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산칼럼] 변호사와 의뢰인, 그리고 사건과 사람- 신현목(변호사)

knnews 2025. 8. 13.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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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는 무슨 일을 할까. 법은 이렇게 정하고 있다. 변호사는 당사자와 관계인의 ‘위임’이나 국가·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의 ‘위촉’ 등에 의해 소송에 관한 행위 및 행정처분의 청구에 관한 ‘대리’ 행위와 일반 법률 사무를 하는 것을 그 직무로 한다(변호사법 3조). 이 때문에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법률 전문직으로서 독립해 자유롭게 그 직무를 수행하지만(변호사법 2조), 기본적으로 사건을 위임하는 ‘의뢰인’을 위해 일한다.

실로 다양한 의뢰인이 있다. 선량한 사람, 어리숙한 사람, 교활한 사람, 이상한 사람 등…. 의뢰인은 변호사가 능력을 발휘하도록 하는 고마운 존재이지만, 변호사는 동시에 의뢰인의 고민과 상처를 같이 떠안는다. 다소 모순적이게도, 의뢰인은 매우 사회적인 절차인 법률 사무의 대상이면서도, 내밀한 영역을 공유하는 인간관계의 상대방이 된다. 미묘한 긴장이 있다.

대체로 의뢰인은 힘든 심정으로 변호사를 찾게 된다. 상당수의 의뢰인은 당장 상황에 맞닥뜨렸고 법률문제에 문외한이라 사건을 조리 있게 설명하지 못한다. 자료는 부족하고, 애매한 대목에는 억울하다는 말만 반복하거나 도리어 화를 내기도 한다.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은 말하지 않고, 아예 슬그머니 숨기기도 한다. 날 선 목소리를 통해 복잡하고 머리 아픈 사건의 자초지종을 듣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그 말을 경청하고 고민과 감정을 이해하려고 할 필요가 있다. 설령 의뢰인의 실수나 잘못으로 비롯되었더라도, 모두가 불완전한 존재로서 허물이나 흠이 있다는 마음으로 마주할 때 사건의 숨은 실마리가 찾아지기도 한다. 아무리 증거와 법리가 중요해도, 그에 앞서 의뢰인의 처지를 염려하는 것이 의뢰인과 사건의 온전한 시작이다.

그러고서 변호사는 법률적인 수단을 강구한다.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때문에 의뢰인의 말을 자료와 대조하고, 모자라는 부분, 의심 가는 부분은 거듭 물어 확인하게 된다. 주장을 입증할 다른 방법이 있는지도 검토한다. 사건은 변호사에게만 던져진 것이 아니다. 의뢰인 또한 사건이라는 한배를 같이 탄 사람이다. 방향과 전략을 소통하고 서로 협력할수록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이제는 변호사의 몫이다. 변호사는 널브러진 의뢰인의 고민, 상처, 아픔을 모아 법 테두리 안에서의 정제된 언어로 구성하고, 표현하고, 설득한다. 의뢰인의 이익을 과감히 옹호하고, 의뢰인의 권리와 방어에 전념하는 것이 변호사의 소임임은 분명하다. 외면받던 날것의 말들을 모아 변호사는 바깥세상과 연결하고 세상에 들리도록 노력해야 한다. 난해한 기록 속에서 늦은 새벽까지 찾고 고심하기를 반복하여, 마침내 세상과 이을 탄탄한 논거를 찾았을 때의 뿌듯함이야말로 변호사의 보람이고 진짜 의미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 변호사는 소위 변호사 쇼핑의 대상이 되고, 명목상 활용만을 위해 변호사를 도구로 이용하려고 하는 때도 있다. 허탈할 때도 있다. 어느 일이든 그러하지 않겠느냐마는, 사람이 사건보다 대체로 어렵다. 하지만 삐딱하고 냉소적인 입장만을 취할 것은 아니다. 사건에서 의뢰인을 무작정 소거하는 메마른 방식은 정답에서 거리가 멀다. 그렇다고 변호사가 의뢰인에게 경솔하게 동조하여 영혼과 양심을 멀리 떠나보낼 것도 아니다. 공감하지만 휩쓸리지 않고, 단호하지만 따뜻할 것. 균형 감각이 필요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변호사는 무슨 일을 할까. 변호사는 남을 ‘도우면서’ 돈을 버는 일을 한다. 홀로 진실과 정의를 세우겠다는 것은 지나친 생각이지만, 의뢰인을 위한 진실과 정의의 한 자락을 붙잡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것은 변호사에게 달려있다. 할수록 어렵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열심히 볼 수밖에, 열심히 할 수밖에 없다. 어느 것 하나 놓칠 수 없는 사람과 사건에 다시 애를 쓸 시간이다.

신현목(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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