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31조원 투자’ 먹튀?…현대차그룹, ‘1200억원’ 낸 日 도요타보다 관세 더 올랐다
현대자동차·기아가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자동차에 일본과 유럽연합(EU)과 같은 관세 15%가 적용받게 됐다. 같은 조건이라고는 하나, 기존 2.5% 관세를 받고 있었던 두 국가에 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무관세를 적용받았던 현대차·기아의 관세 부담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압박에 선제 대응해 정의선 회장이 직접 백악관으로 달려가 210억달러(약 31조원)에 달하는 대미 투자를 발표했음에도 경쟁사인 도요타, 폭스바겐보다 관세를 더 물게 됐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더해지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3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미국이 한국에 8월 1일부터 부과하기로 예고한 상호관세 25%는 15%로 낮아진다”며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 관세도 15%로 낮췄다”고 말했다.
25%였던 상호관세를 일본·EU와 동등한 수준인 15%로 낮췄다는 것엔 의미가 있으나, 기존 국산 자동차가 무관세를 적용받았던 것을 감안하면 아쉬운 수치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15% 라면 실패나 다름없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혜택을 살려 12.5%로 낮추면 좋았겠으나, 그 역할을 정부가 해주지 못하면서 25%보다 낮아지지 않았냐는 위안만 얻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는 15%의 관세 부담을 온전히 지게 됐다. 이는 일본 도요타, 독일 폭스바겐보다 더 높은 수준이다.
일본산 자동차는 총 15%의 관세율 중 기존 2.5%를 제외한 12.5%의 관세 부담을 지게 됐으며, EU도 동일하다. 반면 현대차·기아는 무관세에서 15%로 급증한 것이기에 원가절감이나 현지 생산 확대, 가격 인상 등의 압박에 더 처하게 됐다.
정 회장은 미국의 관세 압박이 거세지자 완성차 업체 중 가장 이른 시점인 지난 3월 24일 2028년까지 미국에 210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백악관에서 발표했다. 또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 등의 생산 능력을 확충해 연간 120만대의 생산 체제를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도요타는 웨스트버지니아 공장에 8800만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며, 폭스바겐은 전기 픽업 및 밴 생산을 위한 미국 채터누가 공장을 확장하는 것을 것과 아우디의 미국 현지 생산을 위한 3곳의 후보지를 검토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경쟁사보다 대규모 투자 발표까지 단행했음에도 그동안 가성비로 승부 볼 수 있었던 무관세가 깨지면서 현대차·기아는 도요타·폭스바겐 등 일본·유럽차들과 같은 관세 조건에서 경쟁하게 됐다. 현대차·기아는 작년 미국에서 170만8293대를 판매하며 GM(268만9346대), 도요타(233만2623대), 포드(206만5161대)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은 15%로 세팅해놓고 관세 협상을 진행했다. 한국도 유럽이나 일본만큼 가져오라는 밀어붙이기 식의 협의에 우리가 밀린 것”이라며 “일본차와의 미국 내 치열한 경쟁은 관세 1%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퍼줄 건 다 퍼주고, 결국 영업이익 감소와 판매 악영항은 피하기 힘들게 됐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는 관세 영향 최소화를 위해 다각적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올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 콜에서도 중장기적으로 부품 현지화와 완성차 현지 생산 확대를 면밀히 검토해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미국 자동차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이기에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불가하다. 일본이나 유럽의 고급차 업체들은 가격을 올릴 수 있으나 양산 업체인 현대차·기아는 더욱 어렵다”며 “10%대의 원가절감이 필요하나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에 일단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대미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온 힘을 다해주신 정부 각 부처와 국회의 헌신적 노력에 깊이 감사드린다”며 “관세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다각적 방안을 추진하는 동시에 품질 및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기술 혁신 등을 통해 내실을 더욱 다져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주희 기자 ju2@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획] 李 “산재사망 상습 기업, 수차례 공시해 주가 폭락하게”
- “5급 공무원 차량서 ‘수천만원 돈다발’”…긴급 체포
- ‘역삼동 마약운전’ 20대 체포…대낮에 전신주·담장 ‘쿵’
- 김병기 “내란 잔당 뿌리 뽑을 것…김건희 즉각 구속해야”
- ‘주택에 벤츠 돌진’ 숨진 10대女…80대 여성 ‘운전 미숙’ 입건
- 김병기 “국힘, 미국과 협상서 최대 리스크…제발 조용히 있어라”
- 조국 “나와 내 가족 희생당해도 尹 반드시 공적 응징”
- 김병기 “한미 협상 진행 중인데…국힘, 정신 있는 건가”
- “김치가 파오차이? 선넘었네”…서경덕 교수 “中 짝퉁 ‘흑백요리사’ 논란”
- 원안위, 국내 최초 원전 고리 1호기 해체 승인… 원전 해체 시장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