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59% 올랐는데 3.5% 떨어졌다고?… 체감과 먼 통계
올 추석은 “차례상 차리기 겁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물가가 확 뛴 성수품이 적잖은데, 지난해보다 차례상 차림 비용이 5%가량 준다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조사가 나왔다. 주부들의 ‘체감 물가’와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다.
12일 aT의 추석 차례상 비용 발표에 따르면, 올해 차례상을 차리는 데 전통시장에서 성수품을 사면 26만3536원, 대형 유통업체에서 사면 34만2467원이 든다고 조사됐다. aT가 전국 16개 전통시장과 34개 대형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추석 성수품 28개 품목의 이달 6일 치(추석 23일 전) 가격을 조사해 낸 결과다. aT는 이를 지난해 8월 24일(추석 17일 전)과 비교했다. 그 결과 지난해 대비 전통시장, 대형 유통업체를 이용한 차림 비용이 각각 3.2%, 6.2% 떨어졌다고 했다. 전체 평균으론 30만3002원이 들어 지난해 대비 4.9% 떨어졌다.
그런데 aT 조사는 실제 대형 마트 현장 물가와 차이가 있었다. aT 조사에선 대형 유통업체에서 살 경우 올해 사과(-3.5%)나 시금치(-18.3%) 등의 가격이 작년보다 떨어졌다고 조사됐다. 그러나 본지가 실제 대형 마트 판매 자료를 분석한 결과, A마트에서 홍로사과(4~6개)는 1만5900원으로 지난해 추석 전(9990원)보다 59% 뛰었고, B마트 시금치(100g 기준)는 작년 3240원에서 올해 3993원으로 23% 올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조사 당시 날씨나 요일에 따라 과일·채소류 가격 변동이 워낙 크고, 마트별 상품기획자 구매 전략에 따라서도 변동이 커서 들쑥날쑥하다”며 “2022년 하루 치와 2023년 하루 치만 맞비교해 차례상 가격을 비교하면 신뢰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난해엔 8월 더위 끝에 추석(9월 10일)이 곧장 돌아오며 ‘시차 변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aT 관계자는 “당시 여름철 폭우·폭염에 채소류 가격이 올라있던 데다, 과일들도 본격적으로 출하되기 이전이라 비쌌다”며 “올해는 작년보다 추석이 19일 늦어, 성수품 출하량은 충분하다”고 했다.
차례상 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소고기(양지·우둔) 값이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떨어진 것도, aT 조사 차례상 비용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데 영향을 줬다. 국거리용 소고기 양지살의 전통시장과 대형 마트 평균 가격은 작년 추석 17일 전 기준 300g당 1만6892원이었으나, 올해는 추석 23일 전 기준 1만5506원으로 8.2% 하락했다. 육적(肉炙)용 소고기 우둔살 가격도 1.8kg당 8만7909원에서 8만943원으로 7.9% 떨어졌다. 하지만 굳이 비싼 소고기를 사용하지 않거나 최소한만 썼던 주부들은 나머지 성수품이 오른 올해 차례상 차리기가 더욱 힘겨울 수 있다.
차례상에 오르지는 않지만 명절 성수품에 속하는 닭고기 등 가격이 오른 점도 불안 요소다. 축산물품질평가원에 따르면, 똑같이 추석 23일 전을 비교했을 때 닭고기 가격은 작년 1kg당 5666원에서 올해 6173원으로 8.9% 뛰었다. 김원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원예실장은 “올해 소고기와 배추, 무 등의 가격은 안정됐으나, 과일류와 닭고기는 수급이 불안해 가격이 뛸 여지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추석 체감 물가 잡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670억원을 들여 대형 마트와 전통시장 등에서 성수품 구매 시 최대 60%까지 할인해주는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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