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은 언제나 이렇게 되리라’… 광주시청에 걸린 ‘이 깃발’의 정체

美버지니아주, 광주에 ‘폭군의 최후’ 깃발 선물
“광주시와 자유 수호 역사 공유 기념한 것”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일에 게양돼
광주시장 “권력 남용자 파멸, 동서고금 진리”

광주시청 게양대에 미국 한 주(州)의 깃발이 걸려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광주시는 3일 오전 청사 게양대에 미국 버지니아주 주지사가 보낸 주 깃발을 내걸었다. 해당 깃발은 ‘폭군의 최후’를 상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나선 날 이를 비유하는 듯한 깃발이 게양된 것이다.

광주시청에 걸린 버지니아주 '폭군의 최후' 깃발. 연합뉴스

버지니아주 정부는 광주시가 식품 산업 교류 협력 방문단을 환대해 준 것에 감사의 뜻을 표하고 두 도시가 자유 수호 역사를 공유한 점을 기념하고자 주 의사당에 게양했던 버지니아주기를 최근 광주시에 선물했다. 버지니아주는 과거 미국 독립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버지니아주 깃발에는 고대 로마 선의 여신 버츄스(Virtus)가 독재의 신 혹은 폭군을 쓰러뜨리고 밟는 모습과 버지니아주의 슬로건인 ‘Sic semper tyrannis’라는 라틴어가 쓰여 있다. 이 문구는 ‘폭군은 언제나 이렇게 되리라’는 뜻을 담고 있다.

버지니아주는 영국이 1607년 첫 식민지를 건설한 곳이다. 동시에 버지니아주 의회에선 독립운동의 기폭제가 된 연설이 있기도 했다. 버지니아 주지사를 지낸 토머스 제퍼슨 전 미국 제3대 대통령이 깃발 도안을 만들면서 식민지 착취를 강행하는 영국 왕을 상징하는 왕관을 그려 넣었다.

광주시청에 걸린 버지니아주 '폭군의 최후' 깃발. 연합뉴스

글렌 영킨 버지니아 주지사는 친필 서명이 담긴 감사 증서를 함께 보냈다. 광주시 방문단이었던 조셉 거스리 버지니아 농업 및 소비자 서비스부(VDACS) 청장은 친필 서한을 통해 “간담회가 매우 생산적이었고 광주시청을 방문했을 때 미국 국기를 게양해 주셔서 감사했다. 광주에서 받은 환대를 베풀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이날 자기 페이스북에 이 사진과 글을 올리고 “폭군 윤석열을 체포하는 아침, 버지니아주 주지사가 보낸 주 깃발과 감사 증서가 도착했다”며 “깃발에 쓰인 문구가 의미심장하다”고 밝혔다. 강 시장은 “권력을 남용하는 자는 반드시 파멸에 이르게 된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라고 덧붙였다.

윤준호 기자 sherpa@segye.com