팅 기업인 인쿠르트가 올해 3월 취업준비생들을 상대로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대부분이 근무지를 취업 주요 우선순위로 꼽았다. 1순위(31.5%), 2순위(41.6%)로 답한 이들이 가장 많았고, 3순위로 꼽은 응답은 11.2%로 뚝 떨어졌다. 그 중에서도 수도권 거주 지원자들은 절반 이상이 무조건 수도권에서 근무하겠다고 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R&D센터 등을 서울에 가까운 곳에 짓는 이유 자체가 채용 목적이 크다"며 "마음 같아선 서울에 짓고 싶지만 지을 곳이 없어서 이른바 남방한계선 안에 짓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연 기자 vivid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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