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헛발질’…‘플랜 B’도 참담
한국 대원 역차별 논란 속 공기업·공공기관 직원 차출에 잡음 연속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대회 조직위원회가 막판까지 혼선에 혼선을 거듭하며 '졸속 운영' 비판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새만금 야영지에서 전면 철수하며 '플랜 B'를 가동했지만 입국도 하지 않은 국가 대원들에 숙소를 배정하고 공기업·공공기관 직원들을 사실상 강제 차출하는 등 잡음이 이어진다. 4만 명 넘는 대원들을 전국 각지로 보내면서도 제대로 된 매뉴얼이나 안내 조차 없어 지자체와 민간 기업, 학교 등이 알아서 수습해야 하는 난감한 상황이 됐다.
10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세계잼버리 조직위가 입국도 하지 않은 예멘과 시리아 대원 숙소를 각 지역에 배정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대회가 중반을 넘어 8일 차에 접어든 때까지도 조직위가 입국 국가와 정확한 대원 규모 등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충남도와 홍성군은 지난 8일 조직위로부터 홍성군 혜전대 기숙사에 예멘 대원 175명을 배정하겠다는 통보를 받았고 관계 직원들이 총동원 돼 부랴부랴 대원 맞이를 준비했다. 군과 대학 측은 기숙사 위생 상태를 점검하고 환영 현수막을 내걸었고, 대원들을 위해 출장뷔페 음식까지 준비했다.
그러나 조직위로부터 예멘 대원들의 정확한 출발, 도착 시간은 안내받지 못했다. 관계자들이 조직위에 수차례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예멘 대원 인솔자 연락처를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들이 예멘 대원들이 입국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당일 오후 9시가 넘은 시각이었다. 조직위는 이후로도 도와 군, 대학 측에 입국조차 하지 않은 이들이 어떻게 이동 명단에 포함됐는지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출장뷔페 음식을 비롯해 대원 맞이용으로 준비했던 물품 상당수가 결국 폐기됐고 행정력도 낭비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 조직위는 경기 고양시 NH인재원에 배정했던 시리아 대원 80여 명이 미입국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파악했다. 새만금 야영장 철수가 종료된 밤 10시까지도 대원들이 인재원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연락을 받고서야 사태 파악에 들어갔고, 결국 입국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
홍콩 스카우트 대원들의 출국 계획을 사전에 파악하지 못한 조직위가 전체 대원 480여 명의 숙소를 배정하는 혼선도 이어졌다.
전북 진안으로 이동할 예정이던 이집트 대원 120명이 군산으로 가는 황당한 일도 벌어졌다. 이집트 참가단은 전북 진안공고로 숙소를 배정받았는데, 이들을 태운 버스는 군산 호원대에 대원들을 내려놓고 떠나버렸다. 다행히 호원대에 수용 공간이 있어 짐을 풀었지만, 총괄대응반을 구성해 진안공고 기숙사 청소 및 할랄 음식까지 준비했던 진안군은 행정력을 허망하게 낭비해야 했다.
숙소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서 재이동을 해야 하는 소동도 벌어졌다. 한양대 서울캠퍼스 기숙사에는 재학 중인 남학생들이 사용 중인 생활관에 스위스 여자 대원들이 배치됐고,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스위스 측이 호텔로 대원들을 다시 이동시켰다.
한국 대원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불거졌다. 경기도 용인의 한 교회로 배정된 한국 대원 370여 명은 강당 맨바닥 얇은 매트 위에서 지내며 샤워도 화장실 고무호스에 연결해 겨우 해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스카우트 대원의 부모는 MBC와의 인터뷰에서 "거의 난민촌 수준"이라며 "맨바닥에 요가매트 하나 깔고 큰 타월 하나 지급하고 거기서 자라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외국인들은 주변 대학교 기숙사나 건물 쪽으로 다 배정을 받았는데 한국 대원들은 텐트 같은 가림막 하나 없이"라며 역차별을 지적했다.
오는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잼버리 폐영식 및 K팝 콘서트'에 공공기관 및 공기업 직원 약 1000명을 차출한 것도 구설에 올랐다.
기획재정부는 전국 각지에 흩어져있는 잼버리 대원들을 인솔할 인력이 필요하다는 조직위 요청에 따라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기관별 최대 40명씩 투입을 요청했다.
형식은 요청이지만 사실상 '강제 동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공공기관과 공기업 경영평가를 담당하는 기재부 요청을 거부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미숙한 대응과 부실 준비로 인한 뒷감당을 공무원도 아닌 공공기관 및 공기업 직원들에 전가한다는 비판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나중에 문제될까봐 공문도 안보내고 전화나 이메일로 인력을 강제 차출하고 있다" "인솔하라면서도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라는 건지 매뉴얼도 없고 소통도 안되고 엉망진창" 등 조직위와 정부 대응을 질타하는 글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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