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관 마약업무 인력 충원 없이 '기형 운영'.. 수사 구멍 우려

우상규 2021. 10. 3.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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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까지 검찰 주도 수사 업무
2021년부터는 관세청이 도맡게 돼
인력 절반 가까이 타부서서 땜질
2022년 증원도 찔끔.. 업무 차질 심화
밀반입 등 갈수록 교묘.. 보강 시급
세관은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들어오는 마약의 ‘최전방 저지선’이지만, 심각한 인력 부족으로 마약 수출입범죄 수사업무에 구멍이 뚫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까지 검찰 주도로 이뤄져 온 수사업무가 법 개정으로 올해 1월부터 대부분 관세청으로 이관됐지만, 인력 충원이 없어 정원에 버금가는 인원을 타 부서에서 임시로 데려다 ‘땜질 처방’으로 간신히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내년에 충원이 예정된 인원도 현재 임시 인력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해 당분간 수사업무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관세청으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관세청에서 마약 조사·수사업무를 하는 인력은 올해 8월 기준 61명이다. 이들 가운데 정식 업무 담당자는 32명에 불과하고, 이와 맞먹는 규모인 나머지 29명은 다른 부서에서 임시 투입됐다.

이처럼 마약 조사·수사업무 인력 운용이 기형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인력 충원 없이 업무만 대폭 이관됐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 세관에서 적발한 마약류 범죄는 검찰·세관 합동수사반 운영에 따라 검찰에 즉시 인계 후 검찰청 주도로 수사했고, 세관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통제배달이나 과거 통관내역 확인 등의 보조적 수사에만 참여했다. 통제배달은 수사기관 감시하에 배송절차를 진행해 마약 수취인을 검거하는 수사기법이다.

그러나 검찰청법 개정으로 올해 1월부터는 수사 대상 마약류 512종에 대한 모든 수사(피의자 신문, 통제배달 등 사건수사 일체)는 세관 특사경이 단독 수행한 뒤 검찰청으로 사건을 송치한다. 검찰은 가액 500만원이 넘는 마약류 12종에 대해서만 직접 수사한다.
관세청은 인력 충원 없이 업무가 확대되자 올해 1월부터 인천·부산·서울세관에 마약 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한시적으로 다른 부서 인력을 대거 투입해 대응하고 있다. 마약수사 인력을 증원하기 위해 관세청은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했으나 내년 증원 예정 인원은 12명에 불과하다.

애초 요구 인력(73명)에 한참 못 미칠 뿐만 아니라 현재 임시 투입 인력의 3분의 1을 조금 넘는 수준이어서 마약 조사·수사업무 차질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더구나 관세청이 임시로 동원 중인 인력 중 상당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업무량이 일시적으로 감소한 여객 업무 담당자다.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 회복) 등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돼 여행객이 늘어나면 제자리로 돌아가야 해 더는 붙잡아 놓을 수도 없다.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 연합뉴스
마약류 반입 시도는 해마다 늘고 있고 수법도 교묘해지고 있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의 영향으로 해외 여행객을 통한 마약 밀수가 어려워지자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을 통한 밀반입 시도가 급증하고 있다. 올해 1∼8월 국제우편을 통한 마약 반입 시도는 596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7% 증가했고, 특송화물은 111건으로 141% 늘었다. 밀반입된 마약은 인터넷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다크웹 등을 통해 은밀하게 거래되고, 이로 인해 젊은층도 손쉽게 마약범죄에 노출되고 있다.

정부의 ‘2021년 상반기 불법 마약류 단속 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에 정부 5개 기관이 검거한 불법 마약류 공급·투약사범은 7565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6% 증가했다. 이 가운데 19세 이하 마약류 사범은 277명으로 156.5% 늘었다.

양 의원은 “지난 1월 마약 단속 업무의 효율성을 제고하고자 검찰청법 개정이 이뤄졌으나 관세청의 마약 수사 역량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마약범죄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는 만큼 수사 역량 강화 및 신속한 인력 충원을 통해 미흡한 수사 역량을 보완하고 향후 업무량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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